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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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국도 극장은 2018년 5월 29일에 개봉한 영화로 한 교양 강의를 통해 접하게 되었다. 오늘은 이 영화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영화 국도 극장은 고시생 기태가 계속되는 시험 낙제와 사법고시 폐지로 미래가 불분명해진 상황에서 어머니의 건강 악화라는 핑계로 고향 벌교로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오랜만에 돌아온 고향이지만 기태를 반겨주는 사람은 없었고, 친형과의 갈등 상황으로 인해 자꾸만 어머니에게 틱틱거리게 된다. 그러던 중 우연히 동창생 영은과 간판장이 겸 극장 관리인인 오 씨를 만나 매번 다시 서울로 올라갈 거라고 하던 기태는 고향에 녹아들게 된다.

 사실 상업영화, 그중에서도 쾅쾅 울리는 시끄러운 사운드와 번쩍이는 화려한 액션 영화에 길들여져 있던 나는 이 영화를 보는 약 2시간이라는 시간 동안 지루함과 답답함을 참을 수 없었다. 과연 영화가 너무 조용해서 그런가 하고 생각해 봤더니 영화 초반부터 이어지는 기태의 답답한 현실에 너무 공감이 가서 그런 것 같았다. 나이는 계속 먹어가고 주변 친구들과 지인들은 하나씩 직장에 들어가 돈을 벌며 결혼도 하고 안정적인 가정을 꾸려나가는데 기태는 이룬 것 하나 없이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자신을 한심하게 느끼는 상황에 형은 홀로 자신에게 아픈 어머니의 부양을 떠넘기며,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시고 본인 가족들은 이민을 간다고 하는 상황이 영화 중후반부까지 이어진다. 게다가 형과 기태가 어머니 생신날에 식당에서 어머니를 앞에 두고 어머니를 나한테 떠넘기냐고 화를 내던 기태의 모습과 이에 맞서 싸우는 형의 모습은 나도 모르게 저절로 어머니의 눈치를 보게 되었고 한숨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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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태와 형의 상황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삶도 어떻게 이어가야 할지 미래가 불투명한 기태의 상황과 자식 2명과 아내를 책임져야 하는 큰 무게를 가지고 있는 형의 상황에서 몸이 아프신 어머니까지 함께 하는 것이 부담된다는 것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남도 아닌 어머니에게 하는 모습은 현실적이면서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이렇게 이 영화가 우울한 이야기만 나온 것은 아니다. 이런 답답한 현실 사이사이에 이 영화의 배경인 국도 극장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오 씨 아저씨를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동창인 영은을 만나 고향에 돌아온 후 처음으로 웃게 된 상황들도 있었다.  그리고 영화를 보면서 신기했던 점도 있다. 영화를 볼 때는 기태 이외의 인물들이 놓인 상황에 집중하느라 놓친 포인트가 있었는데 국도 극장의 간판이 기태의 감정선에 따라 그와 어울리는 영화의 간판으로 바뀌어가는 게 신기하기도 했고, 그 간판의 이미지가 잔잔한 영화를 이해하는데 더 도움을 준 것 같았다. 또한 영화 간판으로 이런 표현을 하는 게 재밌는 요소였던 것 같다.

 처음 봤을 때는 이 영화를 잘 이해할 수 없었는데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 보니 그냥 우리와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고민과 삶의 이야기를 꾸밈없이 보여주고자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자연스레 주인공의 현실을 나의 현실과 비교하면서 몰입해서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너무 힘들 때 봐서 그런지 영화를 보는데 지치는 부분도 분명히 있었지만 저런 삶을 사는 사람의 인생 다큐멘터리를 봤다고 생각하니 내 인생이 그렇게까지 나쁘지 않구나, 남들도 나와 같은 고민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구나를 느낄 수 있었던 영화였다. 지금 그런 고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 영화를 한 번 봐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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