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에 나타난 우리 사회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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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층민의 생활 공간, 반지하의 탄생

 영화 <기생충>에서 주인공 기택의 가족은 '반지하'에서 생활한다. 반은 지상에, 반은 지하에. 거실의 창문이 건물 밖 외부인의 발아래에 위치한 주거 형태를 말한다. 반지하의 시작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1968년 박정희 정권 당시 전쟁에 대한 긴장감 고조는 '전시체제에서 서울시민 350만 명을 대피시킬 방공호를 지하에 건설하라'라는 발표로 이어졌다. 이후, 1970년 '인구 20만 명 이상의 도시에는 지상층 연면적 200제곱미터인 건축물을 지으려면 지하층을 만들어야 한다'라는 규정을 신설하여 건축법을 제정하였다. 이것이 반지하의 시작이다. 그러나, 전쟁은 발발하지 않았고 법에 의해 만들어진 반지하는 낭비되는 빈 공간이 되었다. 당연히, 건물주와 집주인은 원래 목적 이외의 용도로 반지하를 활용하고자 했다. 돈을 벌기 위해 지방을 떠나 수도권으로 몰려든 가난한 사람들이 주요 타깃이 되었다. 이들은 반지하에 세 들어 살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서울을 비롯한 근교 지역에 셀 수없이 많은 반지하 주거 형태가 형성되어 오늘날에 이르렀다. 유럽, 미국, 중국, 일본 등 해외에도 반지하 주거 형태가 존재하긴 하나 한국처럼 많은 사람이 거주하는 일은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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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 거주민의 깊은 곳에 자리 잡은 '냄새'

 영화 <기생충>에서는 '냄새'와 '침수'를 중심으로 반지하의 열악한 모습을 표현했다. 특히, '냄새'는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단어였다. 자본가 계층의 가족인 막내 다송이는 기택과 충숙 그리고 가정의 냄새가 모두 같다며 킁킁거린다. 기우는 모든 가족이 다른 세제를 써야 하는 것이 아니냐 말하지만, 기정은 이미 우리 몸에 깊숙이 자리 잡은 냄새라며 쉽게 바뀌지 않는다 한탄한다. 영화의 후반부에서는 '냄새'가 '살인'의 동기가 되기도 한다. 동익이 피투성이 근세를 보고도 그에게 풍기는 냄새 때문에 순간 얼굴을 찡그리는 장면이 나온다. 다친 사람을 보고도 고작 '냄새' 때문에 얼굴을 찡그리는 비인간적인 동익에 기택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동익을 살해한다. 이러한 비극이 영화로 표현되기까지 현실에선 반지하 거주민의 고충은 얼마나 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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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기생충>에서 보여주듯 크고 넓은 창을 가진 부자 동익의 집과는 달리 기택의 반지하 집은 지나가는 사람의 하반신이 겨우 보일 정도의 작은 창뿐이다. 이는 반지하 가정이 일조, 환기, 습기 등 사람이 건강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시설이 부족한 주거 형태에서 살고 있음을 보여준다. 열악한 환경은 영화에서 강조한 '냄새'를 만들기도 하지만 실내 오염, 천식, 알레르기, 우울증 등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건강을 위협하는 독이 된다. 가장 안전하고 편안해야 하는 '집'. 어떤 이들은 가난하다는 이유로 '집'에서도 아파야 한다. 지난 2020년 서울시는 영화 <기생충> 속 공간적 배경이 된 반지하 주거 형태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겠다며 지원 계획을 밝혔다. 맞춤형 집 수리. 습기와 곰팡이를 제거하고 환기가 이뤄지도록 제습기와 환풍기를 지원하고 사생활 보호를 위한 창문 가림막, 화재 예방을 위한 화재경보기를 설치해 주는 제도였다. 과연 실질적인 문제 해결이 될 것이라 판단한 것인가? 또 얼마나 장기적으로 지원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인가? 여러 의문만을 가져온 제도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2023년인 지금, 반지하를 없애버리겠다는 서울시의 정책이 쏟아져 나오는 시점에 과거 집 수리 사업은 반지하 주거 형태의 본질적인 문제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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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지 않은 삶의 터전

  영화 <기생충>에서 동익의 아내 연교가 그저 미세먼지를 없애준 비로 생각한 날씨는 기택 가족의 터전을 없애버린 주범이다. 영화 속에나 나올만한 이야기일까? 전혀 아니다. 네이버 뉴스 기사에서 '폭우 반지하 참사'를 검색해 봤다. 가장 오래된 사건인 2001년부터 2022년까지 거의 매년 폭우로 인한 반지하 침수,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기후 위기로 인한 재난은 우리 모두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불평등한 사회 구조 속에서 가난한 이들에게 더 많은 피해를 준다. "불평등이 재난이다." 지난 2022년 폭우 참사로 희생된 취약 계층을 추모하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외쳤다. 가난하거나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재난의 위험으로부터 목숨을 잃어야 하는 사회. 봉준호 감독은 영화보다도 더 비극적인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사회를 풍자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덧붙여, 문제를 똑바로 바라보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하는 사람. 그 책임자들은 피해에서 가장 먼 세상을 살고 있다. 홍익대 건축학과 유현준 교수는 결론적으로 반지하는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는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적어도 사람이 살기 위해 갖춰야 하는 '기본'이 되어있지 않은 주거 시설은 사라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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