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네이버 영화 스틸컷
출처 : 네이버 영화 스틸컷

<반딧불이의 묘>는 전쟁고아가 된 남매를 주인공으로 세운다. 남매는 폭격으로 엄마를 잃고 친척 집에 신세를 지지만, 구박에 못 견뎌 집을 나오게 된다. 그렇게 둘이서 강가의 굴에 들어가 살면서 자유를 누렸지만, 수중에 가진 것이 없어지자 배를 곯다가 아픈 동생 세츠코가 영양실조로 죽음을 맞이한다. 그 후 오빠인 세이타도 역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다. 전쟁으로 부모님을 잃고 이곳저곳을 전전하다 죽음을 맞이하는 남매의 모습은 관객에게 안타까움과 연민을 자아낸다.

영화는 전쟁의 참혹함과 그로 인해 피해를 입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냈다. 미국의 폭격으로 죄 없는 사람들이 죽고, 다치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 남매의 어머니가 전신 화상으로 마치 미라처럼 붕대에 감겨있는 모습과 그녀가 버려지는 시체 더미의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다. 주인공 가족의 집을 포함한 마을 전체가 불타오르고, 시도 때도 없는 미군의 공습은 당시의 상황이 어땠는지를 잘 보여준다. 남매가 집을 나와 전전하며 힘겹게 생계를 이어가는 모습에서도 전쟁고아의 어려운 삶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영화의 제작국이 일본이라는 점에서 의심과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태평양전쟁은 일본의 제국주의 파시즘이 자초한 전쟁으로, 일본은 패전했으나 명백한 가해국이었다. 그러니 일본 사람들의 피해를 보여주는, 일본의 입장에서 전개되는 영화라는 특성상 가해국의 피해 의식을 담은 일본의 ‘피해자 코스프레’ 영화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감독의 의도는 다르다. 실제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은 일본이 전쟁에 책임이 있음을 꾸준히 주장해온 사람으로, 이 작품은 순수하게 전쟁으로 입은 피해를 다루며, 작품이 주는 메시지는 한 마디로 ‘전쟁은 나쁘다’라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도 전쟁으로 큰 피해를 입었고, 전쟁은 군사적인 것뿐만 아니라 주인공과 같은 민간인에게 심각한 해를 끼친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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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에서 다룬 <아버지의 깃발>과 이번 글에서 다룬 <반딧불이의 묘>, 두 영화는 태평양전쟁이라는 주제를 배경으로 삼는다. 그 안에서도 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다룬다. 태평양전쟁은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기습으로 인해 시작되었고, 일본의 제국주의 파시즘이라는 주제의 특성상 가해국과 피해국이 명확해 보인다. 하지만 두 영화에선 전쟁의 시시비비와 책임을 가리는 것이 아니다. 전쟁의 국가적 측면이 아닌 전쟁으로 고통받은 일반 국민들의 삶을 조명하고, 전쟁을 주도한 국가를 비판한다. 전쟁은 가해국과 피해국 모두 피해를 입는다. 국가적 손실도 크지만 가장 먼저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이 무너진다. 한순간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심리적, 신체적, 경제적 피해를 입는다. 여기서 오는 트라우마는 누가 책임지는가?

두 영화는 전쟁의 해로움을 각각 주인공의 트라우마와 죽음으로 강조하여 전쟁 비판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심리적 묘사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나는 전쟁터의 한 가운데에 있다. 정치적 전쟁에 희생되어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해군 위생병이 되었다가, 전쟁으로 가족과 삶을 잃어버린 일본 꼬마가 되어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한다. 그러다 함께 눈물 흘리기도 하고, 안타까워하기도 하며 전쟁에서 비롯된 해악을 경험한다. 전쟁으로 고통받은 사람들의 삶을 함께 공감하는 방식으로 두 영화는 전쟁 비판의 목소리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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