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한자에게는 복이있으니 그 이유는 자신의 실수까지도 잊기 때문이다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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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지워드립니다라는 설정과 소재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일으키는 주제다. 듣기만 해도 귀가 솔깃해진다. 나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지우고 싶은 기억이 몇 개 정도는 있으니 말이다. <이터널 선샤인>의 줄거리는 이러하다. 조엘은 클레멘타인과 오래 사귀었고 그들의 관계는 날이 갈수록 서로에게 불만만 얘기하는 연인이 되었다. 그렇게 상처받던 클레멘타인은 기억을 지워주는 회사 라쿠나에서 조엘과의 기억을 지워버렸다. 조엘은 자신도 똑같이 클레멘타인과의 기억을 지워주겠다 마음먹고 그 회사로 찾아가게 된다. 그렇게 둘은 사랑하던 기억도 아팠던 기억도 지워버렸다.

 

둘은 다른 성격의 소유자였다. 조엘은 소심하고 섬세하며 평범한 남자, 클레멘타인은 그녀의 머리색만큼이나 자유분방하고 감정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처음에 둘은 서로의 다름에 이끌려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다름 때문에 서로를 이해할 수 없어지게 되었다. 사소한 다툼으로 인한 헤어짐이었지만 클레멘타인은 충동적으로 자신의 기억에서 조엘을 지웠고, 조엘은 클레멘타인의 선택에 혼란스럽고 상처받아 자신도 기억을 지우게 된다.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해 헤어졌고 또다시 서로의 다름으로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라니 새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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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장면은 라쿠나의 한 실수로 조엘의 기억이 사라지는 것을 인지하면서 반전이 진행된다. 조엘은 행복했던 추억들이 사라지는 걸 느끼며 자신의 결정을 후회한다. 그리고 그에 맞선다. 하지만 실패하게 된다. 그 기억의 마지막이 몬탁 해변에서 만나는 것이었던 거다. 이 장면을 보면서 느꼈다. 기억을 지우면 아픔이 사라질까? 우리가 싫다고 느꼈던 그 감정이 사랑했던 기억을 없앨 정도로 지워야 할 감정일까에 대한 고민이었다. 그리고 조엘과 클레멘타인이 운명적으로 다시 사랑에 빠지는 걸 보고 뇌에서는 지워졌지만, 가슴은 기억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또 이터널 선샤인만의 흥미로운 점이 있다. 클레멘타인의 머리색은 시간을 유추해 볼 수 있는 장치이다. 클레멘타인이 좋아하는 이름의 염색약 그린 레볼루션은 봄 같은 사랑, ‘레드 매너스는 여름처럼 뜨거운 사랑, 그녀가 지은 이름인 에이전트 오렌지는 건조한 가을의 사랑, ‘블루 루인은 사랑의 끝인 겨울이다. 시간의 흐름이 제멋대로인 영화에서 클레멘타인의 머리색은 힌트를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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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연인과 용기 내어 다시 사랑을 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어려울 거 같다. 똑같은 이유로 헤어질 거란 생각이 머리를 지배하고 영원한 건 없다는 것을 한 번 배웠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터널 선샤인은 말한다. 우리는 다를 거라고 믿는 것마저 사랑의 한 부분이고, 사랑하지만 다시 한번 용기 내지 않는다면 이 세상에 어떤 것도 함께 할 수 없을 거라고! 둘은 다시 사랑해도 끝이 같을까? 그럴 수도 있다. 그래서 누군가에겐 해피엔딩일 수도 새드엔딩일 수도 있을 거다. 하지만 나는 둘의 엔딩이 해피이길 바란다. 기억을 잃어갈 때의 슬픔을 늘 기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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