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네이버 영화
출처 : 네이버 영화

굿나잇 앤 굿럭, 영화의 제목이자 1950년대 초 CBS의 뉴스 다큐 <See It Now>의 진행자 에드워드 R. 머로의 엔딩 멘트이다. 머로는 조셉 매카시 의원이 불러온 레드 콤플렉스가 만연했던 미국 사회에서 당당히 그를 비판하는 소신 있는 방송을 진행한다. 당시 미국은 공산주의에 대한 일종의 광기와 같은 공포에 휩싸여있었기에 다른 언론사들은 화를 입을까 몸을 사리기에 급급했고, 누구도 선뜻 매카시 의원의 빨갱이 몰이를 저지하려 나서지 못했다. 매카시 의원은 미 국무성에는 205명의 공산주의자들이 있다고 주장, 그들을 색출하겠다며 명확한 증거 없이 혐의를 뒤집어씌워 빨갱이로 몰아가는 행동을 반복, 극단적 반공주의를 나타내는 ‘매카시즘’을 탄생시켰다.

언론인 머로는 그러한 매카시즘에 맞서 공군 라둘로비치 사건을 보도하고, 직접 매카시 의원을 비판하는 방송을 진행한다. 여유롭게 화면을 응시하고 말하는 머로의 모습에서는 당당함을 넘어 화면 너머의 사람을 꿰뚫는 듯한 시선까지 느껴진다. 화면 너머로 그런 머로의 시선을 받으며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지금의 우리 현실은 어떠한가? 영화 속의 모습과 다르다고 할 수 있는가? 이 영화는 그저 먼 나라의 까마득한 옛날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이 영화를 통해 현재 언론의 모습을 비춰보고 그에 대한 비판을 진행할 수 있다.

매카시 의원으로 대표되는 세력은 자신들에게 반대하면 모두 빨갱이로 만들었다. 이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전혀 낯선 일이 아니다. 해방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는 우리 사회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 있지 않은가. 특정 언론은 여전히 냉전시대의 유산인 종북몰이를 업으로 삼고 있고, 국민들은 그에 영향을 받은 여론을 형성한다. 가장 기본적인 언론의 역할은 사실을 전달하여 올바른 여론, 공론장을 형성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언론은 어떠한가? 특정한 이슈에 침묵하고, 다른 이슈를 과장하여 그들의 색깔대로 여론을 만든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출처 : 네이버 영화

머로는 매카시에 맞서 진정한 저널리즘을 추구했지만, 그의 능력과는 상관없이 <See It Now>는 막을 내리게 된다. 상업주의의 도래로 방송국은 위험 요소가 많은 사회 보도 프로그램을 외면하고, 돈이 되는 오락·연예 프로그램을 찾게 된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인 연설에서 머로는 TV가 깨달음과 영감을 주지 않는다면 그저 번쩍이는 바보 상자일뿐이라는 말을 한다. 생각과 계몽 없이 이미 바보상자로 전락해버린 TV와 그것으로 대표되는 레거시 미디어는 더 이상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가? 아마도 지금과 같은 세태를 유지한다면 앞으로는 그 어떤 것도 전달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그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야 하는가를 고민하고, 레거시 미디어의 신뢰를 잃게 만든 언론의 역할, 방향을 재정립해 그에 대한 책임을 다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색깔로 뒤덮인 우리 언론에 부디 머로와 같은 언론인이 남아있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MC (엠씨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