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포토 콘텐츠

나는 심장이 없다. 누구든지 나의 속과 안을 들여다볼 수 있다. '평생'이라는 말은 나에게 있어 이해하기 어렵다. 
평생이 뭔데? 삶에 길이가 정해져 있어?

수명도 정해지지 않은 나는 파도에 몸을 맡긴 채 여러 곳을 구경하고 여행한다. 파도가 나의 몸을 건드리는 느낌, 파도에 내 몸이 쓸려갔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느낌.
나는 자유롭다. 죽음에서의 자유, 바라볼 수 있는 풍경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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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서있는 등대는 자유라는 것을 알까.
항상 똑같은 자리에서 똑같은 위치에 항상 맞는 파도에게 자신의 몸이 깎이는 고통을 겪는 저 섬은 자유라는 것을 알까.


문득 나와 다른 네가 궁금해졌다. 전혀 다른 세상을 사는 네가, 다른 모습을 가진 네가.
너는 알까. 모습도 살아가는 방식도 모두 다른 한 존재가 너를 궁금해하고 있다는걸, 너를 늘 지켜보고 있다는걸.


호기심에 찬 말투 반과 놀리는 듯한 말투 반으로 너에게 질문 하나를 보냈다.
"너는 늘 똑같은 자리에서 무슨 생각을 해? 심심하지 않아? 자유라는 게 없는 건 어떤 기분이야?"


세상에서 내가 가장 행복한 존재인 줄 알았다. 무한한 자유를 가진 것만큼 행복한 건 없으니까. 어딘가에선 목숨을 대가로 바꿔가면서까지 가지고 싶어 한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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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지금이 충분히 행복하다고 했다. 누군가의 쉴 곳이 되어줄 수 있다는 것만큼 뿌듯한 것은 없다고 했다.
작게 지저귀는 새들의 노랫소리와 말들로 충분히 먼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알 수 있고, 바닷속을 헤엄치는 너희들을 더 넓은 방향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이때만큼은 내가 죽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게 슬퍼졌다. 내가 죽게 되면 알 수 있을까? 너의 그릇을, 네가 말하는 진정한 행복을 알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몇 년이고, 몇 십 년이고 똑같은 물속 풍경만을 바라보며 파도가 가자는 방향대로, 물결이 보고 싶다는 곳으로 움직인다.
 
너는 참 행복한 삶을 살고 있구나. 가만히 서서 우직하게 너의 자리만을 지키며 다른 이들에게 방향을 알려주는 게, 당연한 존재가 된다는 게 그게 행복이구나.

네가 말했다.

우리는 모두 행복해. 이리저리 천천히 떠다니며 진정한 자유를 느끼는 너도 행복하고, 누군가가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된 나도 행복해. 그 누구도 우리의 행복을 판단하고 잣대를 세울 수 없어. 투명히 빛나는 너. 정말 아름답잖아?

다시 느꼈다.
아, 너는 가슴속 깊은 곳까지 알 수 없는 것으로 꽉 차있는 존재이구나
나는 텅 비어있을 뿐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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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떠다니고 있다.
푸른 물결을 품에 가득 안았다. 가득 안고도 또 안고, 또 안았다. 내 품에서 모두 빠져나갈 때까지 안았다.

곧 생각하는 것을 포기했다.
참, 나는 뇌도 없으니 이 말도 웃긴 말이려나?

사랑해
나를 감싼 모든 것을 사랑해
무한의 자유를 사랑하고
무통의 자유를 사랑해

너도 너를 사랑할까
내가 나를 잠시 의심했던 것처럼,
내가 나를 잠시 증오했던 것처럼
미워하고 있을까.

서로 가질 수 없는걸 가진 우리는
수억 년이 지나도 해결할 수 없는 미지의 미로 속에서
자신을 미워하고 또 사랑하고

그러지 말자 우리
그러기엔 구름이 예쁘잖아
그러기엔 바람이 시원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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