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자들에게 무엇이(어떤 프레임이) 더 가치 있는가

▲ 수저계급론 (출처 : 중앙일보)

최근 SNS상에서 유행하는 재미난 신조어가 있다. 바로 ‘금수저’와 ‘흙수저’인데, ‘금수저’는 부모의 재력과 능력이 좋아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아도 풍족한 생활을 즐길 수 있는 사람, ‘즉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라는 의미에서 금수저이고, ‘흙수저’는 부모의 능력이나 형편이 넉넉지 못해 경제적인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자란 사람, 금수저의 반대 의미로서 흙수저다.

 

▲ 금수저와 관련된 빅데이터 키워드 분석 (출처 : 뉴스젤리)

 이 신조어가 지적하는 사회의 문제점은 바로 ‘세습’이다. 금수저와 흙수저를 만드는 요인은 자신이 아닌 부모 때문이라는 것이다. 계속해서 흙수저는 흙수저 낳고, 금수저는 금수저를 낳고. 마지막엔 흙수저 가문과 금수저 가문으로 나뉠 것이다. 결국, 부모가 흙수저면 자신도 어쩔 수 없이 흙수저로 살아야된다면 정말 비참한 인생일 것이다.

 

▲ 흙수저와 관련된 빅데이터 키워드 분석 (출처 : 뉴스젤리)

그러므로 우리 사회를 위해서라도 이런 대물림을 막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대물림 되는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다. 금수저도 자신이 저축한 돈을 몇 대에 걸쳐 소모하면서 생활한다면 분명 재산을 다 탕진해버릴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금수저들은 세 대가 거듭될수록 더욱 금수저가 되고 있다. 저축된 돈의 양 이외 다른 원인이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 (출처 : 교보문고)

토마스 프랭크의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란 책은 미국 캔자스 주의 정치적 사례를 바탕으로 가난한 자들이 보수당을 투표하는 이유를 분석한 책이다. 확실히 민주당은 가난하거나 노동자 계급을 위한 당이다. 이들을 위한 정책도 많이 펼치고, 위의 신조어를 적용하자면 금수저보단 흙수저들을 위한 공약을 내세웠다, 이에 반해 공화당은 기업과 부자에게 부과하는 세금을 줄이는 금수저들을 위한 공약을 내세웠다.

 

캔자스 주는 낙후된 지역이고 노동자들이 많은 지역이다. 즉, 흙수저들이 많은 캔자스가 민주당에 투표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캔자스는 공화당의 손을 들어주었다.

 

흙수저들 스스로 자신들을 위한 각종 경제 정책들을 포기해버린 것이다. 흙수저들이 금수저로 바뀔 기회를 발로 차버린 셈이다. 흙수저들을 위한 정책을 포기하고 금수저들을 위한 정책을 선택한다면 당연히 흙수저들은 더욱 흙수저로, 금수저들은 더욱 금수저로 대물림 될 수밖에 없다. 캔자스 주 사례를 통해 금수저, 흙수저가 대물림 되는 원인 중 하나가 밝혀졌다. 바로 정치적 선택 때문이다.

 

▲ 캔자스 주 전경 (출처: 한국어 위키백과)

캔자스 주의 사람들은 왜 금수저와 흙수저가 대물림 될 수밖에 없는 선택을 하였을까? 위에서 언급했듯이 캔자스 주는 노동자 위주의 가난한 계층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흙수저가 되는 것이 즐겁고 행복해서 흙수저를 이어나가기 위해 이러한 선택을 하진 않았을 것이다.

 

캔자스가 공화당의 손을 들어준 이유는 바로 민주당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의 ‘가치’가 달랐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흙수저들을 위해 경제적으로 부익부 빈익빈이 완화될 수 있는 정책을 내세웠지만, 정작 흙수저들은 경제적인 정책을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반면 공화당은 경제적인 정책 대신 ‘낙태 금지’, ‘동성혼 금지’ 등에 대한 정책을 내세웠다. 그리고 이는 캔자스 주의 흙수저들이 공화당을 뽑게 만든 주 요인이 되었다.

 

기독교 중심 사회였던 캔자스 주에게 ‘낙태’와 ‘동성혼’은 ‘경제’보다 더욱 중요한 아젠다였고, 전통적인 기독교 사회 가치관과 맞아 떨어지는 공화당의 정책은 완벽히 먹혀들어갔다. 민주당은 유권자들이 무엇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유권자들의 Needs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그래서 캔자스 주의 흙수저들이 금수저들을 위해 투표한 것이 잘못되었거나 멍청하다고 할 순 없을 것이다. 그들이 더욱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을 얻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흙수저들은 곰곰이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과연 ‘낙태’와 ‘동성혼’이 ‘경제’보다 중요한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선거를 앞두고 항상 ‘북한’, ‘불화론과 정치 스캔들’, ‘의료 문제’, ‘복지 문제’ 등 다양한 선거 프레임으로 들고 나온다. 그리고 유권자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잘 파악한 당이 승리한다. 결국, 선거는 프레임 싸움인 셈이다. 캔자스 주와 한국 둘 다 지금까지는 ‘경제’ 프레임보단 다른 프레임을 중요하게 생각했었다. 그래서 금수저와 흙수저가 대물림되는 것은 당연했을 수도 있다.

 

▲ (출처 : 뉴스 1 코리아)

물론 이번 한국 총선은 약간 상황이 다르다. 다수의 국민이 민주당을 선택했고, 여소야대의 형국이 이뤄졌다.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피부로 느낀 ‘경제 문제’를, 다른 것들보다 중요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하고 싶은 말은 가난한 사람들이 무조건 ‘경제’ 프레임에 관심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란 것이다, 과거나 캔자스 주는 다른 프레임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 프레임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고, 지금은 다른 프레임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 프레임을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말이다.

 

지금까지 선거에 있어 어떠한 프레임을 들고 나오는 것이 중요한가에 대해 분석해보았다. 받아들이는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먹힐 수도, 먹히지 않을 수도 있다. 지금 한국은 경제 프레임이 먹혔다. 물론 이 선택이 금수저와 흙수저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겠지만, 프레임의 중요도는 상대적이란 것을 알게 된 만큼 각 당들은 앞으로 유권자들의 Needs를 잘 파악해야 할 것이다.

 

 

참고내용 :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토마스 프랭크,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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