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적 기법 중 오마주에 대해 분석

사진 출처 = eyesmeg
사진 출처 = eyesmeg

쿠엔틴 타란티노, 그 이름만 들어도 꽤나 설레는 인물이다. 영화에 조금만 관심이 있고, 영화를 연구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이들에게는 탐구할 만한 가치가 충분한 인물이다. 그가 사용하는 영화적 기법 중 오마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오마주는 참고에 영역을 넘어선 작품에 대한 헌사를 포함해 해당 작품의 느낌과 여러 요소들을 자연스레 녹여내는 것이다. 타란티노는 작품에서 자신이 동경했던 작품들의 오마주를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오마주라는 것은 쓰기에 따라서는 참고가 될 수도 있고, 그냥 베끼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가 자신의 작품에서 오마주를 어떤 식으로 사용했는지 분석 해봤다.

1. 저수지의 개들

타란티노는 처음에는 각본만을 집필하는 작가였다. 내추럴 본 킬러스 와 트루 로맨스 그리고 저수지의 개들 시나리오를 들고 고민하던 중 나머지 2개는 팔아버리고 그나마 제작비가 덜 들어가는 저수지의 개들 시나리오를 선택하면서 영화가 제작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를 보면 등장하는 장소가 처음에 식당과 메인이 되는 폐공장밖에 등장하지 않는다. 공간이 한정되어 있지만 사실 타란티노는 이런 제한적인 공간을 서스펜서적 장치로 이용한다. 일단 영화가 시작되면 별안간 뜬금없이 무려 20분이 넘는 시간 동안 등장인물들이 나와 식당에서 수다를 떠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비욘세의 노래를 두고 열띤 토론을 하지만 사실은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설명하고 그들의 성격을 보여준다. 우리는 20분에 대화 장면을 통해 인물들에 대한 굉장히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여기서 드러나는 것이 타란티노의 대사 빨이다. 굉장히 제한적인 대사량이지만 유머, 인물 성격, 사연 소개까지 엄청난 효율성을 보여준다. 그리곤 영화는 그들이 식당을 나와 차에 타는 것을 보여 주곤 바로 이야기에 마지막으로 간다. 중간 부분을 통째로 날리고 마지막 피투성이가 된 채로 차를 타고 폐공장으로 향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조금씩 팀원들이 공장으로 모여들게 되고 그들의 계획에 배신자가 있다는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이야기는 가속화된다. 이야기는 오직 팀원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면서 관객들은 누구의 말이 맞고, 배신자의 존재는 진짜인지 처음부터 끝까지 의심하게 되는 상황이 펼쳐지면서 영화에 대한 몰입도는 더욱 상승한다. 영화계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의 말을 인용하자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첫 번째 시나리오, 두 번째 시나리오, 세 번째 시나리오라고 답할 정도로 영화에서는 많은 요소들이 존재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흡입력 있는 각본이다. 사실 저수지의 개들은 촬영은 그렇게 대단하다고 평가받지 않는다. 저예산 영화이기에 여러 대에 카메라를 쓸 수 없었고, 한 대에 카메라로 최대한 와이드 샷을 잡아 여러 인물이 나오는 방식으로 진행되기에 이 영화가 명작이라고 평가받는 이유는 다분히 각본에 완성도에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알프레드 히치콕은 또 이런 말을 했다. 먼저 카메라가 의자 밑에 폭탄을 있는 장면을 비춘다. 그러고는 폭탄을 넣은 사람에 모습은 보여주지 않는다. 그리고 사람들이 의자에 앉아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는 상황이 생기고 폭탄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보여준다면 그곳에서 스릴이 생긴다고 말했다. 타란티노는 이것을 영화 전체에 적용해서 폐공장으로 모여드는 팀원들의 연기와 트릭을 의자 밑에 언제 터질지 모를 폭탄 같은 것으로 표현하였다.

