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없는 정의가 있기에 역사는 전진한다.'를 보여준 영화
허탈함과 꺼림칙함의 분노가 지금도 이어진다면..

적절한 시기의 적절한 역사가 만난 물 만난 물고기 같은 영화라고 느껴지는 한국 현대사의 핵심 사건인 10.26 사건(박정희 대통령 암살 사건) 이후부터 12.12 군사 반란(전두환 신군부 쿠데타) 까지 다룬 군사 내부 세계를 적절하게 풀어낸 영화다.  오랜만에 극장가에서 영화를 보았는데, 선택에 후회가 전혀 없을 만큼, 모처럼 한국 현대사를 대중들에게 쉽고 깊게 전달한 영화는 오랜만에 보았다.  불과 40여 년 전의 이야기인데 멀게만 느껴지는 건, 등잔 밑이 어둡다라는 속담처럼, 잘 다루지 않는 역사가 되었다는 점.  'MZ세대가 이 영화를 통해 역사를 알게 되었다.'는 한 언론사의 보도 문구를 보았을 때, 내가 현장에서 들은 MZ세대 관람객의 소감은 '이 영화의 역사 사건을 잘 모르지만, 시청하는 동안 내내 감정으로 계속 분노를 자아냈다.' 고도 일맥상통하지 않을까. 

떠오르는 교훈 몇 가지가 있다.  모든 것을 단순하게 판단하는 힘의 이데올로기, '강한 물리적 힘으로 국가를 지킨다.'는 가치와, 삐뚤어진 애국심으로 발생한 공권 폭력이 결코 영원한 정의일 수는 없음을 알려준다. 권력이 영원할 거라고 외치는 주인공의 쿠데타 명분은 군사문화로부터 비롯된다.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순혈주의, 연고주의, 계파 갈등, 명령과 복종, 줄 세우기 등 우리 사회의 병폐를 총망라하는 이면의 모습도 보인다.  법의 충돌에서도 많은 의미를 보여주는데, 모두가 따르지 않거나, 권한을 가진 자가 남용한다면, 법은 선악의 편에서 넘나들 수 있다는 점도 알린다. '무능한 지휘관이 유능한 적보다 더 무섭다.'는 격언이 반짝! 전구 켜지듯 떠올랐는데, 피라미드형의 대표 내부 사회인 군대조직에서 보여준 무능하지만, 사익을 위해 아슬아슬한 인맥 줄타기는 여전히 우리에게 남아있음을, 직책에 맡긴 책임에 대한 무거운 정의로운 폭력을. 전달한다.

서울의 봄 스틸컷 ⓛ(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서울의 봄 스틸컷 ⓛ(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카르텔, 어느 사회에 있다 한들, 어떤 역할을 하느냐가 중요한데, 마지노선을 넘는 순간 그것은 범죄집단으로 전락하게 된다.  지금 현재가 역사로 다뤄진다는 점을 비춰볼 때, 이 영화를 보는 의미는 더욱 깊어진다.  대한민국의 공권력을 쥐고 있는 기관이 무엇인지, 무슨 권한을 행사하는지, 관련된 현대사 사건은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생긴다면, 충분한 서사 전달을 하는 영화다. 탐욕을 채우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불사하는 '전두광'의 모습은 우리 가까이에도 있지 않는지, 일상 속의 마키아벨리즘과 선택적 정의에 대해 반성하게 한다.

서울의 봄 스틸컷 ②(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서울의 봄 스틸컷 ②(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군사정권에서 군사정권으로 권력 이동하는 과정에서, 물리적 위력을 행사할 수 있는 실질적 권한을 가진 군인들의 폭주하는 욕망을 막을 수 있는 건,  그 내부로서의 자정작용을 하고자 하는 정의관을 확립한 군인들이 있었다. 이에 영화에서 나오는 '이태신' 장군은 지휘관으로서 차가운 고뇌, 뜨거운 분노를 번갈아 행하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외로운 길을 꿋꿋이 가는 참군인의 모습이 관객들에게 결코 지는 싸움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인상을 남기는 단 몇 마디의 발언으로 총부리보다, 입이 강하다는 점을 알려준다. 

이 영화의 연출도 재미있는 점이다. 긴장감을 놓지 않기 위해 장면 전환이 빠르면서 복잡한 인물의 이해관계를 쉽게 전달했다는 점.  역사 배경을 모르는 관람객을 위해, 인포그래픽, 상황 설명자막을 친절하게 삽입했다는 점. 조명을 이용한 인물 감정 묘사로 시선을 유도해 지루한 역사물이 되지 않도록 한 점도 흥미롭다.  연인, 친구, 선후배, 남녀노소 가를 거 없이 강력히 추천한다. 꼭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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