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계획으로 떠난 여행

 9월 30일 금요일, 나와 동생은 4일 동안 늘어져있을 엄청난 계획을 가지고 기분 좋게 집을 갔다. 다음 주 월요일은 개천절이 빨간 글씨로 달력 안에 기똥차게 포지셔닝 되어있었다.

 금요일 저녁, 퇴근하신 아버지가 치킨과 맥주를 사들고 오셔서 티비를 보며 편안한 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치맥을 하며 티비를 보던 중 VJ특공대라는 프로그램에서 전주 한옥마을을 소개하고 있었다. 그때 쌍둥이 동생이 "우리 중국 여행 이후로 여행 간 적 없는데 여행이나 갈래요??"라는 말을 하였고, 다음날 아침 전주로 출발했다.

 

10월 1일,  집 →해인사 → 전주한옥마을 → 숙소

 차를 타고 출발하면서 우리는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과거 계획 없이 서울, 보길도, 거제도, 전주, 정선 등 전국을 돌아다녔다. 이처럼 무계획 여행이 처음이 아닌지라 암묵적으로 각자의 역할이 정해져있어, 관광지와 맛 집, 그리고 숙박까지 모든 계획을 20분 만에 완성시켰다.

 우선 첫째 날은 합천 해인사를 들렸다가 전주 한옥마을을 구경하고 임실에 있는 숙소에서 고기파티를 했다. 다음날에는 담양으로 가서 죽녹원과 메타세쿼이아 길, 그리고 소쇄원을 들린 후 집으로 돌아왔다.
 

<해인사>

▲ 해인사 가는길 ⓒ이수성

 울산에서 출발한지 2시간 40분 만에 합천 해인사에 도착!! 차를 내리자 맑은 공기가 폐 속을 가득 채웠고, 편안한 발걸음으로 우리는 절로 향하였다. 절까지의 길은 산책로같이 되어 있었는데 숲과 조화를 잘 이루고 있었다

 

▲ 해인사 입구 돌덩이 ⓒ아빠
▲ 입구 돌탑 ⓒ아빠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며 산책로를 걸어가다 보니 눈 깜짝할 사이에 해인사 입구에 도착하였다. 입구에는 해인사임을 알리는 커다란 돌덩이 하나랑, 이상한 기둥이 우리를 맞이했다. 
 

▲ 해인사 내부 ⓒ이수성

 절 입구에서부터 오랜 역사만큼이나 커다란 나무들이 많았고, 건물에 쓰인 자제들 역시 상당히 오래되어서 알 수 없는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둘러보다가 대웅전 뒤쪽으로 가면 팔만대장경판이 보관되어있는 건물이 있다. 건물에는 창문이 많아서 바람이 불 때마다 퀴퀴한 냄새가 났다. 마당 안쪽에 들어가서 보고 싶었지만 출입이 통제되어있었다.
 

▲ 팔만대장경판이 있는 건물 ⓒ아빠

 평소 절을 자주 찾았던 우리는 오랜만에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었고, 올라왔던 산책길을 따라 해인사를 빠져나왔다.

 


<전주한옥마을>

 충분히 힐링했던 해인사를 떠나 전주한옥마을로 향하였다. 연휴의 시작이라서 그런지 여행 온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전주 한옥마을에 도착한 나는 팸플릿에서 한옥마을이 형성된 역사를 알 수 있었다. 전주한옥마을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만 마을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는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 전주 한옥마을 ⓒ한국관광공사

 과거 한옥마을은 을사늑약 이후, 대거 전주에 들어오게 된 일본인들이 처음 거주하게 된 곳으로 상업이 발전하였었다. 이는 일본인들에게 성안으로 진출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고 이후 1934년까지 3차에 걸친 시구 개정에 의하여 전주의 거리가 격자화되고 상권이 형성되면서, 서문 일대에서만 번성하던 일본 상인들이 전주 최대의 상권을 차지하게 되었으며, 이러한 상황은 1945년까지 지속되었다.
 1930년을 전후로 일본인들의 세력 확장에 대한 반발로 한국인들은 교동과 풍남동 일대에 한옥촌을 형성하기 시작했고, 현재 대한민국 관광명소인 한옥마을이 되었다.
 

