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효과

 

보이지 않는 전쟁

 

  어느덧 미국에서의 일상이 삶의 일부분이 될 즘, 한국의 정치적·사회적 이슈에 대해 아무런 관심이 없는 하나의 방관자에 불과했다. 당시 본인에게 중요했던 이슈는 북한이 3차 핵 실험을 한 것도, 정부에서 ‘국정화 교과서’를 편찬하는 이슈도 아닌 뉴욕 배수관에 몸에 해로운 병균이 발견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이러하듯 본인의 피부에 와 닿는 이슈 덩어리를 우리는 ‘아젠다’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러한 이슈들은 언론과 정부 그리고 기업 등 다양한 사람들에 의해 우선순위가 선택된다. 이를 ‘아젠다 셋팅’이라한다.
 우리는 이렇게 수많은 ‘아젠다’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에게 어떤 것이 중요한지, 무엇이 자신이 필요한지 등에 관한 고민을 하고 세상을 들여다봐야 한다. 지금부터 2015년 ‘국정화 교과서’라는 이슈를 통해 어떻게 정치적 공방전과 조미료 역할을 할 미디어에 대해 알아보자.


◆ 전쟁의 서막

  지금 뉴스를 켜보자. 그 속에 나오는 내용은 하나같이 부정적인 내용일 것이다. 본인 또한 어린 시절 한가한 주말 오후, 뉴스에선 국회의사당이라는 링 위에 각종 욕설과 육탄전을 펼치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그리고 왜 저들은 저리 싸울까? 그냥 서로 대화를 통해 해결하면 될 것을...이라는 철없는 생각에 빠져있었다. 당시 본인은 그 속의 치열한 전쟁의 공방전을 보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국정화 교과서’라는 이름을 가진 전쟁터 속을 들여다볼 것이다. ‘국정화 교과서’는 2002년 일본 극우에 의한 교과서 파동, 2003년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의 발행 검정화와 정치계의 교과서 논쟁 등 지속적으로 나왔던 이슈이다. 하지만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2015년 10월 국감에서 "지금 대통령이 교육부에 내린 큰 지침으로는 '균형 잡힌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라'는 것"이라는 발언을 하면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가 대통령 지시를 인정한 거 아니냐는 논란이 있다. 이러한 논란이 제기되면서 ‘국정화 교과서’에 찬성한 측은 현재의 역사 교과서는 좌편향적인 면이 있다는 주장을 했다.
 이에 반하는 측은 교과서 집필 과정에서의 왜곡과 찬성 측이 주장하는 것이 잘못된 주장임을 제기했다. 이러한 찬·반의 논란은 여·야 간의 논쟁이 되어버리면서 이분법적인 대립구도에 놓인다. 여기서 우리는 여당과 야당의 말에서 심어놓은 메시지 즉, 그들이 만들려는 ‘프레임’을 알 수 있다. 여당의 경우는 좌편향적인 교과서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흔히 ‘빨갱이’라는 이미지를 고취시킨다. 이에 맞서 야당의 경우는 친일 교과서와 박정희의 이미지 회복과 독재의 정당화라는 프레임을 내세웠다.이렇게 전쟁의 서막이 벌어지게 되었다. 이러한 전쟁을 보지 못 했던 상황에서의 본인이었다면, 왜 서로의 주장에 대해 이야기는 안 하고 그저 자신들의 주장만 내세우는가? 또한, 왜 서로 소통은 하지 않는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을 품을 것이다. 
 하지만 ‘조지 레이코프’의 『프레임 이론』이라는 책에 보면, 상대방의 프레임에 빠지지 않기 위한 방법으로 두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첫 번째 방법은 상대방의 프레임을 무시하고 자신들의 프레임만을 내세우는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상대방이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이슈를 제기하는 것이다. 여기서 수적 열세인 야당의 경우는 ‘조지 레이코프’의 프레임 이론과 같이 적절한 대응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프레임은 여당이 그들의 이슈에 빠져들 수 없는 이슈를 제기한다.


◆ 전쟁의 양상

  야당이 제기한 친일 교과서와 박정희의 독재에 대한 이미지 완화 등과 같은 이슈는 충분히 여당이 빠질 수밖에 없는 달콤한 유혹으로 적절했다. 결국 여당은 이에 맞서 ‘박정희 독립군'설과 같은 단어를 사용하며, 야당의 프레임 속에 갇히게 된다. 이렇게 보이지 않는 전쟁에서 패한 여당.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10년 전 역사 교과서에 대한 발언과 집필진·편찬 심의 위원 비공개, 국방부 참여, 실험용 국정 교과서의 문제점 등장 등으로 여론은 국정화 교과서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 나오게 된다. 이러한 상황을 축소시키기 위해 언론에서는 ‘국정 교과서’에 관한 ‘아젠다’의 빈도를 감소시키려는 노력을 한다. 실제로 밑의 표는 작년 10월 중순, ‘국정화 교과서’와 관련된 기사와 뉴스의 모니터링 결과에서 ‘국정화’ 이슈를 1면 톱에 할애한 일자이다.
 

ⓒ 민주언론시민연합 블로그


 또한, 조선·중앙일보의 경우 국정 교과서 편성 예비비 44억에 대한 보도를 침묵으로 일관했다. 여기서 ‘예비비’는 천재지변 등의 위기에 활용하는 예산이다. 그리고 지상파의 ‘국정화 보도 평균량’은 20건(KBS - 22.5, MBC - 18, SBS - 19)이고, JTBC의 경우는 72.5건이었다. 심지어 반대의 여론이 봇물 터지듯 나오는 이러한 상황에 반대 여론의 방송 보도는 KBS는 1.5건, MBC·SBS는 0건이었다. JTBC는 19.5건으로 가장 높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상파의 의제설정 기능 즉, 아젠다 셋팅의 기능이 상실했다는 평가가 많이 나왔다.
 

ⓒ 민주언론시민연합 블로그


◆ 전쟁의 후유증

  본인이 귀국 후, ‘국정화 교과서’에 대한 소식을 접했을 당시는 모든 전쟁이 끝난 뒤였다. 결과는 ‘국정화 교과서’를 편찬하게 된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사실상 ‘국정화 교과서’의 전쟁이 패전이라는 결말을 피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여당의 경우는 너무 큰 후유증을 남기게 되었다. 10월을 기준으로 대통령을 평가하는 잣대를 보면 알 수 있다.
  10월 여론이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를 하는 상황에서 10월 첫째 주는 경제 분야에서는 다소 부정적이었지만, 외교와 국제 관계를 통해 긍정적인 여론이 많았다. 하지만 둘째 주, ‘국정화 교과서’ 논란에 경제까지 더해져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인 여론이 많이 늘어났다. 그리고 셋째 주, 부정적인 평가 비율이 둘째 주에 비해 22%가 늘어 총 47%의 부정적인 여론의 비율이 증가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2016년 국가 안보라는 프레임을 다시 조장을 했지만, 결국 4.13 총선을 통해 여당은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되었다. 이러한 후유증을 겪게 되는 원인에는 여당이 야당과의 보이지 않는 프레임 전쟁에서의 패배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최근 또다시 야당들이 ‘국정화 교과서 폐지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제 이 전쟁의 2막이 올랐다. 과연, 이번 보이지 않는 전쟁의 승리는 누가 가져갈 것인가? 우리는 이 보이지 않는 전쟁에 대해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본문 출처 : 민주언론시민연합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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