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포토컨텐츠<벚꽃>

출처-진실의 길 장유근 기사

 

몇 시간 전만 해도 우리는 모두 입가에 미소가 가득했다. 친구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이기에 다들 들떠있었고 마음속엔 설렘으로 가득 차있었다. 고등학교에서 새로 사귄 친구들이라 더 친해질 생각과 기대감으로 행복한 제주도에서의 봄날을 상상하고 있었다. 허나 햇살같이 따뜻한 온기로 가득 찼던 아까와 달리 지금의 공기는 너무나 차가웠고 장난기가 많던 친구들도 점점 사태의 심각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오로지 배의 손잡이와 빨간 구명조끼에 우리의 몸을 맡겨야했고 조끼가 부족한 탓에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줄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이 또래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아직 나이가 어린 갓난아이도 있었다. 아기를 보며 나는 내 동생이 떠올랐고 동시에 부모님이 생각났다.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내놨지만 지금은 배터리가 다 떨어져서 더 이상 연락할 수가 없었다. 몸 조심히 잘 다녀오라던 엄마의 문자가 생각났고 나는 친구들이 슬퍼할까봐 티내지 못했던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하지만 눈물이 다 나오기도 전에 배 안은 점점 차가운 물이 들어서왔고 나뿐만아닌 모두가 지쳐있었다. 앞으로의 고등학교 생활이 너무나 궁금하고 내 인생의 앞날이 아직 창창하다고 느꼈었는데 나는 지금 이순간이 내 인생의 마지막이 될 거란 것을 직감했다. 엄마와 아빠, 동생, 친구들 그리고 내가 아끼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해달라고, 앞으로 그들이 내 인생의 몫까지 잘 살아주기를, 아픈 곳 없이 건강하게 살아달라고 두 손 모아 하느님께 기도를 드렸다. 우리의 죽음은 차갑겠지만 몇 달만 지나면 기억에서 없어지는 연예인 열애설처럼 우리가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빨리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죽더라도 나라는 사람이 있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누구보다도 더 사랑하는 나의 부모님에게 먼저 가서 죄송하고 미안하다고, 감사하고 너무나도 보고 싶다고 말하고 싶다.

 

출처-한국경제 장세희 기자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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