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이름으로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 이 책의 첫 문장은 내가 앞으로 일어날 이야기를 더욱 궁금하게 만들었다. 이 작품은 둘째 아들 집에 가기 위해 서울에 올라오던 엄마가 서울역에서 아빠를 놓치게 되면서 엄마는 실종되고 실종된 엄마의 흔적을 찾으면서 각자의 기억 속 엄마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고 엄마의 삶과 엄마의 존재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는 작품이다. 

ⓒ교보문고

 

열일곱에 결혼해 가족들만 바라보며 살아온 엄마를 자식들은 그저 엄마로만 기억한다. 하지만 엄마의 기억 속에는 소녀였던, 처녀였던, '박소녀'라는 존재가 있었다. 엄마가 힘든 일이 생길 때면 가서 기댈 수 있었던 우연히 만난 이은규라는 남자는 모두가 엄마를 힘들게 하여도 아무 말도 묻지 않고 묵묵히 위로해 주던 사람이었으며 그 남자 앞에서는 기품 있어 보이고 싶었다는 말을 보면서 그 순간만큼은 엄마가 아닌 소녀로 돌아간 것처럼 즐거워 보였다. 그리고 엄마도 누군가의 엄마이기 이전에 여자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가장 기억에 남았다.

다른 책들과는 다르게 서술자를 '너'라고 부르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게 처음에는 어색하게 느껴져서 왜 이렇게 표현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는데 책을 다 읽어갈 때쯤 '너'는 서술자뿐만이 아니라 지금 책을 읽고 있는 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지금까지 나의 행동을 돌아보기도 했다. 

책을 읽으면서 딸의 에피소드가 나오면 집에서 큰딸인 나는 책의 내용에 더 감정이입이 되었다. 모녀 관계는 서로 아주 잘 알거나 타인보다도 더 모르거나 둘 중 하나라는 말이 마음에 와닿았다. 나는 어릴 때부터 엄마와 친구처럼 지내서 서로에 대해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제 와 보니 내 착각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엄마는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항상 나에게 맞춰 음식이든 물건을 준비해 주었다. 반면에 나는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이냐고 묻는 말에도 확실하게 대답할 수 없었다.

   

ⓒ교보문고

 

엄마는 내가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매일 말해도 전혀 지루해하지 않고 들어주셨다. 고민이 생기거나 화가 나는 일이 있을 때도 엄마는 언제나 나의 편이 되어 주셨다. 그렇게 나는 내 이야기만 떠들었고 정작 엄마가 나에게 질문을 하거나 고민을 털어놓으려고 하면 나는 귀찮은 듯이 방으로 들어가 버리거나 퉁명스럽게 대답했던 것 같다. 물론 엄마에 대해 질문도 하지 않았다. 엄마는 평생 내 옆에 있을 것만 같아서 나중에 들어도 괜찮겠지 했던 거 같다.

당연히 엄마는 태어날 때부터 강하고 위대한 존재라고 생각하며 자라왔다. 가끔은 마트에서 산 무거운 물건들을 아무렇지 않게 들고 오는 엄마를 보며 저렇게 작은 몸에서 어떻게 그런 대단한 힘이 나올까 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엄마는 원래 힘이 센 사람인가? 생각도 해 보았지만 아마 자식들을 책임져야 하는 '엄마'라는 이름이 지금의 엄마를 만들어 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첫 문장에 적혀 있었던 엄마를 잃어버렸다는 말이 단순히 잃어버린 것뿐만 아니라 엄마를 잊어버린 건 아닌가 생각했다. 우리는 시간이 없어서 돈이 없어서라는 핑계로 가족들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엄마뿐만 아니라 가족을 잊어버린다는 것이 무언인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고 엄마가 나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기댈 수 있는 딸이 될 테니 지켜봐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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