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가장 간편하게 감동과 깨달음을 주는 미디어로, 대중들에게 원하는 사상을 심어주기 적합했다. 그래서 문화 냉전에 활발히 이용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반공영화'라는 장르로 제작되어 많은 대중들에게 반공 사상을 심어주었던 역사가 있다.

출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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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과거와 같은 노골적인 반공영화는 거의 나오지 않지만, 대상을 반공에서 분단, 이데올로기로 바꾼 영화들은 꾸준히 제작되고 있다. 물론 과거와는 다른 메시지를 전달한다. 북한의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했던 과거의 영화들과는 달리 그들의 인간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평화를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2016년 개봉한 <인천 상륙작전>과 같은 반공영화로 논란이 된 영화들이 여전히 존재하기도 하지만, 변화가 있음은 분명하다. 영화 <스윙 키즈>는 한국전쟁 포로수용소의 이야기로 분단과 이데올로기를 다루지만, 탭댄스를 매개로 서로의 마음을 열며 이념을 넘어선 우정을 쌓는다. “뻐킹 이데올로기”를 외치는 장면도 등장한다.

냉전의 산물이었던 반공영화는 이렇게 사라지는 추세지만, 과거에 종식되었던 냉전 대신 현재는 ‘신냉전’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과거 냉전이 미국과 소련의 대립이었다면, 이제는 미국과 중국의 냉전이 시작된 것이다. 미국-중국 외교 노선, 무역 전쟁, 견제와 규제, 코로나19의 발원지와 관련한 책임 공방까지, 신냉전은 이미 진행 중이다. 따라서, 과거와 같은 냉전 프로파간다 영화가 등장할 수 있다. 실제로 무역 전쟁 이후 중국 관영 CCTV는 한국전쟁과 관련된 영화를 잇달아 방영하였다고 한다. 한국전쟁 당시 중국은 대규모의 인민군을 파병해 미국을 비롯한 연합군과 싸웠다. 영화를 통해 미국과 싸운 중국의 모습을 강조하는 것에는 이유가 뻔히 보인다. 미국의 영화 <레드 던>은 원작과 달리 중국을 적으로 내세웠으나, 중국의 항의를 받고 적을 북한으로 변경했으며,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에서는 중국의 사이버 공격과 외교·무역전쟁이 등장하기도 한다. 아직까지 할리우드는 중국 시장을 의식해 눈치를 보고 있긴 하지만, 영화계의 의지든, 국가의 의지든 간에 신냉전 상황의 위태로운 미·중 관계를 다루는 영화가 계속해서 제작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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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 이데올로기는 아직도 우리 안에 있다. 세뇌와 같은 교육을 받아온 사람들, 비중립적인 언론들이 난무하는 것이 우리 사회다. 이런 우리의 사회와 국민이 달라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합리적 사고와 비판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힘을 길러야 할 것이다. 반공영화를 보고 그를 곧이곧대로 흡수했던 과거와는 달리,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똑똑하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냉전 이데올로기의 영향 아래에서 “뻐킹 이데올로기”를 외치기까지 많은 일이 있었다. 문화 냉전에 영화는 충실히 이용되었고, 결과 역시 성공적이었지만 그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냉전과 영화의 잔해는 남았지만,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이를 다시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문화 냉전의 시대에 벌어진 반공영화, 문화영화와 같이 문화를 이용해 대중을 조종하는 일에 더는 속지 말아야 한다. 기록으로 남은 과거를 냉철하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과거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혹은 누군가 그를 반복하려고 해도 걸려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냉전의 이념 대립을 넘어선 성숙한 사회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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