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벌써 한국전쟁이 발발한지 어느덧 60년의 세월이 지나갔다. 60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세월이 지난 만큼 한국전쟁에 대한 기억과 현실은 잊힌 전쟁으로 가까워지고 있다. 전투에 참여했던 청년들 상당수는 사망했으며 생존자들도 어느새 세 전후의 백발이 성성하고 얼굴엔 검버섯과 주름이 가득한 노인이 되었다. 세월이 흐른 만큼 더 가슴 깊이 기억하고 애도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하지만 인간이라면 긴 시간 속 흐름은 파도처럼 흘러가듯 사라지거나 잊히곤 한다. 하지만 한국전쟁은 60년이 지난 세월이라는 시간의 핑계일지도 모른다. 잊힌 존재가 아닌 처음부터 잊은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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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잊힌 전쟁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한국전쟁의 어느 한쪽에 일방적 승리로 마무리되지 않을뿐더러 지금까지도 계속 전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전쟁이 휴전을 맺은 후에도 전쟁 중에 희생된 부상자, 이산가족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고 이러한 과정들이 충분히 공개, 공론화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한국전쟁의 비극, 무책임은 한국의 권력자들도 분명히 이 비극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지만 미국의 영향도 막강하다. 이승만은 패권국가를 차지하고 있고 공군력에서 압도적으로 우세한 구세주인 미국만 온다면 북한을 쉽게 퇴치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승만은 이런 구세주만 목 빠지게 기다리고 미국만 믿은 것에 대한 무지와 무책임도 분명히 있지만 미국의 정치가들과 군 지휘관들은 북한의 침략에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미국의 우리나라에 더 관심을 가졌더라면 남북한 인구의 약 300만 명 이상까지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다. 심지어 한국전쟁에서 미국의 책임 영역이 되었고 제한전쟁으로 되어버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경까지 와버렸고 미소 주도의 국제정치를 바꿀 힘도 없었다.


 한국전쟁은 우리 빼고 모두가 더 좋다면 좋은 전쟁일지도 모른다. 이 전쟁에서 일본은 가장 큰 경제적 혜택을 보았고 유럽의 국가들도 한국전쟁을 계기로 나토가 강화되었다. 미국 회사와 연구소들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도로 건설과 자원 개발 등 국가 인프라 구축 사업의 용역을 따내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지구의 한편에서는 가족을 잃어버리는 사람들의 소리에 고통을 받고 있지만 다른 편에서는 새로운 투자처가 생겼다고 좋아하는 기업가들의 높은 함성소리들로 가득하다. 결국 미국 일본 유럽 국가들은 한국전쟁을 확실히 잊힌 전쟁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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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대에 전쟁이 나지 않길 빌지만 더욱 간절하게 우리가 필요한 것은 앞으로 한국전쟁과 같은 전쟁이 이 세계에서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또한 한국전쟁의 사실에 대해 은폐되거나 묵살될 기억을 드러내는 것, 주입된 일방적 기억을 극복하는 것이 한반도의 평화 통일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지구의 영구적 평화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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