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알아가고, 나 외부 세계를 이해하려 지식의 바다에 눈과 손으로 노를 젓는 한 인간으로서, 지식의 거리가 늘어갈 때마다 늘 고민에 휩싸였다.  그럴 때마다, 흔들리는 나를, 삶의 중심을 잡아주었던 책은 철학 분야의 책이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본격 진입하면서, 전 세계 경기부양을 위한 중앙은행의 양적완화로 불러온, 거대한 자산 거품으로 인해 우리 사회의 소비 욕구는 더욱 강렬해졌다. 명품 소비 1위 국가 대한민국, 양극화된 소비문화, 사회적 박탈감과, 인간 소외로 괴로워하는 청춘들을 향해, 조그마한 위로가 될, 인간의 지성으로 이 진실을 파헤쳐 보자.

소비의 사회 책 전면표지(출처=문예출판사)
소비의 사회 책 전면표지(출처=문예출판사)

이 철학자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자면, 미디어와 대중문화, 미디어와 소비사회의 분석 대표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1927~2007)이다. 우리에게는 익숙한, 고등학교 생활의 윤리 교과서에서 한 번쯤은 만나본 철학자로 유명할 만큼, 그의 철학은 아직도 현대사회에 깊은 인상을 주고 있다. 나는 당면한 이 현실 세계에 적용해서 이 작가를 환기하게 되었다. 그의 냉철한 놀라운 통찰은 아래의 문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기호에 의해 보호받고, 현실을 부정하면서 살고 있다. 이것이 기적적인 안전이라는 것이다.”/“기호가 의미하는 것은 대체로 아무래도 좋은 것이다.”/“미디어는 현실 세계를 지시하지 않는다.”/“소비 활동이 포함되고 의미를 갖게 되는 코드에 기초한 의미작용 및 커뮤니케이션 과정의 측면으로 본다면 이 소비는 교환체계이며, 언어 활동과 같다.”/“소비자는 자유롭게 자기가 원하는 대로 또 자신의 선택에 따라 타인과 다른 행동을 하지만, 이 행동이 차이화의 강제 및 어느 한 코드에 대한 복종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다.”/

<책 일부 발췌 31p, 81p, 138p>

사유하는 장 보드리야르 (출처=대학신문)
사유하는 장 보드리야르 (출처=대학신문)

 

보드리야르는 현대 서구사회, 자본주의 세계관이 작동하는 사회의 소비 질서를 밝혀내고자 했다. 예를 들어, 세탁기를 분석해 보면, 본연의 역할은 옷 세탁이지만, 인간은 여기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세탁기를 살 수 있는 구매력을 가졌다는 위세, 가사노동의 육체적 해방으로서의 행복감이 우리의 소비를 이끄는 고유한 영역이라고 말한다.  이 영역이 바로 '기호'이고,  기호는 타인과의 차이를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해 작동한다고 주장한다. 이 커뮤니케이션의 출발 선상은 미디어에 주목한다.

“대중적 유포현상은 고유의 기능인 대중매체를 갖고 있지만 그 내용에 대한 고유의 논리는 갖고 있지 않다.” / “욕구는 생산의 산물이 아니라, 욕구 체계는 생산체계의 산물이다.”/ “모든 선전은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선전은 의미작용을 할 뿐이며 결코 개성적인 것이 아니다, 그 의미작용은 모두 차별적이며, 한계적이고 조합적이다./ “선전의 의미 작용은 차이의 산업적 생산에 속한다. 이것이 소비의 체계를 가장 강력하게 정의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소비사회에서 자아도취는 독자성의 향유가 아니라 집단적 특성의 굴절된 모습이다.”

<책 일부 발췌  105p, 129p>

예를 들어, 사소한 필기구 하나라도, 타인과의 차이를 느끼기 위해, 물건을 선택하고 소비하는 것이 인간이다. 본질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우리 계속 망각할 것이다. 언제나, 미디어가 말하는 설계된 자기실현적 소비로, 우리에겐 사실상 마리오네트에 가까운 그러한 소비로 진행한다. 이 모든 것들이 여전히 우리 도처에 살아 숨 쉬고 있다.

내가 손에 향유하고 있는 이 모든 것들이 사실, 나의 자유의지가 원해서 소비하는 물건들이 아니라, 타인과의 구별을 느끼기 위해, 설계된 위세를 느끼기 위해 하는 것은 아닌지, 미디어가 주입하는 세계상을 나에게도 비판 없이 수용하고 있는 건 아닌지,  책의 사유로, 되돌아보는 자아 성찰의 기회를 얻게 해주었다. 이 책을 읽으면 무척 혼란스럽다. 마치 통속의 뇌라고 느껴질지도. 이 책을 읽게 만든 동기에 관한 생각 또한 누군가의 주입으로 만들어질 상상의 세계일지도, 모르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허무주의와, 지나친 물신주의 비판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들이 나를 객관화하는 시각으로 보인다.

미디어와 소비에 관해 피로감을 느끼는 분들에게 꼭 추천한다.  이 책 속의 복잡한 논리 전개에서, 당신의 머릿속을 개운하게 해줄 문장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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