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인생을 지배한다. 당신의 학창 시절을 묻다.

밤이 되었습니다. 주연 스틸컷 ①(제공=U+모바일tv)
밤이 되었습니다. 주연 스틸컷 ①(제공=U+모바일tv)

누구나 한 번쯤은 겪는다는, 상처일 수도 있는, 기억 저 편에 있는 학교생활의 이야기인 학교폭력이라는 주제와, 스마트폰 세대인 현 1020세대에게 익숙한 마피아 게임을 결합한 익숙한 소재가 만나, 독특한 스릴러로 나온 작품이다. 드라마 작품으로서 1시간 12회 시리즈로 이룬 작품이다. 마피아 게임은 흔히 추리력과 정치력으로 이기고 지는 게임이라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생존 게임이다. 경쟁을 무한히 그 공간을 벗어나는 그날까지, 누군가를 찍어 눌러야 내가 이긴다는 경쟁과 실력의 논리가 크게 작용하는 장이다. '밤이 되었습니다.'라고 굳이 작품명을 지은 이유는 마피아 게임의 흔한 안내 멘트를 알려서 단순히 마피아 게임을 우리는 '설명'해요.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높은 학구열을 가진 대한민국을 보여주는 단 하나의 짧은 문장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무조건 참여하라는 야간자율학습, 이탈되지 않기 위해 선택하는 사교육의 열풍, 공교육 질적 저하와 숫자 낙인, 대학만 바라보는 학교 학습 게임은 본 게임이 아니라, 학교에서 벗어난 공간에서 학습 게임이 진짜 게임이라고 우리는 안다.  그리고 이 게임은 우리 사회 전반의 게임으로 전반적으로 투영되고 재생산이 지금도 이루어지고 있음 또한 우리는 안다.  '투표로 OOO 님이 처형됩니다.'라는 멘트도 단 몇 시간 만에 사회적 타살을 당할 수도 있는 극한의 압박 속에서 던져진 우리의 아이들에게 차마 미안하다는 말을 못 할 만큼, 이 폭력에 대해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지 메시지를 이 드라마는 던진다. 부모와 선생님, 교육 체계의 구조에도 의문을 던진다.

밤이 되었습니다 스틸컷 ②(제공=STUDIO X+U)
밤이 되었습니다 스틸컷 ②(제공=STUDIO X+U)

이 게임은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게임에서, 수많은 고통과 욕망이 시계 추와 같이 진동하는 우리의 마음을 울리게 한다. 이탈하는 순간, 생명의 죽음이냐, 사회적 고립이냐의 문제는 우리 모두의 문제다. 게임 참여자로서 고통과 이탈자로서 고통의 비교선상에서, 우리는 늘 삶에서 이 딜레마를 마주해야 한다. 오징어 게임도 우리가 인기를 끌었던 그 이유도, 오징어 게임의 표면을 좋아했던 것이 아니라, 이면을 우리는 알고 있기에, 열풍이 불었던 것이다.  어쩌면 이 고통도 우리가 좋아하는 이유는, 원동력이라고 애써 씌운 명분으로, 생존을 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보아야 할까.  그리하여 우리는 내가 원해서, 좋아해서 한다고 말하고, 애써 문제의 본질을 알면서 외면하고, 체념하며 당연하다고,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하고 있지 않을까. 행복보다 고통이 회상하기 쉬운 이유는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한 '학습'이라고, 사회생활을 하기 위한 '무기'가 되어 줄 거라고, 우리는 의심하지 않은 체 확신한다. '빨리 방법을 찾아서 집에 가자'라는 대사는 피할 곳은 아이들에게 집뿐이며, 잠에서 깨어나면, 여기저기 수단을 찾고 붙잡으며 움직여야 하는 한국 학생들의 80%가 느낀다는 '사활을 건 전장'으로 출근을 해야 하는 점을 알린다. 슬프다, 그리고 아프다.

학교폭력 역할 모델 다이어그램(본인 제작)
학교폭력 역할 모델 다이어그램(본인 제작)

시청자에게 이 드라마는 묻는다.  나의 역사는 나의 행위로부터 쓰인다. 그리고, 이 역사는 타인의 역사가 되며, 모두의 역사가 된다. 우리는 원치 않아도 때론 가해자였고, 피해자였다.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각각의 캐릭터에도 위의 역할 모델이 작동하고 있다. 한 역할에만, 고정되지 않고 돌아가며 역할이 작동한다. 의자 게임의 원리와 같다. 반장, 부반장, 일진, 모범생, 운동부 등의 역할도 주목된다. 학교 폭력 피해 사실을 외부에게 알리지 않은 이유도, 모두 다 같은 부모의 소중한 자식이라는 점도, 먼 훗날 공개 될지도 모르는 아이들의 비극은, 여전히 현실의 아이들에게도 남아 있다. 마지막으로 군중심리, 사내정치, 눈치, 지능으로 스트레스를 압도적으로 버텨온 당신에게 씁쓸한 위로를 전한다.

익숙한 종소리, 또래 문화, 가감 없는 현실적인 대사로 시청자에게 몰입을 이끌게 한다. 추리를 주연과 함께 하도록 이끌며, 때로는 시청자 스스로 소름 끼치게 깨닫는 교훈적 요소도 곳곳에 등장한다. 단순히 잔인한 공포 드라마라고 생각하지 않고 본다면, 시청자에게 공감은 크게 다가온다. 결말의 대사 구절 하나하나가, 서사의 핵심을 짚는다. 이 작품은 시청자에게 경험을 복기하며 고통을 마주하도록 한다.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바라볼 때, 얻는 깨달음이 크다. 이 작품은 연출의 미적 감각보다, 스토리의 집중 부각한 점도 돋보인다. 부모 역할과 학생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강력 추천한다.

다시 한번 묻는다. 당신의 학창 시절과 동생들, 미래 아들·딸의 학교생활은 과연 안녕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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