▲ 전동성당 ⓒ이수성
▲ 전동성당 ⓒ아빠

 

 

 

 

 

 

 

 

 

 

 
 한옥마을에서 전동성, 경기전, 토담길 등을 둘러보았다. 또한 다양한 먹거리와 초코파이를 맛보았고, 예쁘고 아기자기한 공예품들을 구경하며 재미있게 시간을 보냈다.

 

 

10월 2일, 죽녹원 →  메타세쿼이아길 → 소쇄원 → 집 


 

 <죽녹원>

 두 번째 날 아침, 우리는 힐링 도시로 유명한 담양으로 향했다. 담양은 관광명소가 많기로 유명한데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죽녹원을 먼저 들렸다.
 

▲ 죽녹원 입구 ⓒ아빠

 죽녹원에 도착하여 유명한 대통 밥맛 집에서 점심 식사를 한 뒤, 댓잎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먹으며 매표소를 지나 안으로 들어갔다. 원래는 이렇게까지 유명하지도 않았고 사람들도 적당히 많았다고 한다. 그러다 2015담양세계대나무박람회 당시 죽녹원도 공사를 하여, 입구도 넓히고 숲 안에 건물과 산책로들을 정비하여 세계 각국의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 죽녹원 ⓒ아빠
▲ 철학자의 동상 ⓒ아빠

 

 

 

 

 

 

 

 

 

 

 우리 가족은 사람들을 피해서 숲 좌측에 있는 외진 산책로로 발걸음을 옮겼다. 외진 곳이라서 그런지 사람들도 얼마 없고, 대나무도 더 굵고 시원시원하게 뻗어있어 사진 찍으며 산책하기 좋았다.
산책을 마친 우리는 대나무숲을 재빨리 빠져나와 두 번째 행선지인 메타세쿼이아길로 향했다.

 


<메타세쿼이아길>

▲ 메타세쿼이아길 ⓒ네이버 지식백과

 죽녹원에서 5분 정도를 달려 메타세쿼이아 길에 도착했다. 도착하기 전에는 '뭐 길이 다 똑같은 길이지 별거 있겠나?'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생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긴 길이의 산책로와 큼지막한 나무들이 길 양쪽으로 나있으니,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
 

▲ 메타세쿼이아길 ⓒ아빠
▲ 메타세쿼이아길 ⓒ아빠

 

 

 

 

 

 

 

 

 

 

 

주변이 온통 산이라 공기도 좋았고 사람도 얼마 없어서 산책하기에는 딱인 길이였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과 함께 온 여행객들이 특히 많았다. 나도 내 가정이 생겼을 때 이런 명소를 많이 돌아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소쇄원>

▲ 소쇄원 입구 ⓒ이수성

 두 시간 정도의 산책을 끝내고, 조선 최고의 민간 정원이라고 불리는 소쇄원으로 향했다.
소쇄원은 조선 중종 때 선비인 소쇄공 양산보의 주도로 이루어졌으며, 조선시대 선비들의 만남과 교류의 장이었다고 한다. 다양한 조경수목이 사계절 내내 눈을 즐겁게 해주고 정원 중간에는 계곡물이 흐르고 있어 동화 속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 소쇄원 ⓒ이수성
▲ 소쇄원 ⓒ이수성

 

 

 

 

 

 

 

 

 

 

 

안쪽으로 들어가니, 계곡과 다양한 종류의 나무들 덕분에 매우 시원했고 청량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이곳도 주변이 온통 산이라서 그런지 공기가 상당히 깨끗했다. 또한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어 그런지 참 다람쥐와 다양한 벌레들이 많았다. 나중에 돈 많이 벌면 이런 곳을 만들어서 휴양하러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 가족은 소쇄원을 마지막으로 여행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번 계획 없이 무작정 떠난 여행도 매우 성공적이었다. 오랜만에 떠난 가족여행이라 그런지 여행을 대하는 태도와 느낌 자체가 매우 새로웠다. 이번 여행은 오랜만에 가져본 힐링이었고, 내가 생활하는데 있어 큰 힘이 될만한 추억이었다. 내년 2월에 군대를 가기 전에, 겨울방학 때 가족들과 여행을 한번 더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때도 물론 무계획으로 떠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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