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보호구역의 무법자

만약 도로 위에서 자동차와 보행자가 부딪치는 접촉 사고가 발생한다면 자동차를 타고 있었던 운전자가 더 위험할까? 보행 중이던 보행자가 더 위험할까? 당연히 상대적으로 보행자가 더 위험할 것이다. 그 보행자가 노인과 어린이같이 사회적 약자라면 더욱이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보행자가 더 위험하기 때문에 단순히 사고의 과실 비율을 운전자에게 더 크게 따지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인천동구청 유튜브

위의 광고는 2020년 7월 KOBACO에서 제작한 <운전자가 보호자>라는 제목의 30초 분량의 짧은 공익광고 영상이다.  어린아이를 인솔하고 있던 선생님이 "준이 보호자님~!"이라며 보호자를 부르자 젊은 여성, 택시 기사, 젊은 남성이 모두 "네~"라고 대답하며 자신이 어린아이의 보호자임을 말하고 있다.  

@KOBACO 공익광고 자료실
@KOBACO 공익광고 자료실

운전자들이 자동차가 아닌 운전면허를 타고 있는 모습과 '운전면허는 보행자 보호 면허'라는 문구를 띄움으로써 운전면허를 가지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보행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KOBACO 공익광고 자료실
@KOBACO 공익광고 자료실

운전자의 시점과 보행 중인 어린아이의 입장을 서로 교차하여 운전자가 스쿨존에서 속도를 줄이고, 전방 주시를 하고, 정지선을 지키는 등의 의무를 다하고 보행자도 똑같이 행동하겠다는 것을 차례대로 보여주고 있다.

@KOBACO 공익광고 자료실
@KOBACO 공익광고 자료실

광고에서는 어린이 보호 차량의 색상인 노란색 스쿨버스와  통학 차량에서 내리고 있는 어린이들을 보여주며 운전자들이 어린이를 보호하는 보호 운전을 해야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KOBACO 공익광고 자료실
@KOBACO 공익광고 자료실

"지켜주셔서 고맙습니다. 저희도 더 조심할요."라는 어린아이의 대사와 미소로 이 공익광고는 끝이 난다. 

공익광고를 제작한 KOBACO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일까. 보행자란 걸어서 '길거리를 왕래하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보행자는 어린이, 청소년, 대학생, 장애인, 노인 그 누구나가 될 수 있다. 심지어 운전을 하는 사람도 거리를 걸어다닌 다면 운전자도 보행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영상에서는 보행자를 어린이라는 특정 집단으로 정해서 어린이를 보호하자는 것으로 강조되었다는 아쉬움이 있다.

또한, 운전자 모두가 어린이의 보호자라며 대답하는 장면에서 어린이 보호구역이 아닌 엄청 넓은 왕복 6차선 도로라는 디테일하지 못한 점과 운전자와 어린이의 시점을 교차해서 보여준 장면에서 어린이가 '나'도 줄이고, '나'도 살피고, '나'도 지키고 라는 말을 하면서 과연 이 영상의 타겟 오디언서가 운전면허를 가지고 있는 운전자들인지 보행을 하는 어린이들인지 애매해졌다는 점이 아쉽다.

@경향신문
@경향신문

그렇다면 왜 이렇게까지 어린아이에 대한 보호를 강조한 것일까. 2019년 9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로 인해 당시 9세였던 김민식 군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2020년 3월 25일부터 민식이법이 본격 시행되었다. 민식이법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운전자의 부주의로 어린이가 다치면 1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는 어린이보호구역에서의 교통사고에 대한 운전자의 처벌을 강화하는 법이다. 이러한 다양한 사건사고들로 인해서 공익광고가 제작된 것은 아닐까.

@조선일보
@조선일보

분명 좋은 취지의 법임에도 불구하고, 민식이법에 대한 갑론을박은 법이 시행되고 난 이후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위 사진은 2023년 8월에 포착된 사진들이다. 민식이법을 악용하여 그저 하나의 놀이, 장난거리로 만들어버리거나 사고가 일어났을 때는 과도한 합의금을 요구하는 이른바 '민식이법 놀이'인 것이다. 

순식간에 일어나며 엄청난 피해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사고다. 도로 위에서의 사고는 한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다. 도로 위에서는 서로가 조심해야 하고 보행자는 보행자로서 운전자는 운전자로서 교통법규를 잘 지키고 서로를 위해서 배려하는 문화가 생겨야 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보며 기사를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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