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했던 유벤투스, 부족했던 바르셀로나

오늘 새벽에 열린 2016/17 UEFA 챔피언스리그 8강전 첫 번째 경기가 끝났다. 두 경기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도르트문트와 AS모나코의 경기는 버스 폭발 사건으로 하루 미뤄졌다. 그래도 오늘 주목하는 경기는 당연히 유벤투스와 바르셀로나의 8강 1차전 경기였다. 지난번 결승전에서 마주쳤던 두 팀은 유벤투스의 리벤지매치로 진행되었고 바르셀로나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그리고 마침내 디발라의 멀티 골과 키엘리니의 쐐기 골로 바르셀로나에 3-0 승리를 거둬 복수에 성공했다. 바르셀로나는 원정경기라고 하지만 3실점을 허용해 또다시 16강전 파리생제르망(이하 PSG)과의 경기와 같이 기적을 바랄 수밖에 없게 되었다.

충분했던 유벤투스, 디발라의 맹활약

(출처 = 유벤투스 공식 홈페이지)

역시 디발라는 유벤투스의 핵심이었다. ​메시와의 맞대결을 기다린 디발라는 메시앞에서 보기 좋게 자신의 플레이를 보여주며 멀티 골이라는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디발라의 선제골은 그가 가지고있는 '천재성'을 보여주기 충분했다. 콰르도라의 돌파 후 패스를 받은 디발라는 딱 하나의 공간을 보고 슈팅을 날렸고 득점으로 연결시켰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만주키치의 패스를 다이렉트 슈팅으로 연결시켜 자신의 능력을 선보였다. 이날 조용했던 메시와는 달리 유벤투스 홈 구장을 들썩이게 만든 장본인이 디발라였던것이다.

디발라 활약도 있었지만, 유벤투스를 만든 알레그리 감독의 전술도 빛바랬다. ​이날 유벤투스의 포메이션은 4-2-3-1로 나왔지만 사실상 4-4-2가 변형된 전술이었다. 이과인과 디발라가 투톱을 이루고 콰르다도, 피야니치, 케디라, 만주키치가 미드필더 진형을 지켰다. 콰르다도는 특유의 빠른 발과 돌파능력으로 마티유를 괴롭혔고 주로 왼쪽에서 유벤투스의 공격이 진행됐다. 반대쪽 만주키치는 굉장한 활동량을 가져가며 바르셀로나의 오른쪽 라인에 불편함을 주었다. 사실상 디발라의 득점으로 승리를 가져간 유벤투스지만 만주키치의 활동량도 득점만큼 눈에 띄는 장면 중에 하나였다. 알레그리는 바르셀로나를 맞아 전방에서부터 강한 압박을 가져가는 전술을 택했고 만주키치의 활동량과 조직된 수비력을 잘 보여주는 경기가 되었다.

바르셀로나가 실점 이후 득점을 위해 공격적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알레그리는 이에 잘 대응하는 전술로 바르셀로나를 묶어버렸고 이로 인해 바르셀로나는 상대진영에서 빈 공간을 찾는데 굉장히 힘들어했다. 알레그리는 마지막에 바르잘리를 투입하며 단단한 벽을 더욱더 견고하게 정비했고 결국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칠 수 있게 되었다. 사실상 알레그리의 전술과 유벤투스의 조직적인 모습이 바르셀로나를 완벽하게 부숴버렸다.

부족했던 바르셀로나, 엔리케의 아쉬움

(출처 = FC바르셀로나 공식 홈페이지)

이에 반해 바르셀로나는 다시 한번 '캄프 누의 기적'을 바래야 한다. 지난 16강 PSG와의 경기에서 원정에서 0-4로 패했던 바르셀로나는 PSG​를 홈으로 불러들여 기적을 바래야 할 수밖에 없었다. 누구도 바르셀로나의 승리를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홈에서 6-1로 PSG를 꺾으며 기적적인 8강 진출을 이뤄낸 것이다. 이로 인해 바르셀로나는 아직 강하다는 것을 증명했고 8강에 진출해 다시 챔피언스리그에서 바르셀로나를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만난 상대가 지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만난 유벤투스와의 대진이 확정되었다. 기적을 써내려간 바르셀로나는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자세였다. 그러나 1차전이 끝난 지금 다시 바르셀로나에 대한 의문이 나오고 있다.

물론 이번 유벤투스와의 경기는 베스트 멤버가 아니었다. 미드필드의 중심인 부스케츠가 부상으로 빠지고 왼쪽 풀백자원인 호르디 알바가 경고누적으로 나오지 못하게 되었다. 이에 엔리케는 부스케츠 자리에 마스체라노를 올리고 수비진엔 알바대신 로베르토를 기준으로 피케, 움티티, 마티유가 선발로 나섰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라인업으로 나온 엔리케 감독은 당연하게 알레그리에게 당했다. 특히 부스케츠의 공백이 가장 눈에 띄게 나타났다. 부스케츠는 수비형 미드필드 자리에 있지만, 공격의 시작을 하는 자리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부스케츠는 빌드업 능력이 뛰어나 바르셀로나의 특유의 공격형태를 할 수 있는 이유 중에 하나다. 하지만 부스케츠를 대신한 마스체라노는 부스케츠의 그림자를 지우지 못했고 전반전에는 계속 볼을 돌리기에 바빴다.

엔리케도 몰랐던 것은 아니다.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마티유와 안드레 고메스를 바꾸며 대대적인 자리이동을 했다. 마스체라노는 중앙 수비수로 내려가고 움티티는 왼쪽 풀백으로 이동했으며 이니에스타가 미드필드 중앙에 위치했다. 자리 이동을 했을 뿐인데 바르셀로나의 공격은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전반전에 보이지 않던 메시가 점점 나타나기 시작했고 이니에스타의 볼배급으로 빌드 업을 통한 공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엔리케의 대처가 너무 늦었고 알레그리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알레그리는 3번째 골 이후 수비를 견고하게 다졌고 엔리케의 전술변화에 대응하는 모습을 통해 더이상 바르셀로나가 유벤투스 골문을 노리지 못하게 했다.

결국, 결과는 유벤투스의 3-0 완승으로 끝났다. 엔리케의 대처가 늦었다는 점과 오히려 선발을 후반전에 보여줬던 라인업으로 나왔다면 오히려 유벤투스가 쉽게 올라오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경기는 끝났다. 다음 주에 열릴 8강 2차전을 준비하는 방법밖에 없다. 과연 유벤투스가 안정적으로 준결승에 올라갈지, 아니면 바르셀로나가 또다시 '캄프 누의 기적'을 보여줄지 기대를 할 수밖에 없다.

 
저작권자 © MC (엠씨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