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음모론은 저항의 음모론인가? 통치의 음모론인가?

@박찬희
@박찬희

    세 입장의 가장 큰 차이는 음모론자-비전문가(블로거)의 경우 과학자(옌리멍)가 내놓은 의문과 증거를 가져다 사용한다. 본인이 직접 과학적인 연구를 내놓기보다는 신뢰성을 높여줄 수 있는 증거인 “중국 CDC에서 88% 넘는 연관성 인정을 발표했다.”라는 공신력 있어 보이는 기관명과 수치를 사용했다. 또 이들은 미스터리, 계략, 음모와 같은 자극적이면서 구미를 당기게 만드는 단어를 직접 사용했다. 음모론자-전문가(옌리멍)는 직접 실험한 자료를 토대로 논문을 내기도 하고, 뉴스에 출연하는 등 영향력을 가진 매체를 이용해 꾸준하게 주장을 내비쳤다. 화룡점정으로 이들은 ‘SARS-CoV-2’라는 과학적인 용어를 사용해 ‘있어 보이게’ 만들었다. 음모론 반대자(반대 의견 과학자)들은 과학적인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앞서 제시한 증거를 반박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더 많은 연구 자료를 가졌다는 강점이 존재한다.

 

@어도비스톡
@어도비스톡

    “백신을 접종하면 뇌를 조종당한다.”, “우리나라에만 백신  접종 선택권이 없다.”라는 음모론들은 백신 거부자와 미접종자 모두를 이상한 음모에 휘말린 사람으로 취급하게 만든다. 백신 거부자를 음모론자 취급하고 비난하는 것은 되려  '사악한 그들'과 '피해자'라는 이원론적 사고에 갇히게 만들기 때문이다. 즉, 백신 거부자를 피해자로 여길 때와 백신 접종자를 피해자로 여기는 경우만이 남게 되는 것이다. 전자는 사악한 그들(백신 접종자)은 '아무것도 모르면서 우리를 비난하는 무비판적 멍청이'가 된다. 후자의 경우 그들(백신 거부자)은 '이상한 음모에 휘말려 백신을 거부하는 멍청이', '코로나19 이전 사회로 돌아가는 데 걸림돌이 되는 존재'가 된다. 이런 대치 상황은 백신 접종으로 인한 피해 사실이나, 피해자가 요구하는 보상 및 변화를 묻히게 만든다. 그렇다면 이 음모론은 저항의 음모론인가? 아니면 통치의 음모론인가?


    문제의 원인, 견해와 역할, 근거와 정보의 공신력, 원인 제공자가 받는 취급, 원인 제공자에게 가해지는 위험을 비교했을 때 나는 이 음모론이 저항과 통치가 결합한 음모론이라고 생각했다. 백신 음모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빌 게이츠나 제약회사 같은 권력자들이 더 많은 부를 얻기 위해 벌인 일이라고 생각했다. 정부로부터 통제당하는 현실에 대한 분노를 보이는 자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이 이루고자 했던 '힘에 대한 반란'은 오히려 "백신 음모론을 신뢰하는 멍청한 사람들 때문에 정부가 고생한다"라는 여론으로 돌아왔다.

 

@픽사베이
@픽사베이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졌던 2020년, 우리나라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K-방역 아래 무사히 치렀다. 세계적으로 칭찬받는 k-방역. 이 애국심을 느끼게 하는 명성을 지키고 싶은 마음에서 뭉치는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우리는 하루빨리 이전의 세계를 되찾아야 하는데 백신 음모론자들은 "백신 접종을 통해 국민을 조종하려고 한다"는 멍청한 소리나 지껄이고, 정부는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이런 하찮은 음모들에 성심성의껏 반박하고, 코로나 19와 백신과 관련한 소식을 본인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광고를 찍어 여러 매체에 내보낸다. 이에 모든 상황을 관전하지만 동시에 백신 접종을 통해 한쪽 영역에 들어가게 된 대다수 사람은 “멍청이들 때문에 코로나19가 끝나지 않으며, 정부가 끊임없이 고생한다.”라는 생각하게 된다. 이런 생각 때문에 우리는 단계적 일상 회복 실패, 방역 실패와 같은 상황에서 정부에게 돌리던 화살을 미접종자에게 던져 그들을 탓하게 된다. 즉, 백신 음모론자들의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정부가 어느 정도의 숨구멍이 트이게 되는 것이다. 이런 부분에서 나는 이 음모론들이 저항과 통치의 음모론이 결합한 형태를 띤다고 생각한다.

 

 

 

 

 

 

저작권자 © MC (엠씨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