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한국 현대사'를 통해 살펴본 자유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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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앞으로도 이 생각은 변함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는 몰랐다. 누군가 나에게 ‘왜?’라고 물으면 정확히 대답할 수 없을뿐더러 생각나는 대답은 ‘그냥’이다. 여태 여기서 살아왔기 때문에, 대한민국이 익숙하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른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내 마음과는 다르게 나는 대한민국을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오히려 타국을 보며 ‘나도 저렇게 되었으면!’하는 마음을 가질 때가 있다. 막상 거기서 살고 싶어 하진 않지만, 미국이나 영국 같은 나라의 문화를 부러워하고 그들의 문화를 치켜세울 때가 있다. 대한민국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여전히 살고 싶고, 다른 나라를 부러워하면서도 그곳에서 살고 싶어 하지는 않는 나. 솔직히 말이 안 되는 문장이다. 그래서 남들이 의문을 가지면 스스로 가진 생각인데도 함부로 설명하지 못했다. ‘나의 한국 현대사’를 읽으면서 이 의문에 대한 정확한 답을 찾고 싶어졌다. 내가 왜 여전히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어 하면서도 다른 나라를 부러워했는지. 
 본문 중에 기억에 남는 문장이 있다.
 ‘다른 나라가 부유해서가 아니라 자유로운 나라여서 그랬다. 그때까지 우리는 세상과 삶에 대한 생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살았다. 그래서인지 나는 무엇보다도 자유가 좋다.’
 자유. 자유라는 단어가 내 마음에 크게 와닿았다. 나는 정해진 규율에 따라 움직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21세기의 대한민국에 태어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할 때가 참 많은데, 대부분 과거와 비교했을 때 부드러워진 사회 통념 때문이다. 여자는 집안일, 남자는 바깥일을 해야 한다는 말 같은 고정관념으로 꽉꽉 찼던 과거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았다. 내가 어릴 적만 해도 그 고정관념이 조금은 들어가 있을 때였고, 그것 때문에 주변에서 너무 많은 소리를 듣고 자랐다. 그리고 오늘날이 되어서야 숨어있던 약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는 사회가 됐다. 아직도 그를 아니꼽게 보는 시선은 남아 있겠지만 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 모두를 응원한다. 대부분은 부정적인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자신만의 권리를 찾기 위해서 시작된 목소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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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근래 몇 년 간 사회에 큰 이슈가 되었던, 아직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젠더 갈등 같은 예민한 문제는 늘 말이 많다. 나도 그 속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이런 문제에 자유로운 미국 등의 나라를 부러워했고, 왜 우리는 그들처럼 될 수 없으며, 이래서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대한민국이 기존에 이어왔던 사회 분위기도 문제가 되었겠지만, 나에게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나 자신이었다. 그렇게 다른 나라를 부러워하고 대한민국에 문제가 있다고 손가락질하지만 정작 당장 놓인 환경에서 벗어날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내가 바뀌든지, 대한민국을 그렇게 바꿔야 했는데 나는 도무지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저 속으로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을 응원하는 게 다였다.

그리고 내가 선망했던 그 많은 나라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게 자유로운 상황도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그대로이길 택했다. 원하는 모습으로 바뀌기에는 내가 너무 작은 것 같아서. 그래서인지 내가 이대로를 선택한 이유를 잊고 살면서도 가끔은 부끄러워진다.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권리를 위해 움직이는데, 난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까. 늘 불만을 늘여놓기는 하지만 사실은 그렇게 억압받지는 않는 상황이 아닐까. 그렇게 고통받은 적 없으면서 남들을 보면서 거기에 공감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대한민국에 살고 싶지만 부러워하는 건 많은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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