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영
ⓒ남다영

7월 초 학교 때문에 흩어졌던 친구들이 모두 방학을 하고 오래간만에 고향에 모였다. 고등학생 때는 20대가 되면 더 자유롭게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전국 각지로 흩어져 고등학생 때보다 보기가 더 어려워진 친구들. 그런 친구들과 고향에 있는 한 음식점에서 삶이 재미가 없다는 얘기를 하다가 그곳에서 갑자기 경주 여행이 결정되었다. 그 자리에서 차 렌트도 하고, 숙소까지 한 번에 잡아버린 친구들이다. 별로 기대가 없었는데 예약을 해서 그런가 갑자기 가게 된 여행임에도 마음이 설레서 참을 수가 없었다. 매일 경주 여행 VLOG를 보고, 맛집을 찾아보는 등 한 달이라는 시간이 남았지만 그 누구보다 여행을 진심으로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조용히 흘러간다면 재미없다고 생각해 하나의 이벤트를 주고 싶었던 걸까? 너무 일찍부터 들떠서 그런지 몰라도 여행 당일 아침부터 몸이 좋지 않았다. 머리가 조금 아프고, 목이 칼칼한 게 아무래도 감기가 온 것 같았다. 여행을 취소할 만큼 심각한 상태는 아니었기에 동대구역 약국에서 약을 사고 눈물을 머금은 채 KTX에 올랐다. 그렇게 조금은 불안한 우리의 경주 여행은 시작되었다. 

 경주에 도착하고 렌트한 후 숙소에 도착한 우리는 숙소 앞 오류고아라 해변에서 물놀이를 했다. 거의 10년 만에 바다에 들어가서 놀아서 그런지 아침에 아팠던 사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신나게 놀았다. 3시간을 차가운 바다에서 놀고, 근처에 있는 횟집으로 가 회와 물회를 포장해와서 에어컨 밑에서 맛있게 먹었다. 감기약을 먹는 사람이 2명이어서 술은 한 잔도 못했지만 오히려 맨정신으로 많은 대화를 나누고, 가지고 온 보드게임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남다영
ⓒ남다영

 하지만 그날 새벽부터 감기 걸린 2인의 상태는 급격하게 안 좋아졌다. 차가운 바다에서 논 여파로 감기가 더 심해져 병원 문이 열자마자 병원으로 가 주사를 맞고 약을 처방받았다. 경주에 온 만큼 경주에서 봐야 할 곳을 다 돌아보겠다는 우리의 원대한 둘째 날 계획은 이런 몸 상태로는 소화하기 쉽지 않았다. 하루 안에 가야 했던 곳이 석굴암, 불국사, 국립경주박물관, 황리단길, 첨성대, 대릉원, 동궁과 월지, 월정교 총 8곳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빡빡한 스케줄로 힘들었지만 그만큼 큰 감동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밤에 본 월정교의 풍경은 가슴이 벅차오르는 감동을 줬다. 하지만 또 하루가 잘 풀리면 우리네 인생이 아니지 않겠는가. 마지막 일정이었던 동궁과 월지를 가는 도중에 마지막 입장 가능 시간을 알게 되었고, 그 시간 5분 전에 앞에 도착했지만 앞에 버스가 앞으로 가지 않아 꼼짝없이 갇힌 채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우리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그 앞에 있던 가게에서 핫도그 하나 먹고 돌아갔다. 

 다행히 약을 먹어서 그런지 마지막 날은 컨디션이 좋았다. 아침을 간단히 해결하고 송대말 등대도 가고 그 근처에 있는 박물관이 있다고 해서 보러 가기로 했지만 마지막 날까지 우리의 눈물을 흘리게 했던 일이 생겼다. 하필 우리가 갔던 시기가 전체적으로 여름휴가 기간이어서 모두 문을 닫았다. 렌트 반납 시간도 있고, 기차 시간도 있었기 때문에 마지막 일정으로 밥을 먹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원래 가기로 했던 조돌 칼국수라는 식당에 웨이팅이 너무 길어서 시간이 많이 없었던 우리는 근처에 있던 순두부 짬뽕 집에 가서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갔다.

 이렇게 많은 우여곡절이 있어 눈물이 났지만, 오래간만에 고등학생으로 돌아간 듯 각자의 고민을 내려놓은 채 마음껏 웃을 수 있었던 행복한 시간이었다. 우리는 이런 행복한 기억을 가지고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저작권자 © MC (엠씨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