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현자가 설계한 저택이라는 공간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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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에서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남궁현자 선생이 지은 저택, 집이다. 가장 상징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두 가족의 상반됨을 가장 잘 보여주는 집은 기생충의 주 무대이다.

기우가 박사장네 집에 방문하는 날, 기우와 함께 관객도 저택을 처음 마주하게 된다. 대문이 열리고 저택의 모든 공간을 강렬한 햇살과 함께 천천히 그리고 의도적으로 담아낸다. 바로 이곳이 지나쳐온 공간이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또 다른 세계를 그리고 있다. 남궁현자 선생의 저택 건설 이유와 설명을 듣고 있자면 이 공간은 더없이 특별한 공간이 된다.

기우는 이 집을 소유하고 싶어 하는 자다. 다혜와 결혼하겠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다혜를 사랑해서라기보다 이 저택에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이기 때문이다. 수석으로 사람을 죽이겠다고 마음먹는 날도 자신이 이 공간에 어울리는 사람인지를 묻기도 한다. 모든 것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기우는 집을 바라보고 눈에 담는다. 그 공간은 자신의 동생이 죽고 아버지가 세상에서 사라지게 되는 이유이기도 한 집인데도 욕망한다. 아버지께 쓰는 편지도 그러하다. 아버지는 단 한 칸만 올라오시면 된다고 이야기한다.

또 저택은 모든 사건의 원흉이 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폭우가 쏟아지던 날 기택네 가족은 저택에서 한바탕 술 파티를 벌이며 저택의 주인 행세를 부린다. 그때 초인종이 울리고 알아서는 안될 큰 비밀이 밝혀진다. 바로 저택의 비밀공간인 지하실이다. 지하실을 발견하고 따라갈 때의 카메라는 저택을 비추는 햇살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하실로 내모는 듯한 카메라와 어두컴컴한 공간은 완벽한 공간인 저택 안에 지하실의 존재 자체를 아이러니하게 한다.

문광 부부가 살고 있는 지하실을 마주한 충숙은 자신이 권력자임을 공고히 하고 문광 부부는 무릎을 꿇고 빈다. 그때 기우의 실수로 두 가족 모두 권력을 잃고 바닥으로 추락하게 된다. 지금부터는 잃을 것 없는 자가 이기는 싸움이 된 것이다. 그리고 문광과 근세는 기택 가족에게 말한다. “기껏 한다는 짓이 개같이 술이나 처먹고. 남궁현자 선생님의 예술혼이 숨어있는 이 집 거실 한복판에서?”. 그들은 아무도 없는 집에서 클래식을 틀며 햇빛 아래서 춤을 춘 이들이다. 하지만 웃긴 일이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고 있는 격이기 때문이다.

남궁현자 선생이 지은 저택은 거대한 공간이다. 하지만 그곳에 들어가려면 누군가는 그 공간을 떠나야 한다. 민혁의 자리를 대신한 기우, 윤기사를 대신하는 기택, 문광의 자리엔 충숙이 있다. 다송의 생일파티가 열리던 날 그 시간엔 세 가족이 유일하게 함께 있었다. 기우의 계획이 실패하고 근세가 지하실로 나와 생일파티를 한순간에 끔찍한 장소로 바뀐다. 그리고 더 이상 모두가 머물 수 없는 곳으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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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택은 늘 그 자리에 존재하며 다시 새로운 사람을 품었다. 모든 것은 비밀에 부쳐진 상태로. 세 가족 모두 각자의 형태로 집에 머물고 욕망했지만 다송의 트라우마는 사라지지 않았고 더욱 심해졌으며, 박 사장은 기택에 의해 죽고, 근세에 의해 기정이 죽었으며, 충숙과 근세는 세상에 머무른 것도 모르게 죽었다. 그렇게 세 가족은 각자의 아픔을 뒤로하고 저택이라는 공간에서 떠나게 된다. 한 사람만 빼고. 새로 살게 된 자들도 모르는 공간인 지하실엔 문광 부부 대신 기택이 그 자리를 보금자리로 삼았다. 그리고 기생충처럼 그곳에 머문다. 하지만 저택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평화롭기만 하다.

숨겨진 진실이 밝혀질 때 저택이라는 공간은 더 이상 안락하기만 한 공간이 아니다. 그 점이 기생충에서 저택이 하는 역할일 것이다. 기생충이 주는 찝찝함과 재미는 저택의 힘이 크다고 생각했다. 많은 일들이 일어날 때 남궁현자 선생의 저택 설계 의도가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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