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시민으로 사는 법

중학교 때 무릎팍도사에 한비야가 나온 영상을 봤던 적이 있다. 그때는 한비야가 무슨 활동을 하는 사람인지 제대로 알지는 못했다. 그래서 이번에 한비야의 책을 읽게 되었을 때 더욱 관심을 가지고 볼 수 있었다.

ⓒ교보문고

 

한비야는 '바람의 딸'로 불린다고 한다. 한비야가 5년 동안 월드비전에서 세계 긴급구호 팀장으로 활동한 이야기를 수필 형식으로 기록한 것이 바로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다. 한비야는 5년 동안 지뢰밭이 많던 아프가니스탄에서 시작해 아프리카 말라위와 잠비아, 이라크,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네팔,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마지막으로 우리와 가까이 있는 북한까지 돌아다니며 내전으로 폐허가 된 현장에 있는 사람들을 구조하였다.

아프리카 지역들은 대부분 식량과 식수 부족 문제로 굶어 죽는 사람들을 가장 많이 볼 수 있었다. 먹을 물이 없어 병에 걸리더라도 더러운 물도 참아가며 마시는 아이들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곡식 씨앗을 받은 마을은 물이 없어서 곡식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더라도 열매가 생길 수 있다는 희망으로 하루하루를 버텨냈지만, 곡식 씨앗을 받지 못한 마을의 사람들은 희망을 품지도 못하고 굶어 죽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보고 놀랐다.

곡식이 자랄 것이라는 믿음과 희망으로도 사람들을 살릴 수 있는 점도 신기했고 그러한 희망으로 버텨준 사람들도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언제 폭탄이 터질지, 테러리스트들에게 점령당할지 모를 위험한 이라크에서도 한비야의 식수 구조사업은 지치지 않았다. 덕분에 몇백 개가 넘는 학교에서 7만여 명의 학생들이 깨끗한 물을 마시며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월드비전

 

한비야는 구조 활동을 하면서 힘들어하는 순간이 많았다. 나 역시도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한비야는 그럴 때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기술과 재능을 돈 버는 데만 쓰는 건 너무 아깝잖아요.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일이 내 가슴을 몹시 뛰게 하기 때문이에요." 같은 말들을 하면서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힘든 일을 하면서 힘들다고 생각하는 것은 나와 같지만, 나였더라면 힘들다는 말과 동시에 그 일을 포기했을 것이다. 한비야의 5년 동안의 기록을 보면서 정말 세세한 묘사 덕분인지 나까지 그곳에 가 있는 것처럼 내전의 상황과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 모습이 생생하게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 같았다.

어린 나이에 전쟁을 위해 총을 들고 달려가는 소년들과 한창 학교에서 수업을 들으며 지내야 할 아이들은 식수도 부족하고 공부할 책도 부족해 선생님 책만 한 권 달랑 가지고 수업하는 모습을 보니 같은 지구에서도 이렇게 다르게 살고 있다는 사실이 믿을 수 없었다.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라는 책 제목이 어떤 의미인지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궁금하고 알 수 없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조금이나마 제목의 의미를 알 것 같기도 하다.

지도 안에서도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 많은데 지도 밖을 행군하는 것은 무슨 이야기인가 했지만 한비야는 아마도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두려워하지 말고 일단 도전해 보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긴급구호 팀장으로 가난에 처한 아이들과 사람들을 도와줄 때 한비야는 정말 행복해 보였다. 그런 한비야를 보면서 나도 내 가슴을 뛰게 만드는 일이 무엇인지 빨리 찾아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돈 몇만 원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하니 그동안 편안하게 살아왔던 것에 반성하게 되었고 나도 도울 방법을 하루빨리 찾도록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저작권자 © MC (엠씨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