5월 포토컨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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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들.

 

관람차 앞에서 해맑게 웃고 있는 너와 나.

교복을 입고 있던 우리는 사이 좋게 머리띠까지 나눠 쓰고서 그 앞에 서 있었다.

그때 먹었던 솜사탕 진짜 달달했는데.

그렇게 네 손을 잡고 신나게 돌아다니다 해가 질 무렵, 화려한 퍼레이드가 열렸다.

화려한 퍼레이드가 끝날 무렵, 너는 관람차 앞에서와 같은 표정으로 내 손을 꼭 잡았다 놓고 속삭였다.

이제 그만 해도 돼. 이쯤 했으면 됐어. 고마워.

멍하니 나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고, 모든 것은 똑같이 움직였다.

눈앞이 흐려져 불빛이 퍼져가는 걸 보고 몇 번의 깜빡거림에 다시 선명해진 화면에는

화려한 퍼레이드가 모두 지나갔고, 너는 그 퍼레이드 속으로 사라진건지, 아니면 처음부터 그 자리에 없었던 건지,

내 앞에는 아직도 빙글빙글 돌아가는 관람차만이 눈앞에 자리하고 있었다.

한여름 밤의 꿈 같다고 해야 하는걸까, 그렇게 치부하기엔 너와 함께 썼던 머리띠가 아직 내 머리 위에 그대로였고,

입안에 남은 솜사탕의 달달함이 그대로였는데. 참 신기하게도 모든 것이 그대로인데 너 하나만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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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06]

 

용인시의 한 놀이공원 화장실에서 고등학생이 살해된 채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평소 자주 마찰이 생겼던 모교 수학교사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수사에 돌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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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만 찾아와도 돼. 나는 괜찮아.

 

웃으며 내 귓가에 속삭이던 너를 나는 아직 놓고 싶지 않아 이렇게 찾아와. 이기적이라서 미안한데, 이제서야 사과 할게. 그때 선생님이 너 끌고 갈 때 가만히 있었던 거, 다 알면서도 무서워서 말 못 했던 사실들. 미안해, 미안해. 늦게서야 너한테 사죄하는 나를 용서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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