 

사진 출처 = 씨네21
사진 출처 = 씨네21

2.  펄프 픽션

펄프 픽션은 말 그대로 펄프지 즉 싸구려 종이에 인쇄된 저금 만화를 지칭한다. 길거리에서 한번 보고 버리는 삼류 막장 만화 말이다. 이런 만화에는 개연성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최대한 선정적이고 욕설이 난무한다. 이 영화도 저수지에 개들처럼 독특한 진행 구조를 지니고 있다. 이번에는 시작하자마자 사건에 후반부로 점프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에 진행 순서를 뒤죽박죽 섞어놨다. 예를 들자면 원래에 진행 순서가 주인공이 담배를 꺼냈는데, 담배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재떨이를 확인한다. 그리고 담배가 없는 것에 화가 나 담배통을 던진다 하면은 타란티노는 먼저 주인공이 담배통을 던진다. 그리곤 담배가 있는지 주머니에서 담배통을 꺼낸다.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재떨이를 본다. 이런 식으로 마구잡이로 섞어놨다. 그런데도 영화를 보면서 관객들이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 전혀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보면 그에 스토리텔링 능력이 엄청나게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야기는 주인공 2명과 보스 그리고 보스에게 승부조작을 청탁 받은 권투선수, 이 4명의 이야기가 서로 엉키며 벌어진다. 하지만 삼류 만화에 대한 헌사로 가득 채워져 있어 자극적인 표현들과 시종일관 개성 있는 캐릭터들에 막장 이야기를 하고 있다. 청탁을 거절한 권투선수가 납치에서 탈출하고 복수를 시전할 때 쓰는 무기가 일본도이다. 그리고 주인공들은 1미터 앞에서 총을 쏴도 맞지 않는 등 b급 쌈마이 정서로 가득 차 있어 호불호가 생기기도 했지만, 이런 요소들 덕분에 컬트적 재미는 충분히 생긴다.

 

3. 장고

이번엔 흑인 노예를 주제로 영화를 만들었다. 사실 이 영화의 전체적인 태마는 복수인데, 타란티노는 킬 빌을 통해 복수라는 테마를 한차례 다루었다. 하지만 킬 빌 보다 원초적인 이유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흑인 노예 제도가 있던 시대를 배경으로 설정했는데, 이 영화는 여러모로 보기 힘들다. 흑인차별에 대해 정말 날카로운 시선을 날리고 있는 만큼 표현 또한 적나라하게 묘사된다. 하지만 그만큼 주인공의 활동에 대한 동기는 확실해진다. 노예로써 해방된 것이 아닌 복수를 통해 이 영화는 성립된다. 영화는 주인공은 노예 신분이었지만 닥터 슐츠라는 사람을 만나 현상금 사냥꾼이 된다. 그러면서 자신을 노예로 부렸던 사람들에게 복수하고 진정한 해방을 누린다는 것이다. 닥터 슐츠 박사라는 인물을 통해 그 당시 인종차별에 대한 상황을 유머스럽게 표현하는데. 박사가 장고와 술집에 들어가자 주인이 놀라면 마을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불러와 전쟁 단위에 무기를 그들에게 겨눈다. 이 영화에서는 백인들이 그 당시 얼마나 무식했는지를 다양하고 과장되게 표현한다. 수많은 흑인들을 노예로 부리는 대목장 주는 프랑스 이름을 쓰지만 프랑스어는 단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소설가 중에서 뒤마를 사랑한다고 하지만 뒤마는 흑인이다. 백인 우월주의로 가득 차 있는 인간이 흑인 소설가인 뒤마를 좋아한다는 대목에서 이 영화는 백인을 소설가에 인종조차 모르는 바보로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장고를 죽이려 들었던 백인 우월 단체는 얼굴을 가리려고 쓴 마스크에 구멍을 잘못 뚫어서 시야가 제한된 채로 진격하다가 폭탄 한방으로 모두 사망한다. 이렇게 이 영화는 복수라는 주제를 고전영화에 부분을 오마주 해서 과장된 표현과 사운드로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타란티노가 고전영화만큼 좋아하는 것이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이 영화에서도 장고의 스승이나 다름없는 슐츠 박사는 주인공을 대신해서 죽는다. 그럼 이제부터 슐츠 박사의 제자가 아닌 온전히 장고 이야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에서도 주인공의 성장은 곧 스승에 퇴장과 직결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4. 바스터즈

