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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만을 위한 봄의 공연을 할게."

나는 항상 똑같은 길을 걷고 또 걸었다. 괴롭고 엉망인 내 정신이 더 이상 내 스스로 제어할 수 없을 때, 모든 걸 포기하고 싶어질 때마다.

활짝 핀 꽃들에 앉아 열심히 꿀을 옮겨가던 벌들에게 인사하던 봄에도
푸르도록 푸르른 울창한 나무들이 나의 살갗을 간지럽혀 웃음으로 대답하던 여름도
노란 낙엽이 내 앞에 한 장 떨어졌을 때 너도 다시 아름답게 다시 피어오를 거라고 말을 건네주던 가을도
하얗게 내려앉은 눈 위에 내 도장을 찍던 겨울에도
난 혼자였다. 온통 어두운 생각뿐인 나에겐 혼자인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마주치는 이 없었고 지나가는 이 없었다.
그래서 좋았다. 오로지 나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곳이라서. 항상 나만을 위해 피어주던 꽃과 나무, 내가 걸을 수 있는 카펫을 깔아주던 낙엽과 눈이 있어서.

 

출처:Pinterest
출처:Pinterest

 

어느 날 새로운 남자를 마주쳤다.
멀리서 움직이는 누군가를 본 순간, 뒤를 돌아 내가 왔던 길을 다시 그리고 빠르게 걸어갔다. 다른 이가 나를 보지 못하도록 도망쳤다. 그래야 할 것 같아서.

그 뒤로도 몇 번 찾아갔지만 갈 때마다 그를 마주쳤다.
이기적이게도, 분명 나만을 위해 생긴 길이 아닌 걸 머리로는 아는데도...
울컥 눈물이 차올랐다. 여긴 내 공간인데. 

여느 때처럼 그를 발견하고 다시 돌아가는 그 길에서 누가 내 어깨를 덥석, 잡았다.
짐작은 했지만 정말 그 남자가 맞았다.

"날이... 춥네요 많이."
"... 이 길은 어떻게 알게 된 거예요?"

내 공간을 뺏겼다는 공허함과 불쾌함, 이상하게도 공존하는 불쾌한 호기심
그와 짧은 대화를 나눴다.

"숨겨진 아름다운 장소를 찾는 걸 좋아해서요. 정처 없이 반나절을 꼬박 걷다가 발견했어요."

그는 나와 달리 웃음꽃이 피어있었다. 뭐가 그리 좋은지.
영화처럼 갑자기 눈이 내렸다. 그는 웃으며 내 머리 위로 쌓인 눈을 털어주었다.
"이런 아름다운 길에, 낭만적인 만남과 새하얀 눈이 내리네요."

그날은 그렇게 헤어졌다.
서로에게 이상한 감정만을 그 길에 고스란히 눈과 함께 두고 왔다.

그녀는 다음 날도 그리고 그다음 날도 그 길을 찾았다.
그때 그녀는 복잡함도, 지루함도, 괴로움도 없었다.
그렇게 둘은 몇 번이고 같은 길을 걷고 또 걸었다.

늘 그랬듯 그녀는 그 길을 찾았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그를 찾을 수 없었다.
그가 없는 사이에 눈은 3번을 더 내렸고 
그녀는 아무도 털어주지 않을 눈을 머리칼에 몇 번이고 맞았다.

 

출처: 네이버 영화 -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다시 그 길을 찾은 아직은 쌀쌀한 봄.
저 멀리서 누군가가 다가온다.
"설마... 설마."

오랜만에 본 그의 옷차림은 찾아온 봄과 함께 조금은 가벼워져 있었다.
그리고 그의 미소는 더욱 따뜻해져 겨우내 내린 눈들을 모두 녹이고도 모자랄 듯 보였다.

"나 기다렸어요?"
"그저... 그리운 친구를 찾는, 그런 감정이었을 뿐이에요."
괜스레 보고 싶은 감정을 숨겨보는 그녀였다.

"운명을 믿어요?"
그가 물었다.
"그런 거 안 믿어요. 아직 제 앞은 어두운걸요."
"당신을 만난 후로, 제 마음속 불빛이 반짝거리기 시작했어요. 이게 사랑일까요?"

갑작스러운 그의 말, 오랜만에 만난 사이치고는 제법 단도직입적이었다.

"... 나랑 더 있어주세요. 그 반짝거림으로 제 어두운 곳들도 밝혀주세요."

둘은 따스한 봄이 찾아왔을 때 손을 잡고 꽃내음을 맡으며 아름다운 대화를 나눴다.

둘이 엉망진창이 되는 날이 오더라도, 영원히 사랑하자고.
영원을 믿지 못하는 너여도 그 마음조차도 바꿀 수 있게 영원이라는 걸 내가 알려주겠다고.

너와 걸으니 벅차도록 행복하다고 말하는 그녀였다.
그런 그녀에게 너의 마지막까지 미친 듯이, 열심히 사랑하겠다고 키스해 주는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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