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을 향한 인종차별, 뿌리를 뽑아야 한다.

지난 주말 열린 토트넘 핫스퍼와 밀월과의 FA컵 8강전이 6-0 토트넘의 대승으로 막을 내렸다. 당연한 결과였고 토트넘은 밀월 보다 한 단계가 아닌 몇 단계는 위에 있었기 때문에 쉽게 올라갔다. 특히 이날 손흥민은 선발출전 기회를 잡아 3골 1도움을 올리며 토트넘이 대승을 거두는데 기여를 했고 자신의 잉글랜드 진출 후 첫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완벽한 경기였지만 한가지 문제가 생겼다. 바로 밀월의 서포터들이 노래를 부르는 순간부터 모두가 인상을 찌푸리는 일이 생겨났다.

DVD부터 인종차별까지, 말도 안되는 소리

(출처 = 토트넘 핫스퍼 공식 홈페이지)

"DVD!!DVD!!", 손흥민이 공을 잡으면 밀월 팬들이 외치던 소리였다. 극성 팬으로 소문난 밀월 서포터들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인종차별에 대한 야유를 계속 보내기 시작했다. 예전 아시아인들이 불법 복사한 DVD를 많이 판다는 소문에 DVD로 손흥민에 대해 차별적 야유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들은 "세 개에 5파운드로 판다."라는 노래로 계속해서 손흥민을 자극시켰다.

밀월 서포터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DVD에 이어서 "그는 니네집 라브라도르(개의 일종)을 잡아먹는다."라는 노래를 부르며 손흥민을 넘어 아시아인을 향한 인종차별적 노래가 불리기 시작했다. 그 후에는 손흥민이 공을 잡을 때마다 "Nuclear(핵폭탄)"라거나 원숭이 울음소리를 내면서 조롱했다.

이는 손흥민에게만 하는 것이 아닌 아시아인 전체를 비하하는 것이다. 밀월 서포터들은 이미 훌리건으로 유명하다. 손흥민과의 맞대결 전 레스터스티와의 16강전에서도 오카자키 신지를 향해 비슷한 인종차별적 구호와 노래를 불렀다. 레스터시티 전 감독 라니에리 감독은 밀월과의 경기 후 흥분의 도가니 속에 빠진 밀월 경기장으로 인해 원정 팬들과 선수들이 한동안 나가지 못해 굉장히 위험한 분위기를 맞이한 적이 있을 정도이다. 손흥민에 대한 야유와 조롱은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설기현이 울버햄튼에 뛰고 있을 당시부터 시작됐다.

2005년 밀월 서포터들이 당시 울버햄튼과의 맞대결에서 설기현이 공을 잡을 때마다 "DVD"를 외치며 설기현을 조롱했고 12년 뒤인 2017년이 돼서 대상만 손흥민으로 바뀌었을 뿐 그들은 여전히 인종차별적 조롱을 계속하고 있었다.

이번 토트넘과 밀월의 FA컵 8강전이 끝나고 해리스 밀월 감독도 팬들에게 자제를 부탁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축구에서나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이다. 축구 팬들 중에는 지나치게 흥분해 본연의 스포츠 정신을 잊은 사람들이 많이 있다. 바람직하지 못하다. FA가 정식 조사를 해 엄중한 처벌을 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축구계 인종차별 반응은 항상 문제가 되고 있었다. FA는 인종차별적 야유와 조롱을 심각한 문제로 문제를 삼아 철저하게 조사를 통해 강력한 제제와 처벌을 내리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잠시 스쳐 지나가는 일이 되고 있으며 완전히 없어졌다고 할 수 없게 되고 있다.

손흥민이 처음이 아니다. 이제는 사라져야 할 때

(출처 = UD라스팔마스 공식 홈페이지)

이미 축구계에서 많은 인종차별로 문제가 된 적이 있다. 대부분 서포터들이 외치는 조롱과 야유에서 나오기도 하지만 선수들 사이에서도 나올 만큼 인종차별은 끊이없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 선수들을 살펴보면 기성용이 스코틀랜드에 뛰던 시절 원숭이 소리를 내며 아시안인을 조롱하는 행위를 했고 박지성이 퀸즈파크 레인저스에 뛰던 시절 에버튼의 한 서포터에게 '칭크(chink)'라는 말을 들었다. 칭크는 '찢어진 눈'이라는 뜻으로 서양인이 동양인을 비하할 때 사용하는 말이다. 

결국, 이 팬은 구속을 당했고 이청용 역시 볼튼에서 뛰던 시절 인종차별 발언을 듣게 되었는데 그 당시 욕설을 한 훌리건은 벌금과 함께 3년간 영국 내 모든 경기장 출입 금지 처분을 받았다.

아시아인만이 차별을 받는 것은 아니다. 가장 대표적인 인종차별을 당한 선수는 케빈 프린스 보아텡이다. 보아텡이 AC밀란에서 뛰던 시절 친선경기에서 인종차별적인 노래가 나오자 볼을 관중석을 향해 차버린 뒤 심판에게 말을 전달한 후 경기장을 떠나버렸다. 사태를 파악한 밀란 선수들은 보아텡의 행동을 지지하면서 모두 경기를 포기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또 다른 선수인 다니엘 알베스는 바르셀로나 시절 리그 원정경기에서 훌리건이 던진 바나나를 침착히 주워 그 자리에서 먹어치우는 장면을 보여줬다. 인종차별로 모욕감을 느끼는 대신 재치있게 받아냈고 이후 바나나 캠페인이 시작되어 네이마르, 발로텔리 등 유명 선수들이 바나나를 먹는 모습을 SNS에 올리기 시작했다.

(출처 = 토트넘 핫스퍼 공식 홈페이지)

이처럼 경기를 거부하거나 재치있게 받아넘기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이들이 일부 팬들의 인종차별 행위를 쉽게 넘겼다고 해서 축구장 안에서 수십 년째 이어진 인종차별이 계속돼서는 안된다. 경기장을 찾은 일부 팬들의 인종차별 행위로 경기가 중단되려면 주심이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 뒤 규정에 따라 인종차별 당한 선수와 각 팀 주장에게 알리게 되어있다.

이후 경기중단에 대해서 동의를 한다면 심판과 현지 경찰관이 상황판단을 한 뒤 경기 중단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이제는 인종차별을 막기 위해서는 과감하게 경기를 중단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밀월과의 경기에서 기분 좋게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많은 관심을 불러온 손흥민. 하지만 해트트릭보다 인종차별에 대한 기사가 더 많이 올라오고 있다. 축구를 좋아하는 한국 팬들에게는 '잉글랜드 진출 이후',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최초의 해트트릭'을 작성한 손흥민의 기분 좋은 기사를 더 많이 보고 싶지 않았을까. 인종차별로 더렵혀진 밀월 서포터들의 강력하고 신속한 징계가 주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제 축구장에서는 서로 팀을 응원하는 소리만 들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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