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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우승은 구글이세돌과 알파고 경기 속 아젠다 세팅과 프레임.
정지훈 Crescendo  |  gorgonzola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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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4.25  01:5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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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을 돌아보는 핫 이슈를 꼽아보자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단연 대중들의 관심을 많이 받았던 것은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대결일 것이다.

 

   
▲ (출처 : SBS)

 한국을 넘어 바둑을 모르는 서양에서도 이 대결은 매우 중요한 아젠다로 다뤄졌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첫 경기가 시작된 3월 9일부터 마지막 경기인 3월 15일까지 지상파 메인 뉴스에선 앞다투어 이세돌과 알파고의 경기를 첫 번째 기사로 보도했고, 연이어 이세돌 관련 리포트 기사, 인공지능 관련 리포트 기사를 보도했다. 심지어 3월 10일 KBS 뉴스 9에선 첫 번째 기사부터 7번째 기사까지 이세돌과 알파고, 인공지능에 대한 기사를 담아 보도했다. 바둑 경기가 펼쳐 졌던 3월 9일부터 15일까지 이 시기는 확실히 ‘이세돌과 알파고’가 언론에 끊임없이 보도되었다. 결국, 3월 셋째 주 모든 사람의 관심은 ‘이세돌과 알파고’에 쏠렸다.

 

 하지만 이 시기에 ‘이세돌과 알파고’에 밀려 우리가 알지 못했던 아젠다들이 있었다.

 

 사람들의 이목이 쏠렸던 알파고와 이세돌의 첫 경기가 펼쳐진 3월 9일엔 ‘윤상현 의원 막말 논란’이 있었다. 총선을 앞둔 당시 이런 막말 논란은 정치적으로 꽤 중요한 사건이었지만 이는 ‘이세돌과 알파고’에 밀려 뉴스의 뒤에 보도되었다. 9일 MBC 뉴스데스크는 1~4번째 뉴스에서 ‘이세돌과 알파고’의 내용을 전한 뒤 5번째 뉴스에서 막말 논란을 다뤘다.

 

 SBS 8 뉴스 역시 1~4번째 뉴스엔 ‘이세돌과 알파고’에 관한 내용을, 막말 논란은 9번째 뉴스로 배치했다, KBS 뉴스 9에서는 19번째 뉴스가 돼서야 막말 논란을 다뤘다. ‘이세돌과 알파고’에 관한 뉴스는 3~4개씩 보도하며 비중을 두었지만, 막말 논란은 3사 모두 단 한 뉴스로만 다루고 끝냈다. 또한, 9일은 세월호 존치교실 이전에 대한 잠정 합의가 이뤄졌던 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아젠다 역시 우선순위에 밀려 SBS만 25번째 뉴스로 보도했을 뿐, 다른 지상파 뉴스에선 보도되지 않았다.

 

   
▲ 지상파에선 보도되지 않은 아젠다 (출처 : JTBC)

 10일 역시 문재인 의원의 비서실 통신 내역을 검찰과 국정원이 조회한 내용이 밝혀져 파문이 있던 날이지만, 3사의 첫 번째 보도는 여전히 '이세돌과 알파고' 뉴스였다. 심지어 지상파 3사 메인 뉴스 어느 곳에서도 통신 내역과 관련된 뉴스는 없었다. JTBC만이 11번째 뉴스로 짤막하게 보도했을 뿐이다.

 

 물론 ‘어느 아젠다가 중요하다’라고 단정 지어 말하기엔 어려운 감이 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우리는 ‘이세돌과 알파고’라는 아젠다가 아젠다 세팅되었기 때문에, ‘윤상현 의원 막말 논란’, ‘세월호 존치교실이전 잠정 합의’, ‘문재원 의원 통신 내역 조회 사건’이라는 아젠다에 대중들이 관심을 가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세돌과 알파고’라는 아젠다가 아젠다 경쟁에서 이겼을 뿐이다.

 

 언급되었던 다른 아젠다가 중요하지 않아서 아젠다 경쟁에서 패배한 건 아니다. 총선을 앞두고 일어났던 정치적 스캔들 사건이나 우리가 그렇게 잊지 말아야 한다고 주창했던 세월호 사건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할 수 있다. 반면 ‘이세돌과 알파고’ 아젠다는 사실 그냥 바둑대결이다. 이 바둑 대결에서 승리하는 것이 우리 사회에 중요하지 않을 수 있고, 실제로 이세돌이 패배했는데도 우리 사회가 크게 바뀐 건 없었다.

 

 하지만 대중들은 ‘이세돌과 알파고’가 중요한 아젠다라고 인식했다. 이는 과연 단순하게 미디어에서 많이 보도해서일 뿐일까? ‘이세돌과 알파고’가 아젠다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흥미로운 프레임 때문이었다.

   
▲ (출처 : KBS)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엔 ‘인간과 기계의 대결’이라는 프레임이 붙었다. ‘바둑 9단 이세돌 vs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인류대표 이세돌 vs 인공지능 대표 알파고’가 주는 느낌은 확실히 다르다. ‘인간과 기계’란 프레임이 붙은 순간부터 우리는 단순한 바둑경기가 아닌 인간과 인공지능의 자존심 싸움으로 경기를 바라보게 된 것이다.

 

 ‘인간과 기계의 대결’이란 프레임은 마치 이세돌이 지면 인류가 기계에 패배해서 결국 기계에 지배당해버린다는 듯한 느낌까지 든다. 만약 실제로 이 경기에서 이세돌이 졌을 때 인공지능 로봇들이 인류를 정복해버린다면 인간의 입장에서 이 아젠다는 위에 어떠한 아젠다보다 중요한 아젠다일 것이다.

