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훈의 「광장」을 읽고

▲ 네이버 책

고등학교 문학시간에 읽었던 작품들 중에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장면은 다른 대꾸 없이 ‘중립국’만 외치던 이명준의 환멸이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이명준은 어머니가 죽고 아버지가 월북하자 아버지의 친구 집에서 살게 된다. 그런데 아버지가 대남 방송에 출연했다는 이유로 경찰서에 끌려가 구타를 당한다. 이후 이명준은 윤애와 사랑에 빠지지만 결국 남한의 현실에 환멸을 느껴 월북한다. 북한에서 무용수인 은혜를 만나 사랑을 나누지만 은혜가 모스크바로 유학을 떠나면서 헤어지게 된다. 남북전쟁이 일어나자 인민군 정치 보위부 장교로 종군한 이명준은 간호병으로 참전한 은혜를 만나게 되고 둘은 우여곡절 끝에 사랑을 확인하지만 은혜는 낙동강에서 전사하고 이명준은 전쟁 포로가 된다.

 포로를 교환하는 곳에서 북한과 남한 장교들이 이명준을 차례로 설득하지만 이명준은 한마디만 계속해서 내뱉는다.

“중립국”

그에게 중립국이란 아무도 나를 아는 사람이 없는 땅, 하루 종일 거리를 싸다닌대도 어깨 한 번 치는 사람이 없는 거리.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도 모를 뿐더러 알려고 하는 사람이 없는 곳이었다.

결국 중립국으로 가는 배에서 명준은 날아다니는 갈매기를 은혜와 딸의 환영으로 보고 바다에 뛰어들어 자살한다.

▲ 해냄 책 이야기

이 작품은 분단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최초의 장편소설이다. 그 이전까지 자유당 정권의 반공 이데올로기 때문에 분단에 대한 논의 자체가 불가능 했으나 4.19혁명 이후 비로소 논의가 가능해졌고 남북의 단순한 대결구도에서 벗어나 이상적인 사회 구조에 대해 논의할 수 있게 되었다. 최인훈은 광장을 통해 현실 문제를 가장 직접적으로 거론했고 현실에 발을 딛고 이상과 환상을 얘기한다. 즉, 최인훈은 당대 현실을 인식하고 그것을 소재삼아 작품을 생산해 낸 것이다.

오늘날, 사상과 양심의 자유가 보장이 되는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도 문화계 블랙리스트나 국정화 교과서와 같이 자신의 이데올로기만이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는 아직 존재한다. 광장은 그런 틀에 맞춰진 이데올로기를 비판함으로써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고 있다. 또한 현재 국면하고 있는 문제점에 대한 근원적 의미를 추구하는 데에 있어 큰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최인훈의 광장에서 이명준은 현실에 대한 투철한 인식 없이 남북한을 양자택일식으로만 인식하고 결국 제 3국으로 가는 과정에서 자살을 하게 되는, 새로운 광장 창조에 대한 열망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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