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살아간다는 것

일제강점기 이후 해방을 맞이했지만, 우리나라의 상황은 볼품없고 초라했다. 몽실이 가족은 농사꾼 집 곁방살이를 하는 거지들 중 하나였다. 아버지는 매일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집을 비우는 일이 잦았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가난으로 인해 자주 싸우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 부모를 모두 잃고 식모살이를 하던 몽실이는 그 후로 삼십 년이 지나고 마흔이 넘어 남편과 결혼해 두 아이도 낳게 되고 몸이 좋지 않아 병원에 있는 동생 난남이를 가끔 찾아가기도 하고 동생들과도 꾸준히 연락하며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살아간다.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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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중간 부분에 몽실이가 난남이의 밥을 주기 위해 장골 할머니 집에 갔다가 인민군 언니를 만나게 되는 장면이 나온다. 인민군 언니는 몽실이의 이야기에 "사람은 누구나 사람으로 만났을 땐 착하게 사귈 수 있지만, 신분이나 지위나 이득을 생각해서 만나면 나쁘게 된단다."라는 말을 한다. 이 말을 듣고 사람과 사람으로 만났다면 모두 행복하고 사이좋게 살았을 수도 있을 일인데 자신이 추구하는 사상이나 이념과는 다르다는 이유, 혹은 자신의 이익을 바라보며 욕심을 가졌던 것이 원인이 되어 전쟁을 일으키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어머니가 새아버지를 만나게 된 이유도 인민군 언니의 말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작가가 우리에게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를 인민군 언니의 이야기를 통해 대신 말하는 거 같기도 해서 나는 이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몽실이의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책의 중간에 나오는 인민군과 관련된 내용이 잘못되어서 연재할 수 없다는 잡지사의 연락을 듣고 원고지의 열 장 분량을 지우게 되었고 천 장 분량의 이야기가 칠백 장 분량으로 줄어 이야기를 급하게 마무리 짓게 되었다는 작가님의 말을 보았다. 그때는 그 내용이 있고 없고 무슨 차이가 있을까 생각하고 책을 읽었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빠진 내용 없이 원래대로 이야기가 진행되었다면 작가님의 의도가 더 잘 드러나게 되었을 거 같고 독자들에게 오랜 여운을 남겨 주었을 거 같아 아쉬운 마음이 많이 들었다.

 

ⓒ내일신문

 

몽실이는 어머니가 새아버지를 만나 살게 되었을 때, 동생 영득이가 태어났을 때, 아버지가 새어머니를 만났을 때, 수많은 힘든 일이 있었지만 단 한 번도 화내지 않고 묵묵히 살아갔다. 어린 마음에 가난하고 일자리도 구하지 못한 아버지를 원망할 수도 있는데 몽실이는 아버지가 빨갱이가 되어도 자기와 원수가 될 수 없다는 말을 하며 아버지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한다. 어린 나이에도 모든 것을 책임지고 이해하며 살아가는 몽실이가 대단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미련해 보이기도 했다. 내가 만약 몽실이었다면 내 몸 챙기기도 버거워 동생들은 신경도 쓰지 않고 매일 투정만 부렸을 거 같다.

이 책을 통해 6.25 전쟁이 일어났던 시절에 사람들의 삶과 고통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던 거 같고 남북 대립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죽어야만 했던 현실에 마음이 아팠다. 그 시대의 삶은 경험하지도 못했고 내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힘들었을 거 같다. 그 시절을 견뎌내며 자신을 희생하며 살아온, 부모님 때문에 많이 힘들었을 어린 몽실이를 만날 수 있다면 수고했다고 고맙다며 안아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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