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영화
ⓒ네이버 영화

영화가 보고 싶어진 날, ott를 틀어 무슨 영화를 볼지 10분 이상 고민하다가 제목에 이끌려 보게 된 <8월의 크리스마스>. 특이한 제목이라고만 생각하고 틀었는데 앉은 자리에서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화면 속에 빨려 들어가듯이 보게 됐다. 1998년에 개봉한 멜로의 정석 같은 영화였다. 죽음이 다뤄진 영화지만 신파극으로 치닫지 않는 신기한 영화이기도 하다. 한석규와 심은하 주연작이다.

 

동네에서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 초원 사진관을 운영하는 노총각 정원은 시한부를 판정받고 가족과 친구들과의 담담한 이별을 준비하는 중이다. 평소와 같은 하루를 보내며 사진관을 운영하며 죽음을 크게 생각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주차 단속원 다림을 만나기 전까지는. 단속 차량 사진을 인화하기 위해서 밥 먹듯이 드나들던 사진관에서 둘은 어느새 특별한 감정으로 발전된다. 하지만 정원은 다림에게 자신의 병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네이버 영화
ⓒ네이버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는 죽음과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지만 모든 것이 담담하다. 죽음의 과정에는 큰 감정의 요동이 드러나지 않는다. 사랑도 그러하다. 8월의 크리스마스라는 제목의 뜻은 정원과 다림이 만나고 헤어진 여름과 겨울을 하나로 잇는다는 뜻이다. 죽음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건 다림에게 상처 주고 싶지 않은 마음과 완성되지 않은 사랑을 위해서라고 생각했다. 그 덕에 정원의 죽음은 쓸쓸하지 않았다.

 

ⓒ네이버 영화
ⓒ네이버 영화

다림과의 사랑을 제외하고도 부모님, 친구와의 헤어짐을 준비하는 정원의 모습도 인상 깊다. 절친한 친구 앞에서는 죽음을 원망하며 술에 취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자신의 아버지에게는 리모컨 사용법을 알려주며 화를 내기도 한다. 자신이 죽으면 아버지께서 사용하기 어려워할 걸 알기 때문이었다. 영화는 슬픔을 느끼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보는 시청자들은 마음 아픈 구간이었다. 이 장면을 보며 죽음을 받아들이는 정원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정원과 다림의 만남은 보는 그 자체로 미소를 짓게 된다. 목욕탕 데이트, 사진관 안에서의 대화, 놀이공원 등. 둘은 뜨거운 사랑을 하지는 않았지만 따뜻했다. 따뜻한 사랑은 정원이 죽고 난 뒤 겨울에도 온기가 지속된다. 초원 사진관은 다시 아버지가 운영하게 되었다. 다림이 찾아오고 사진관에 자신의 사진이 걸려있는 것을 보고 웃으며 영화가 끝나게 된다. 삶과 죽음의 경계의 흐릿함, 여름과 겨울, 오래 걸리지만 영원히 남게 되는 아날로그 사진처럼 울림을 주는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였다. 영화가 끝나기 전 정원의 독백으로 이 글을 마친다. 쌀쌀해진 날씨에 따뜻한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는 언 몸과 마음도 녹여줄 것이다.

 

ⓒ네이버 영화
ⓒ네이버 영화

 

내 기억 속의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가 추억으로 그친다는 것을 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 준 당신께 고맙다는 말을 남깁니다.

 

 

 

 

 

 

저작권자 © MC (엠씨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