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란 무엇인가'를 읽고

 

출처: 교보문고
출처: 교보문고

 

 정의란 무엇인가. 맨 처음 책의 표지를 봤을 때 조금 시건방지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책을 읽기 시작한 지 어느 순간부터 내 스스로가 점점 부끄러워졌다.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정의라는 것을 뺄 수 없겠구나’, ‘나는 당장의 나만을 위한 삶을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 후부터였다.

이 책에서 말하는 정의란 시민 의식이 성숙하며 성숙한 시민들이 정치에 너 나 할 것 없이 참여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공동의 선을 구축하며 그것에 그치지 않고 고민하며 판단하는 것이라고 한다. 즉 자기 자신이 속해있는 공동체를 유지하며 발전시키는 것, 그것이 정의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정의란 챙기기 쉽지 않은 철학적인 명제와도 같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는 역사적으로도 주변 국가들로부터 많은 고통을 받아왔다. 불과 7~8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전쟁의 역사는 물론이며, 동족 상잔의 비극이 있던 전쟁도 존재했던 땅이다. 그러나 단기간 내에 말도 안 되는 비약적인 경제 발전을 이루었고 이를 한강의 기적이라고도 부른다. 정치적으로도 마찬가지다. 민주주의가 정착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민주주의를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피를 흘렸는지는 정확한 수치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나라는 어떤지 살펴보기 전에 위에 얘기를 꺼냈듯이 역사 얘기를 조금 더 하고 싶다. 구한말 시기엔 일제강점기, 1945년에는 광복을 맞았지만 광복의 기쁨을 누릴 새도 없이 6.25 전쟁의 비극을 겪었다. 전쟁이 끝난 후엔 지독한 가난과 배고픔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민주주의를 잃어버렸고 먹고사는 데 급급해져 버렸다. 평범한 시민들은 인권이나 정의 따위를 얘기할 시간이 없었다. 일하고 집에 오면 정의에 대해 떠들 시간이 없었을 것이다. 당연히 이때까지는 정의란 상류층, 기득권층이나 떠들어 댈 수 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국가나 다른 외부의 권력이 언론의 입을 틀어막아버렸기 때문이다. 문득 이런 역사들 속에서도 부당한 것을 부당하다 외치며 각자 정의를 위해 한 몸 다 바쳤던 사람들에게 새삼 존경심이 든다.

 언론은 정의를 디폴트 값으로 두고 활동해야 하는 존재다. 돈이 많든 적든, 사회적인 권력이 있든 없든 마찬가지로 누구에게나 쉽게 뉴스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언론은 사회적인 공론장(어젠다)을 형성하여 필수 공공재인 뉴스를 전달하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역사적으로 큰일들이 있던 시기에는 정의를 논하기 어려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은 얘기가 다르다. 현재 한국은 문맹률이 매우 저조하다. 고등 교육을 받은 시민들이 많아졌고 그것은 그만큼 똑똑한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기성 언론만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떠들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1인 미디어와 같이 누구나 언론이 될 수 있으며 영향력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을 넘어 한 언론사보다 더 무지막지한 힘을 가진 사람들도 많다. 대 SNS의 시대다. 트위터, 페이스북이 대세인 시대를 지나 현재는 유튜브, 인스타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설명한 것들을 요약하자면 이제는 한국도 정의를 논할 때가 되었다는 뜻이다. 평균적으로 먹고 살만하며 많은 사람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았으며 언론의 입을 막을 존재도 없다. 즉 미디어 리터러시가 필요해진 시기라는 뜻이다. 앞서 얘기한 부분 중 고등 교육을 받은 시민들이 많다고 했다. 하지만 과연 이들이 시민의식이 성숙하다고 할 수 있을까?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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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 리터러시를 얘기하는 이유는 책에 나오는 문장의 영향이 컸다. “성숙해도 정치에 참여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라는 문장이었다. 스스로가 시민 자치에 참여하여 스스로의 운명을 보살피게 하는 것, 그것이 정의라는 것이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쉽게 말해 가짜 뉴스, 즉 자신과 공공에게 해가 되는 뉴스를 거를 줄 아는 능력을 함양하는 것이다. 한국에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활발해졌으면 한다. 이를 통해 각자 행동에 책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우리들 스스로 정한 공동의 법칙으로 정의롭게 행동하는 한국적인 사회를 꿈꾼다. 물론 이것 말고도 다른 방법들도 많을 것이다.

 마이클 샌델은 우리들에게 메시지를 던지는 역할, 즉 생각하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이것만으로도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교회로 따지면 전도하는 사람인 셈이다. 정의란 무엇인가 대한 명확한 해답은 없는 것 같다. 만약 그것을 정립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면 그 사람은 신에 가까운 존재이거나 신일 것이다. 신이 있다면 그가 말하는 것이 정의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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