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틀 포레스트', 한국과 일본 버전을 비교하다

만화 원작인 <리틀 포레스트>는 일본 영화로 '여름과 가을', '겨울과 봄 편'으로 상영, 이후 한국에서 리메이크 되었다. 꽤나 오랫동안 한국의 <리틀 포레스트>만 알고 있다가 이것이 리메이크 버전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일본 영화와 어떤 다른 점이 있는지 궁금해서 직접 영화를 찾아보며 어떤 점이 같고 어떤 점이 다른지 비교해 보았다.

 

한국의 <리틀 포레스트>는 한때 많은 사람들에게 직접 농사하고 요리를 해 먹고 싶다는 일종의 귀농 로망을 심어준 영화다. 주인공 '혜원'은 도시 상경 후 임용고시를 위해 공부했으나, 홀로 임용고시에 떨어지자 자격지심에 무작정 원래 살던 시골로 내려오게 된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성인이 되자마자 연락이 끊겼던 혜원의 엄마에게서 시골집으로 편지 한 통이 날라온다. 근황도 무엇도 아닌 바로 감자빵 레시피다. 혜원은 어리둥절하며 친구인 재하에게 도저히 엄마를 이해할 수 없다고 불평을 늘어놓는다.

 

며칠만 있다가 가겠다던 혜원은 어쩌다 사계절 내내 농사를 하며 시골집에서 지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혜원은 자신을 놔두고 도망쳤다고만 생각했던 엄마가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엄마는 사실, 겨울에도 시들지 않고 꿋꿋하게 버티는 배추처럼, 어디든 씩씩하게 자나라는 토마토처럼, 혜원이 스스로 살아내길 바랐던 것임을 깨닫는다.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 혜원은 다시 한번 시골을 벗어나 상경 준비를 하게 된다.

 

 

출처: 네이버 영화
출처: 네이버 영화

 

 

일본의 <리틀 포레스트>에서는 주인공 '이치코'가 이미 시골에서의 환경이 적응된 모습을 보여준다. 주로 농작물 재배를 하고 요리를 하는 혜원과 다르게, 이치코는 여름 나기를 위한 집안일들을 하나씩 해내간다. 시골의 생활이 마냥 농사 재배만으로 지낼 수 없다는 모습을 보여주며 나름 현실적인 시골 생활을 보여준다. 또한 계절에 맞춘 음식이 아니라 날마다 이치코에 기분에 따른 요리를 하고, 자세한 요리 과정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습한 게 싫던 이치코가 식혜를 해먹는다거나, 날씨로 인해 집이 습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스토브에 수증기를 떼는데, 오로지 그 이유만으로 스토브의 열기를 견뎌야 하는 게 억울해서 내친김에 빵을 굽기로 결정한다. 어떤 밀가루를 쓰고, 어떻게 밀가루 반죽을 하고, 스토브에 어떻게 넣어 굽는지 세세한 과정을 다 보여주며, 마치 한 편의 요리 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이 두 영화는 같은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결국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한국 <리틀 포레스트>는 등장인물과 엄마의 관계에 좀 더 중시했다. 엄마가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영화에서 말해주지 않아서 관객은 혜원의 엄마에 대해서 적은 정보로 상상에 맡길 수밖에 없다. 또한, 혜원은 계절 음식을 주로 만들고, 엄마가 알려준 레시피 대로 요리를 하는 편이다. 일본 <리틀 포레스트>에서의 이치코는 지역 색깔이 강한 음식을 만들고, 엄마와의 관계보다는 자신의 감정에 따라 만들고 싶은 음식을 만드는, 즉 음식 위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리고 엄마가 알려준 대로 레시피를 만들지 않고, 스스로 방법을 찾아내간다. 이치코의 엄마는 마지막에 자신의 근황은 알려주나, 감자빵의 레시피는 알려주지 않았다. 결국 이치코는 자신만의 감자빵을 만든다. 

 

 

출처: 네이버 영화
출처: 네이버 영화

 

 

이 두 영화의 공통점이라면, 혜원과 이치코 모두 도시로 상경했다가 그곳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예전에 살던 시골집으로 도망쳐 온 것이다. 그녀들의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마지막에는 둘 다 엄마를 이해해게 되고, 다시 시골을 떠나 상경할 타이밍이라고 생각하며 준비를 한다. 이 두 영화는 얘기한다.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최선을 다하고 기다리면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얘기한다. 도시에서 열심히 살아온 혜원과 이치코는 매몰 맞은 도시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시골로 내려왔으나, 다시 한번 도시로 나갈 준비를 한다. 

 

도시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혜원과 이치코에 공감할 것이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 역시 도시의 매몰참에 너무 상처받지 않고 묵묵히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그렇다면 타이밍이 우리에게 올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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