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포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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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심의는 우리 사회의 당대의 지식과 정서의 장 안에서 이루어지는 인식 작업이고, 사회적 담론 행위이다. 그리고 사회의 변화는 심의 규정의 해석과 적용의 변화 그리고 규정 자체의 변화를 요구하는데, 그 안에서 방송 심의는 변화를 탐지하는 감수성과 적극 수용하는 열린 태도를 갖추어 심의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드라마와 연예오락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한 방송 심의에 대해 주로 제기되는 네 가지 쟁점 영역은 성 표현, 폭력묘사, 방송언어, 심의 방식이다. 그중에서 나는 폭력성에 대한 논의에 주목했다. 다른 심의 규정들을 살펴보면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음이 느껴진다. 사투리에 대한 규제가 사라지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폭력성에 대한 문제에서만큼은 ‘과연 이게 발전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당연히 과거의 심의 규정은 요즘 보기엔 너무 고리타분하고 꽉 막힌, 시대에 맞지 않는 규정이 있을 것이기에 변화가 필수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의 콘텐츠는 내가 느끼기에 지나치게 폭력적이고, 자극만을 좇고 있는 것 같다.

 

출처 : SBS 모범택시
출처 : SBS 모범택시

더 글로리, 오징어 게임 등 자극적인 콘텐츠가 세상을 휩쓸었다. 물론 방금의 예시는 넷플릭스 콘텐츠라 더욱 규제 없이 자극적인 걸 지향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예시를 바꿔서 올해 방영했던 SBS 드라마 <모범택시2>를 살펴보자. 힘없고 억울한 사람들의 복수를 대행하는 서비스라는 내용인 모범택시는 복수를 하는 내용답게 폭력, 협박, 폭언, 유혈 등이 자주 등장한다. 물론 그 대상이 나쁜 악당들이라는 것에 심리적 면죄부가 주어지긴 한다. 그러나 그런 권선징악성 폭력이더라도 미디어에서 자주 접한다면 자연스레 무뎌지게 된다. 점점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폭력성을 띠는 미디어를 시청하고, 과거엔 이런 게 공중파에서 방송이 돼? 했던 유혈, 신체 절단 등의 요소가 이제는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심의가 변화하는 세상에 맞춰 좋은 쪽으로도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폭력성에 대한 부분에선 사람들이 너무 둔감해지고 있는 것 같다. 1만큼의 폭력에 익숙해지면 그다음 2, 3의 폭력에도 적응이 된다. 성 표현만큼이나 경계되어야 하는 것이 미디어의 폭력성인데 점점 대중들은 폭력에 무뎌진다. 더욱 폭력적이고 잔인한 것에 열광한다.

그러나, 미디어 속 폭력에 무뎌지고 둔감해지는 것을 우리는 의식적으로 경계해야만 한다. 방송은 문화고, 문화는 느리지만 계속해서 변화하며, 대중들의 하트와 마인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주요 문화인 방송을 대상으로 한 심의는 항상 사회의 모습과 변화를 반영하고, 때로는 경계하며 함께 변화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건강한 담론 형성을 위한 방향으로 계속해서 발전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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