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트루먼 쇼”를 통해 본 법과 관습, 그리고 cctv에 투영된 세계의 슬픔

지상 최대의 리얼리티 드라마 “트루먼 쇼”
▲ ⓒ 트루먼쇼 포스터

  220개국 17억의 시청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트루먼은 태어난다. 그리고 수천대의 카메라가 그가 태어남과 동시에 살아가는 모습을 24시간 생생하게 찍어낸다. 정작 주인공인 트루먼 자신은 이 모든 사실을 까마득히 모른 채.

  트루먼은 인위적으로 조성된 거대한 인큐베이터 같은 스튜디오에서 나고 자란다. 그곳의 이웃주민들, 친구들, 아내, 심지어 부모님까지 모두 “트루먼 쇼”에 출연하는 배우들이다.

  피터 위어 감독의 이 영화는 미디어의 홍수 속에 갇혀서 지내면서 온갖 제도와 관습과 법에 묶여 질질 끌려 다니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부자연스럽고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삶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 곳곳을 점령해 버린 “미디어” 라는 거대한 권력의 틀에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는 개인의 사생활 보호문제와 더불어서 인위적으로 짜여진 법과 관습의 틀 속에 갇혀버린 인간의 모습을 트루먼이라는 한 인간의 삶을 통해 고발하고 있다.

ⓒ 트루먼쇼 스틸컷

 

그렇다면 영화 속 트루먼은 실제로 존재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 이다.

  그렇게 말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범죄예방과 안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설치된 400만대의 cctv와 나 스스로 공개한(?) 나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24시간 낱낱이 전세계에 까발려지는 내 사생활이 그 이유 중 하나다.

  또 하나는 “트루먼의 인큐베이터”에서 삶의 행동지침이자 사회를 유지시키는 시스템으로서 존재하는 대본과 같이, 우리 주변에 우리의 행동반경을 규정하고 사고의 틀까지 제공하는 대본, 곧 법과 규율, 관습, 도덕률 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1 나는 저장당하고 있다.

서울에 사는 평범한 직장인 이모씨. 지하철을 이용해 출근에 걸리는 시간은 대략 한시간 반 정도이다. 그녀가 회사에 도착해서 출근카드를 찍기까지 모두 31차례나 cctv에 찍혔다.

(조선일보 2013. 3.31 기사“ 출근서 퇴근까지 15시간 낱낱이 저장 당하는 세상”)

 

  집을 나서면서부터 시작된 나에 대한 기록은 집으로 돌아오기 전까지 돌아오는 동안 95%정도가 기록되고 일정기간 동안 보존된다. 트루먼의 경우도 침실만 빼고 그의 인생 구석구석까지 카메라가 들이대는 바람에 졸지에 그도 거의 95%의 인생을 공개하는 셈이다. 정권 때마다 불거진 국정원의 개인사찰문제도 이런 문제와 맥락을 같이한다. 이렇듯 우리는 이 트루먼 쇼에서와 같이 나도 모르는 사이 찍히고 저장된다. 오늘 하루 무엇을 먹고 마시며, 누구를 만나, 어디로 가는지, 마음만 먹으면 모두 감시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나는 저장 당하고 있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 ⓒ avssecurity.co.za

 

#2 배우들의 마을

  바닷가에서 만난 트루먼과 친구의 대화 속에서 친구는 그 마을의 창조주과 같은 존재인 감독의 지시에 따라, 뭔가 진실을 알고 싶어 일어선 트루먼을 다시 주저앉히기 위해 노력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연기를 한 것이다. 친구의 모든 말과 행동은 대본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달(?)에서 모든 것이 통제되고 조절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트루먼이 사는 마을에 있는 사람은 모두 배우들이다. 가장 절친까지, 짜여진 틀대로 움직인다. 어쩌면 우리의 삶도 법, 제도같은 형식적인 틀에 얽매여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또한 개인의 삶을 지나치게 통제하고 간섭하는 짜여진 각본속에 제한된 자유가 전부인 것처럼 살아가고 있다.

  임순례 감독의 영화 <남쪽으로 튀어>를 보면 주인공은 국가가 자신의 삶에 지나친 간섭과 통제를 자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이제부터 대한민국 국민 안해!’ 라고 외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트루먼은 이 모든 것을 알고 자신이 양육이 아니라 사육되어져 왔다는 사실을 깨닫고 탈출을 기획하고 끝내 성공한다. 그것을 바라보던 전세계 트루먼쇼 팬들은 트루먼의 가장 리얼리티가 드러난 모습에 감동과 눈물을 흘린다. 어쩌면 우리의 삶에 있어서 이런 눈물이 가장 필요하지 않을까?

▲ ⓒ 트루먼쇼 스틸컷

 

법과 관습, 그리고 CCTV.

  우선 법이나 관습, CCTV등이 존재하는 이유는 우리의 삶을 풍요롭고 자유롭게 하는 수단일 뿐이지 그것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 오히려 이런 것들이 얼마나 우리의 삶을 가두고 통제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자기 인식과 분별력이 필요한 것이다.

  또한 우리는 이미 짜여진 드라마 대본과 같이 시스템과 제도 속에 들어와 살고 있지만, 자신에 대한 믿음과 자기자신에 대한 사랑, 그리고 주체적인 사고를 가지고 행동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므로 우리는 매순간 자신에게 물어야한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주체적인 일인지 또한 나를 위한 일인지.

▲ ⓒ 트루먼쇼 스틸컷

 

마지막으로 트루먼과 함께 우리의 인큐베이터 시대를 종언하는 마지막인사를 하자.

“ Good Morning, Good Afternoon, Good Even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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