 

   
▲ (출처 : SBS)

 그리고 실제로도 사람들은 알파고가 인류를 위협하는 로봇처럼 인식하기 시작했다. 연합뉴스 3월 11일 기사에선 “알파고가 이길 수밖에 없는 불공정 게임”이라고 주장했고, SBS 8시 뉴스 3월 11일 보도에서는 “1인과 200대의 싸움”, “알파고 자체가 반칙이라는 주장이 인터넷에 오르고 있다”, “이세돌의 기보는 만천하에 공개됐지만 알파고는 베일에 가려져 있어 공평하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라고 주장했으며, SBS CNBC ‘경제와이드 백 브리핑 시시각각’ 3월 10일 방송에선 “공해 괴물 알파고” “알파고는 이세돌과 대결하면서 필요 이상의, 혹은 상상보다 더 많은 공해물질을 배출하고 있었다.” “이세돌은 하루 세 끼만 먹고 CPU 1,200개를 돌려야 하는 기계 괴물과 거의 비슷한, 혹은 더 나은 능력치를 보일 수 있었다. 인간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느끼는 순간이었다” 라고 주장했다. 미디어에서 알파고는 인류의 적이고 공포의 대상이자 나쁜 녀석처럼 묘사되고 있었다.

 

 그냥 바둑기사인 이세돌과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의 바둑대결은 ‘인간과 기계’라는 프레임을 통해 인류를 지키는 인류 지식의 대표 이세돌과 인류를 위협하는 최고의 인공지능 로봇 알파고의 대결로 바뀌어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이 프레임을 만들었을까?

 

 이는 정치권의 조작이었을 수도 있고, 미디어의 이슈 몰이일 수도 있지만, 이 글에선 ‘구글’의 인공지능 사업을 위한 초석이라는 초점으로 분석해보겠다.

 

 구글은 인공지능 사업에 관심이 많았다. 그리고 이 알파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도 훗날 의료, 산업 인공지능을 위한 발판이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알파고는 바둑만 둘 줄 아는 프로그램이다. 정말로 의료와 산업 인공지능 개발을 목표로 한다면 알파고가 아닌 다른 의료, 산업에 적용 가능한 테스트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목표에 다가가는데 더욱 효과적이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구글은 어떠한 목적으로 알파고를 만들었을까? 알파고와 이세돌의 경기에 부여되었던 ‘인류와 기계의 대결’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거슬러 올라가면 알파고를 만들어낸 의도를 알아낼 수 있다. 구글은 이세돌과의 경기를 추진하기 전부터 이세돌에게 mankind(인류)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인간 바둑기사 중 최고라며 이세돌을 치켜세웠다. 알파고가 뛰어나다는 걸 강조하지 않고 이세돌이 뛰어나다는 것을 강조했다.

 

   
▲ 무한도전 멤버 유재석이 기계같은 모습을 한 광희에게 알파고라고 말한다. 최근 예능이나 실 생활에서 계산적이거나 똑똑하면 우스갯소리로 알파고라고 부르는 게 당연해졌다. 그만큼 알파고가 똑똑하고 계산적인 기계의 대명사가 되었다는 뜻이다. (출처 : MBC 무한도전)

 그러자 미디어에서는 앞다투어 이세돌을 인류대표라고 칭하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이세돌과 맞붙는 알파고는 인공지능 대표가 되었다. 그리고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기자 알파고는 구글이 최고라며 극찬했던 이세돌보다 뛰어난 로봇이 되었다. 그리고 ‘인간과 기계’ 프레임을 통해 결국 알파고는 인류를 능가하는 최고의 로봇이 되었다.

 

 프레이밍을 통해 단순한 바둑 프로그램이 최고의 인공지능 로봇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은 앞으로 구글의 인공지능 사업에 있어 상당히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구글은 대중들에게 이미 인류를 뛰어넘은 인공지능을 가진 회사이며, 완벽하고(이세돌에게 한번 지긴 하였지만) 인류가 생각하지도 못한 것을 계산해내는 인공지능 기술을 보유했다는 인식을 갖게 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은 사람들에게 훗날 구글이 인공지능 사업을 펼치는 것에 대한 엄청난 신뢰감을 안겨줬다.

 

 구글은 자신들이 보유한 인공지능은 완벽하다는 말을 직접 하진 않았지만, 이세돌과 알파고의 경기 속 ‘인간과 기계’라는 프레임을 통해 대중들에게 말했고, 이는 어떠한 홍보와 설득보다 강하게 먹혀들어갔다.

 

   
▲ (출처 : 조선일보)

 이세돌과 알파고의 경기는 흥미로운 프레임이었고 이는 대중들의 중요 아젠다로 발전하였다. 그리고 그 뒤에는 이러한 배경이 숨어있었다. 위 분석처럼 정치적 논제가 아니더라도 프레임은 기업의 마케팅적인 측면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고, 마치 중요한 아젠다처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이는 아젠다 세팅과 프레임이 단순히 정치권에서 쓰이는 전략이 아닌 일상생활 속에서도 대중들에게 작용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현실에서도 우리가 중요하다 생각한 것이 사실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아젠다 세팅과 프레임 이론을 통해 무엇이 중요하고 어떠한 프레임을 가지고 있었는지 파악하는 것은 지식인으로서 굉장히 중요할 것이다.

 

 

참고 내용 :

미디어 오늘 3월 21일 자 기사 「세기의 대결, 알파고 대국에 사라졌던 중요한 이슈들」

코끼리는 생각하지마(조지 레이코프,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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