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난 해 질 녘 노을처럼~
오늘 소개할 영화는 2003년에 개봉한 “클래식”이다.

© 무비클립

 클래식을 보지 않았어도 알 것이다. 자전거 풍경의 너에게 난, 나에게 넌 BGM이 깔리며, 손예진(지혜, 주희)과 조인성(상민)이 청재킷을 우산 삼아 뛰는 신. 수많은 패러디를 낳았고 아직까지도 꾸준히 생성되고 있다.

 클래식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보자면 지혜가 엄마 주희의 보물함을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주희는 여름방학 삼촌네 집에 놀러 가 준하를 알았고, 둘은 첫눈에 반한다. 준하는 개학 후 태수에게 약혼녀(주희) 편지 대필을 부탁받았다. 그러나 주희에 대한 마음을 포기할 수 없었던 준하는 결국 태수 몰래 주희와 사귀게 된다. 행복한 연애도 잠시 사는 세계가 달랐던 둘은 결국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지혜는 엄마의 첫사랑이 자신과 비슷하다 생각했다. 그러나 우산을 통해 상민도 자신과 마음이 같다는 것을 알고 엄마가 못 이룬 사랑 몫까지 이루게 된다.

 어떤 사랑은 풋사과 같고 어떤 사랑은 빗방울 같다. 여러 종류의 사랑이 있지만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는 말이 있듯, 결국엔 돌고 돌아 순수함이 묻어있는 사랑을 찾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나에게 클래식은 청재킷이 아닌 준하의 가로등 장면이다. 환한 조명 아래, 더 하얗게 빛나는 준하의 웃음.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지어지는 무해한 미소가 영화 제목인 클래식을 돋보이게 하는 것 같다.

ⓒ무비클립
ⓒ무비클립

 클래식의 상징적인 물건은 우산, 재킷도 있지만 주희의 목걸이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귀신의 집에 함께 가준 준하에게 헤어지기 전에, 월남에 파병 가기 전에 쥐여주었던. 전쟁통에서 잃어버려 찾으려다 그만 눈을 멀게 하고, 애써 주희에게 돌려주려 했지만 주희가 다시 준하에게 걸어준 목걸이. 실질적으로 둘의 사랑은 이어지지 못했지만 상민이 지혜에게 목걸이를 걸어줄 때 결국에 둘은 이어질 운명이었구나 생각했다. 클래식 OST 수록곡 중 “ 사랑하면 할수록”이라는 곡이 있다. 가사 중 “무지개문 지나 천국에 가도 마음만은 변함없죠”라는 가사를 곱씹어 보면 준하는 인연이라는 것을 믿고 있었을 것 같다. 그래서 자신 혼자 간직할 수 있었을 법도 한 그 목걸이를 아들 상민에게 준 것이 아닐까 한다. 그렇게 해라도 주희와 이어지길 바랐던 준하라면 둘의 사랑이 더욱 안타깝다.

여름비가 추적 내릴 때, 가을바람에 갈대가 부딪혀 살랑거릴 때, 머플러가 코 끝에 닿아 간질거릴 때, 겨우내 시렸던 나무에서 싹이 돋는 모든 순간순간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는 건 꽤나 좋은 일인 것 같다. 언젠가 준하가 눈을 떴을 때 주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안될 정도의 기쁨. 그 사람의 발걸음 만으로 느껴지는 설렘. 어느 평행세계에선 영원히 행복하길 바라며 기사를 끝마친다.

 

 

저작권자 © MC (엠씨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