처음 타란티노가 역사물을 기획하고 있다는 말에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다고 한다. 역사물을 활동 범위가 제한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잘못해서 전쟁을 미화하거나 심각한 수준에 변주를 가하면 사회적으로 시선을 좋 만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대체 역사물이지만 실제로 저런 특공대 하나쯤은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설득력을 갖추고 있다. 이 영화가 시작되고 한스 대령이 모습을 비춘다. 유대인을 색출하는 일을 맡고 있는 그는 어느 시골 집에 도착해서 주인을 만납니다. 시골집 주인은 마루 밑에 유대인들을 숨겨주고 있었고, 대령과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타란티노에 특징이 무조건 시작은 인물들의 장황한 대화로 시작한다는 것이다. 대령은 농부가 영어를 잘한다는 것을 알고 그와 영어로 대화를 시작하면서 이제부터 마루 밑에 숨어있는 유대인들은 그들의 말을 이해할 수 없게 된다.  그렇게 농부는 협박에 못 이겨 위치를 불게 되지만 대령은 처음부터 알고 온 것이었다. 이렇게 처음부터 이 인물의 지능과 언어능력에 대해서 굉장히 짧은 시간에 설명해 내고 있다. 이렇게 되면 그다음부터는 이런 캐릭터들을 가지고 자유롭게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것이다. 수많은 영화들에서 인물에 대한 설명과 능력치에 대한 묘사를 게을리해서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관객들은 당혹감을 느낄 수 밖에 없게 된다. 타란티노가 천재 감독이라고 칭송받는 이유가 각본의 완성도도 있겠지만, 관객들에게 필요한 정보는 확실하게 보여주고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복잡하게 꼬여있어도 명확하게 한줄로 설명할 수 있는 설정들을 부여하면서 인물의 개성은 살아난다. 마지막에 모든일이 끝나고 주인공 일행이 패한다. 대령은 패망한 독일을 버리고 주인공 일행과 미국으로의 망명을 제안한다. 주인공은 이를 수락하고 미국 국경까지 대령을 인도한다. 그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 잘난 나치 제복은 미국으로 넘어가면 버리겠지, 너에게 벗을 수 없는 것 줄게”라며 이마에 나치 문양을 새겨버리다. 이 얼마나 재치 있는 대사인가?  그동안 조지 루카스(스타워즈) 같은 사람들이 써대는 유치한 대사들을 생각하면, 이런 재치 있는 대사들 때문에, 이 영화가 최고의 오락영화라고 평가받는 것이다. 그럼 뭐 대령은 미국으로 넘어가도 사람들에게 맞아 죽거나 좋 않은 최후를 마지 할 것은 뻔하니 나머지는 관객의 상상에 맞기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여러 2차 세계대전 영화들에 대한 오마주와 더불어 2차 세계대전이라는 전쟁의 소용돌이 안에 갇혀 버린 다양한 인간 군상을 그의 방식으로 한껏 비꼬아 놓은 것이라고 보는 게 가장 정확하다.

 

사진 출처 = Apple TV
사진 출처 = Apple TV

이렇게 타란티노의 작품들은 돌아보면서 그는 작품성과 오락성을 모두 담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거장이란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아카데미에서 수상한 영화들은 보는데, 대게 그들의 영화는 작품성에 심하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이지 재미가 있다고 어디 가서 추천하기 힘든 영화들이 있다. 소위 말해 너무 예술영화라고 칭하는 것들 말이다. 다만 보고 나면 느낄 수 있는 것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아는 이야기를 조금 다르고 색다른 방식으로 해석해 표현한 것뿐이다. 몇 년 전 작품상을 수상한 “코다”라는 영화를 잠깐 보자면 이 영화는 가족의 소중함은 그들이 신체적 고통을 견뎌내고 그것들을 음악적 즐거움으로 승화시키려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새로울 것은 없지만, 메시지는 확실히 좋고, 그것을 표현해 내고 있는 방식이 모두 청각장애인인 가족을 중심으로 표현하고 있어, 표현방식에 있어서는 굉장히 참신하다. 하지만 타란티노와 같은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와 빠른 이야기 전개를 통한 오락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것에서 볼 수 있듯 타란티노는 내가 가장 존경하는 감독이자 가장 뛰어난 각본을 써낼 수 있는 사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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