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할 수 밖에 없는 미래시장을 등한시하는 대구

출처: 이기혁
출처: 이기혁

 

 2023년 11월 12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롤드컵 경기를 직관했다. 경기 당일 아침부터 준비를 마치고 대구에서 부산까지 기차를 타고 갔다. 한국 팀인 T1과 중국팀 JDG의 4강이었다. 날이 추웠지만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T1이 결승에 진출하던 순간은 인생에서 잊지 못할 순간으로 남았다. 결승전은 집에서 관람, 소위‘집관’하였다. 과거의 영광과 비교하며 한 물 갔다는 소리를 듣던 나의 우상 페이커가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순간을 전 세계 4억 명과 함께 모니터로 지켜봤다. 감격스러웠다. 우승 인터뷰 당시 페이커는 저를 응원하러 여기 와 주신 분들, 집에서 보고 계시는 분들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4강 경기 관람 후 시간상 대구로 돌아가기엔 빠듯해 숙소도 잡아야 했다. 주머니와 시간이 넉넉하지 않아도 서울보단 비교적 가까운 지역이라 위안 삼았다. 서울에서 열리는 경기들은 당연히 예매조차 하지 못했다. 서울은 왕복 교통비만 10만 원에 가깝고 시간도 많이 든다. 식사 비용, 주말이 포함된 숙소비용까지 포함하면 20만 원 돈이 훌쩍 넘는다. 대구에 거주하는 E스포츠 팬들은 조건을 하나하나 다 따져야 한다. 서울은 지하철 하나면 다 해결된다.


 젊은이들에게 대구는 E스포츠 불모지다. 대구에도 게임산업과 지역 인재 육성을 위한 글로벌 게임센터가 있다. 하지만 타 지역과 비교하면 E스포츠 문화 조성은 거의 없는 수준이다. 지역 문화 활성화보다는 게임 제조에만 노력한다. 결정적으로 E스포츠 경기장이 없다. 경기장은 프로 선수들의 경기 장소 제공은 물론이며 이를 통해 관람객, 투자 유치 등을 유도할 수 있는 기능을 한다. 경기가 없을 때는 대관이나 동호회, 지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여러 행사들을 진행할 수 있다. 이러한 인프라 구축을 통해 지역 문화 콘텐츠 및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효과가 있다. 

 

출처: 대전광역시 네이버 공식 블로그
출처: 대전광역시 네이버 공식 블로그

 


대구에도 기회는 있었다. E스포츠 여러 종목들이 자카르타 아시안 게임 시범 종목으로 채택된 2018년 다음 해인 2019년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산업 육성 및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자치단체를 대상으로 E스포츠 상설 경기장을 공모했다. 설계 면적은 350석 규모, 천㎡ 이상이었다. 모든 시가 신청했지만 대구시는 신청하지 않았다. 운영비를 자치단체가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다른 지자체가 운영하는 것을 벤치마킹하여 2차 사업 때 신청하겠다는 입장이다. 


 급변하는 게임 산업 특성상 대구의 행보는 적기를 놓쳤다고 봐도 무방하다. 대전, 부산, 광주가 채택되어 국비 30억을 지원받아 경기장이 준공됐다. 부산에서는 2022년 국제 대회인 MSI가 열렸다. 코로나로 인해 2023년에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롤, 피파, 철권 등 여러 E스포츠 종목들이 금메달을 획득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대회인 롤드컵에서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한국 팀이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대전과 광주, 강원 등은 국내 리그의 결승전 개최지로 거론됐고 대전에서 열렸다.

대전은 2023년 8월 대전 컨벤션 센터에서 2023 LCK 서머 결승이 개최됐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LCK 현장에 갔는데 제가 본 현장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라며 "1만 명이 넘는 현장에 대부분이 20~30대인데 대전에 청년들이 이렇게 많이 모인 적이 언제였는지 궁금할 정도"라고 감탄하기도 했다. LCK 결승 기간에는 대전의 빵집‘성심당’에서는 빵 재고가 부족한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구는 이제라도 지역민의 여가와 문화, 인재 양성과 게임산업 발전에 힘써야 한다. E스포츠를 등한시하지 않고 대구시 차원에서 K 문화로 받아들이며 수용하는 자세가 첫 번째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지역민의 여가, 문화 차원에서 그치는 사업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선례로 대전이 있다. 젊은 층에게 노잼 도시로 불렸지만 LCK 서머 결승 개최를 통해 꿀 잼 도시로 불릴 만큼 지역 홍보와 이미지 개선이 이루어졌다. 그 이후의 문화 콘텐츠 개발이나 인재 양성은 나중 일이다. 지금은 대구 도시 전체가 함께 E스포츠 인식 개선에 가장 큰 힘을 쏟아야 하는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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