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을 보고

ⓒ 네이버 영화
ⓒ 네이버 영화

  어린 시절 부모님의 이혼으로 인해 헤어졌었던 아버지의 실종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돌아온 미사키는 아버지가 다시 돌아오길 기다리며 해안가 근처의 작은 오두막을 개조한 카페를 연다. 해안가 주변에는 손님을 받지 않는 민박집이 한 채 있는데, 이 민박집을 운영하는 싱글맘 에리코와 그녀의 자녀인 아리사와 쇼타가 살고 있는 곳이다.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은 제목처럼 세상의 끝에 선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외로움이라는 결핍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이 서로 보듬어주고 담담히 상처를 위로해 주는 영화이다.

 

ⓒ 네이버 영화
ⓒ 네이버 영화

  부모의 부재에 의해 외로움을 느끼는 미사키. 남편의 부재에 의해 외로움을 느끼는 에리코, 바쁘다는 핑계로 집을 자주 비우는 엄마의 부재에 의해 외로움을 느끼는 아리사와 쇼타. 이들 모두가 한 가지씩 아픔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는 아픔을 딛고 다시 일어설 힘이 있다고 믿으며 영화를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이 영화를 보며 마음이 무겁다거나, 아프다거나 하지 않았다. 미사키의 강인함과 섬세함, 독립적인 면을 커피라는 소재를 통해 잘 그려내었다고 느꼈다. 미사키가 건네는 커피의 따뜻함 덕분일까? 분명 미사키와 나는 모니터를 통해 분리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는 내내 커피향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커피를 건네며 본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따뜻한 행복과 위로를 전하는 미사키의 모습을 보며 문득 나도 커피에 대해 공부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네이버 영화
ⓒ 네이버 영화
 
어떤 모습이든 간에 돌아오실 거예요. 우리가 기다리는 곳으로.

  아버지가 실종되었을 때 같은 배를 탔었던 사람의 가족이 미사키에게 해주었던 말이다. 영화를 본지 꽤나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대사는 나의 마음을 울리는 듯하다. 사람의 존재가 없어도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여전히 존재하고, 기억은 바래지더라도 그 추억이 있었다는 사실은 영원하다는 사실을 이 영화에서 알려주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미사키는 기약 없는 아버지를 기다리기 위해 이 해변가에 왔지만, 결국엔 에리코네 가족을 구원하게 되면서 영화는 마무리된다. 오프닝에서 다루었던 가족의 부재가 엔딩에서는 가족 같은 이웃으로 채워졌다는 사실이 오래도록 잔잔한 여운을 남겼다. 이웃 간의 정을 느낄 틈도 없이 바쁘게 흘러가는 현대인들이 이 영화를 본다면 분명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 네이버 영화
ⓒ 네이버 영화

  영화에서 향을 맡을 수 있다면 분명히 이 영화에서는 진한 원두 향을 맡을 수 있을 것이다. 진한 원두 향과 함께 기적을 그려내며 천천히, 그리고 도 담담히 굴러가는 이 영화가 앞으로도 문득문득 자주 생각날 것 같다. 이 영화에 대한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들에게 무조건 커피 한 잔과 함께 이 영화를 보길 추천한다.

 

 

저작권자 © MC (엠씨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