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철한 시대속의 사랑

▲ ⓒ네이버 영화

 전망 좋은 방이라는 비디오를 선택한 이유는 우선 첫째, 포스터라는 소설가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서이다. 우선 난 드러내놓고 표현한 영화를 좋아하기 보다는 심리소설이나. 스릴러를 선호하는 편이다. 포스터는 심리소설가로서 난 그의 세심한 심리묘사 수법이 맘에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포스터의 소설 중에서 전망 좋은 방을 선택한 이유는 왠지 제목이 운치가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전망 좋은 방이 나오는데 이 방으로 인해서 소설이 진행되고 끝을 맺기 때문에 제목을 이렇게 지은 것 같다. 어쨋든, 이 제목은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아이보리에 의해 영상화되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제임스 아이보리의 영화들은 '매트릭스 세대들'에게는 잘 그려진 수채화를 감상하는 정도의 감흥밖에는 없을 수도 있다. 기발하고 기괴한 것을 선호하는 이들에게는 피카소의 추상화가 더 흥미로울지도 모른다. 물론 아이보리의 영화는 회화적이고 아름다운 구도로 유명하다. 그러나 그의 영화를 좀 더 가까이 접근하면 피상적인 아름다움 넘어 존재하고 있는 치열한 지적 혼돈의 세계를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어느 시대든지 변하지 않는 인간본성에 관한 끊임없는 의문들, 현대를 반영하는 사회상,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대표적 지성들의 탁월한 통찰력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제임스 아이보리 영화가 예쁘게 포장된 구태의연하고 지루한 문예물이라고 단정짓기 전에 말초적인 자극만을 원하는 현대인들의 얄팍한 습성에 대한 분별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미술과 디자인 전공으로 다져진 회화적 감각 1928년 6월 7일 캘리포니아 버클리에서 태어난 제임스 아이보리는 우리 나라 나이로 벌써 72세로 접어든 말 그대로 '노장' 감독이다. 거의 40년간 작품활동을 해온 그는 약 25편의 작품을 선보였다. 활동 기간에 비하면 그리다작이라고는 할 수는 없지만 장기간 활동을 중단한적 없이 꾸준하고 왕성하게 신작을 발표해 오고 있다. 그의 작품은 특히 화면구도나 분할, 색채에 있어서 고급스러운 회화적 느낌을 강하게 풍기는데 그것은 그가 오레곤 대학에서 미술을 공부했고, 세트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 USC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USC에서 미술과 영화를 복수 전공한 그는 1957년 대학에서 영화학 학위를 받기 위해 직접 촬영하고 연출한 <베니스: 테마와 다양성>이란 작품이 '뉴욕타임즈'지에 의해 '가장 독창적인 필름 베스트 10'에 선정되는 영예를 누리며 화려하게 영화계에 데뷔했다. 그후 베니스와 뉴욕 등지에서 다큐멘터리를 만든 후, 수년간 인도에 머물면서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게되는데 이것이 그의 일생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일생일대의 중요한 만남으로 이어진다. 바로 인도 출신의 프로듀서 이스마엘 머천트와 여류 소설가 루스 프로워 자발라와의 만남이 그것이다. 이스마엘 머천트는 제임스 아이보리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그의 가능성을 예견했고 루스 프라워 자발라 소설의 열렬한 팬이었던 아이보리는 그녀와의 만남을 통해 그녀의 소설을 영상화할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하게 된다. 이들은 머천트-아이보리 프로덕션을 설립하고 아이보리의 대표작들을 제작하면서 세계 영화계에서 입지를 굳히게된다. 이들의 첫 공동 작품은 루스 프라워 자발라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세대주>. <구루>와 <봄베이 토키>에 이르기까지 서로 이질적인 문화권의 삶을 주제로 작업을 계속해오다 가 미국으로 돌아온 아이보리는 뉴욕의 버려진 한 맨션을 무대로 문명의 탄생과 멸망에 관한 영 화 <야만인>을 만들었다. 20년대 할리우드를 뒤흔든 패티 아버클 스캔들에 관한 <와일드 파티> 이후, 아이보리는 미국 메이저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서 머천트-아이보리 프로덕션을 설립한다. 3백 만불이 넘지 않는 예산안에서 최대한 작품의 질을 높이기로 방침을 정한 이들은 헨리 제임스 원 작의 <유럽인들>과 <보스턴 시민들>을 만들었다. 이들의 최고 작품 중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는 <유럽인들>은 19세기 외국에서 온 사촌들의 방문을 받게 된 미국의 한 가족에 대한 이야기로 이 질적인 문화의 충돌과 교합을 그려냈다. 이 작품은 80년 아카데미 의상상을 수상했다. E.M. 포스터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전망 좋은 방>, <모리스>, <하워즈 엔드>는 아이보리의 대표작이자 동일한 주제와 관점을 가진 3부작으로 손꼽힌다. 아이보리는 "포스터의 소설은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을 지니면서도 보수와 진보의 충돌을 잘 나타내고 있다. 특히 포스터가 살았던 1900년대의 생활상은 현란하고 우아해서 영화로 옮겼을 때 아름다운 영상미를 표출해낸다."며 포스터 소설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86년에 발표한 <전망좋은 방>은 비평가들의 찬사와 함께 2천만불의 박스 오피스 흥행을 기록했다. 투스카니와 라틴 문화권에 모인 일단의 영국인들을 통해 유머와 리버럴리즘의 등장을 표현한 이 영화는 다음 해의 <모리스>로 이어진다. 포스터의 동성애에 대한 불안을 놓치지 않으면서 주인공들의 흔들리는 심리를 대중적인 공감대를 고려하며 세련되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머천트-아이보리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모리스>에서 아이보리 감독은 "사람은 감정이 흐르는 대로 사랑할 권리가 있다. 비록 그것이 현재의 도덕에 반대되는 형태일지라도 그 권리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역설한다. <하워즈 엔드>로 칸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는다. 이 영화에서 호연 한 안소니 홉킨스와 엠마 톰슨 커플은 그 다음해에 만들어진 <남아있는 나날>에 동시에 캐스팅된다. 엠마 톰슨과 바네사 그레이브의 우정을 그린 도입부가 국내 개봉 당시에는 모두 삭제되어 극전개가 매끄럽지 못했다.

▲ ⓒ전망좋은 방

보기 전에도 그랬듯이 난 영화가 맘에 들었다. 우선 여자 주인공이 주인공이라는 점이 더욱 맘에 들었다. 그러니까 여성의 심리를 섬세하게 들어내놓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관습에 따라가느냐 아니면 사랑에 따라가느냐라는 갈림길에서 우리의 주인공이 선택한 것은 격렬한 사랑이었다. 그 당시 시대상으로 보았을 때 그렇게 하기에는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 여자는 그렇게 했고 그래서 우리는 박수와 찬사를 보낸다. 내가 만약에 그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도 난 그렇게 하기 힘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 번 뿐인 인생이니까 좀 더 마음이 가는 데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헨리 제임스와 같은 측면도 발견이 되었다. 헨리 제임스의 여인의 초상은 그 여인이 전통과 관습으로 인해서 어쩔 수 없이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는 것을 썼다면 이것은 좀더 다른 방향으로 접근을 시도한 느낌이 드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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