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물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지만 셜록 홈즈는 꽤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있다. 누군가에게서 셜록 홈즈의 여동생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신작이 넷플릭스에 들어온다고 해서 무척이나 기대하며 보았고, 역시나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영화를 보며 인상 깊은 대사들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에, 그중 몇 가지를 곱씹어 보며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려고 한다.

  간단히 이 영화의 줄거리에 대해 설명하자면, 가출한 어머니를 찾기 위해 떠난 에놀라 홈즈가 자객에게 쫓기는 어떤 한 자작과 엮이게 되면서 이와 관련한 여러 단서들을 마주하는 우당탕 성장기라고 할 수 있다. 여성에게 교육이란 그저 집안일을 잘하는 완벽한 신붓감이 되기 위한 수단이었던 영국 빅토리아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에놀라 홈즈의 어머니인 유도리아 홈즈는 페미니즘과 여성 참정권에 대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 자주 나타난다.

  사실 셜록 홈즈의 여동생이라고 해서 에놀라 홈즈 또한 완벽한 추리물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앞선 줄거리를 보면 알겠지만 에놀라 홈즈는 추리보다는 주인공의 성장 과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렇기에 셜록 홈즈와 같은 천재적이고 완벽한 추리물을 기대했더라면 약간 실망했을 수도 있을 것이나, 그렇다고 해서 에놀라 홈즈가 똑똑하지 않다거나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 그렇지만 난 추리만이 아닌 에놀라 홈즈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영화에서 시선을 더 집중시키게 만들었던 요소는 에놀라 홈즈가 시청자인 우리를 보며 계속 말을 거는 독특한 요소가 아닐까 싶다. 영화 시작부터 대뜸 “자, 뭐부터 시작할까요?”라고 질문을 던지는데 어느 누가 흥미를 안 느낄 수 있을까? 초반에만 이렇게 질문을 던지고 끝낼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야기가 한참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도 계속 카메라를 쳐다보며 시청자와 함께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마치 영화를 보고 있는 시청자 당신 또한 영화의 등장인물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굉장히 신선한 연출이었다.

  그리고 또 놀랐던 장면은 영화 스토리 진행 내내 붙어있었던 남자 주인공의 고백을 거절한 마지막 장면이다. 이 마지막 장면을 통해 옛날 전래동화나,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많은 여자 주인공들이 백마 탄 왕자님인 남자 주인공과 결혼하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클리셰를 와장창 깨부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즉, 에놀라(ENOLA)의 ALONE은 ‘혼자’라는 뜻이 아닌, ‘스스로도 할 수 있다’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아무래도 셜록 홈즈의 여동생이기에 영화 내에서도 오빠인 셜록 홈즈가 등장한다. 내용이 내용인지라 어쩔 수 없이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원작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안타깝지만 에놀라 홈즈에 등장하는 인간미 있고 친근한 셜록 홈즈가 원작의 이미지를 무시했다는 비판을 피할 순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이 영화의 셜록 홈즈가 여동생을 위해 해준 조언이 너무나도 인상 깊었기에 이런 셜록 홈즈라면 충분히 괜찮은 것 같다.

셜록 홈즈와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에놀라 홈즈! 영화뿐만 아니라 원작인 소설도 한번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