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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평 (소설가, 영화감독)

서강대학교 사회학, 철학

<수상경력>

                            2017  제5회 제주4·3평화문학상 소설 부문
                            2016  제10회 창비청소년문학상
                            2006  제3회 과학기술 창작문예 공모 시나리오 시놉시스 부문
                            2005  제7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우수상
                            2005  제4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
                            2001  제6회 씨네21 영화평론상
 
 
 
 
 
 
 
 
 
 
 
 
 
 
 
 
 
▲ ⓒ출판사 창비

줄거리 : 아몬드라고 불리는 편도체에 문제가 있어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주인공 윤재와 13년간 부모와 헤어져 살았던 분노로 가득 차있는 곤이와 달리는게 좋은 맑은 감성을 가지고 있는 도라, 이렇게 세 명의 만남으로 진행되는 소설.

 

감정표현불능에 걸린 주인공의 이야기인데 책제목이 아몬드인 이유가 궁금했다. 뇌에서 감정을 담당하는 부분을 편도체라고 하는데 이 부분이 아몬드를 닮았다고 해서 아몬드라고 책이름 이 붙었다. 윤재는 언어를 담당하는 베르니케 영역과 브로카 영역은 멀쩡하나 감정을 느낄 수 없다. 희노애락과 더불어 생명유지의 본능적인 방어 기제인 두려움조차 느낄 수 없는 심각한 상태이다. 그래서 윤재의 엄마는 윤재에게 ‘상대방이 웃으면, 따라 웃는다.’, ‘차가 돌진하면, 피한다.’와 같은 아주 기본적인 행동체계도 주입식 교육으로 가르쳐준다. 하지만 이 소설의 진짜 시작은 엄마와 할머니가 사라지고 나서의 윤재의 성장이야기다. 윤재는 놀이동산에서 실종된 이후 중국인부부, 고아원, 소년원 등 여러 곳을 헤메다 13년 만에 부모와 재회한 곤이라는 아이와 만나게 된다. 곤이는 13년 만에 돌아왔지만 엄마는 죽어버렸고 아빠와의 관계는 어색하기만 하다. 그리고 거칠게 살아온 자신과는 다르게 아빠는 교양을 중요시여기는 교수였고 아빠 노릇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곤이는 더욱 반항하고 잘못된 방향으로 나간다. 윤재는 그런 곤이를 보면서 감정을 배우게 된다.

 

이 둘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타고났다.’라는 문장에 삶이 얽매여있다. 윤재는 태어날 때부터 감정이 없어 사이코패스 취급을 받으면서 자란다. 하지만 열심히 사람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한다. 타고난 것을 변화시킨 것이다. 또 곤이는 자신이 사랑받지 못하는 운명을 타고 났다는 것에 굉장한 자격지심을 가진 아이이고 윤재의 노력으로 우정과 유대감에 눈을 뜬다. 결국 이 둘 모두 타고난 운명을 바꾼 것이다. 저자가 하고 싶은 말도 아마 이것이라 의심치 않는다. 남들이 나를 재단하고 그 재단한 것을 내 운명으로 받아들여 타고났기 때문에 바꿀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끊임없이 연습하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일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책의 구절 중 다른 사람과 소통의 의지를 보인 윤재에게 심박사가 한 말이 가장 와 닿는다.

 

“이왕이면 즐겁고 예쁜 것으로 연습하려무나. 넌 백지나 다름없어. 그러니까 나쁜 것 말고 좋은 걸 많이 채워 넣는 편이 좋아.”

 

연습이라는 단어는 곱씹을수록 실패를 염두에 둔 단어라는 느낌이 든다. 실패해도 다시 하면 된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래서 서투르게 시작하는 윤재 또래뿐만 아니라 과도기를 겪고 있는 성인들에게도 해 줄 수 있는 적절한 말이 아닌가 싶다.

 

또 감정이 없는 아이를 통해 우리가 얼마나 감정의 남용이 심한지를 꼬집고 싶었다고 생각한다. 윤재의 할머니는 사랑을 예쁨을 찾아내는 과정이라고 했는데 이 말에서도 감정은 한 번에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과정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너무 당연하게 느껴지는 이 감정을 가볍게 여기고 쉽게 표현해버린다. 하지만 자신이 느낀 그 감정을 이해하고 충분히 느낀 뒤 표현해야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좋은 것이면 좋은 것대로, 나쁜 것이면 나쁜 것대로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집중하여 다른 사람과 소통할 때 우리들의 아몬드를 잘 활용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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