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영화제에서 상을 휩쓴 봉준호 감독, 그의 영화는 자본주의를 다룬다는 특징이 있다. 반지하 가족과 부자 가족의 극단적 대비를 보여주었던 <기생충>, 기차 안을 자본 만능의 계급 사회로 묘사한 <설국열차>, 자본주의 시스템의 최하층인 동물을 조명한 <옥자>에서 모두 자본주의 비판을 영화의 뼈대로 삼아 자본주의의 삭막하고 잔인한 현실을 보여준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출처 : 네이버 영화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라는 <기생충>의 포스터 문구는 현재 자본주의 사회를 관통한다.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 근대로부터 이어진 자본주의의 역사 아래에서 사회는 계급으로 나누어졌다. 물론 계급 제도가 공식적으로는 폐지되었지만, 이미 우리의 자본주의 사회는 계급사회와 같아졌다. 자본주의의 기초가 된 공리주의는 최대 다수의 최대행복을 추구하는 사상이다. 하지만 지금 사회는 소수 자본가의 이득을 위해 다수 노동자를 갈아 넣는 기형적인 형상을 하고 있다. 소수의 자본가와 다수의 노동자로 나누어진 사회는 빈익빈·부익부 현상을 심화시키고, 현대를 공유지의 희극과 같은 이론이 통하지 않는 시대로 만든다. 노동 시장의 프롤레타리아들이 공유지를 나누어 쓸 때, 자본가들은 이미 공유지를 독점하고 있는 것이다.

극적인 모습이긴 하지만 영화 <기생충>의 기택 가족과 박 사장의 가족이 각각 노동자와 자본가의 모습을 대표한다. 두 집단은 말 그대로 극과 극을 보여준다. 높은 언덕 위에 있는 거대한 2층 저택과 비가 오면 물이 차는 반지하 집, 짜파구리에 한우를 넣어 먹는 여유로움과 옆집 와이파이 신호를 빌리려 애쓰는 모습, 아들의 호화로운 생일파티와 살림이 모두 떠내려간 집, 폭우가 그저 캠핑이 취소되는 이유에 그치는 박 사장 가족과 폭우는 생계의 위협이 되는 기택 가족의 모습 등 영화에서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모습은 우리 사회의 계급 격차를 현실적인 모습으로 보여준다.

 

출처 :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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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극단적인 자본 소유의 형태에선 화폐가 없으며, 모두가 행복하고 평화롭다는 이상 국가 ‘유토피아’가 간절해진다. 하지만 그곳은 존재하지 않으며 현재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것으로 자본주의가 최선의 선택인 현실을 보여준다. 영화 <옥자>에서 미자가 옥자를 되찾으려고 내민 것은 결국 자본주의에서만 그 가치를 뽐내는 금송아지이다. 영화는 내내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그와 대립하지만, 결국 미자가 옥자를 구매하는 자본주의적인 방식으로 옥자를 지켜냄으로써 현재 자본주의와 타협하는 현실을 상기시킨다.

애덤 스미스는 인간은 선의와 공감의 본성, 이타성을 갖고 있고 이것이 자본주의 시장을 완성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물질만능주의적이고 계급주의적인 일그러진 자본주의 사회에 사는 우리의 현실은 이미 자본주의의 이상과는 멀어지고, 결국 이런 주장에 의문만을 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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