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아버지의 깃발>,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의 <반딧불이의 묘>는 영화의 장르, 제작 국가, 제작 연도가 모두 다르다는 점에서 전혀 다른 성격을 지닌 영화로 보인다. 하지만 두 영화 모두 태평양전쟁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또한 전쟁으로 인한 피해와 고통받는 사람들의 모습을 다뤘다는 것에서 일맥상통한다. 그리하여 나는 두 영화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하며 각 영화가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무엇인지에 중점을 두고 비평할 것이다.

먼저, 이 글에서는 영화 <아버지의 깃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스틸컷
출처 : 네이버 영화 스틸컷

영화는 사진 한 장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미군 6명이 이오지마 섬의 산 정상에 성조기를 세우는 사진이 가진 영향력은 어마어마했다. 전쟁에선 사진 하나가 승패를 좌우한다고 했던가. 전쟁으로 지쳐있던 국민들은 그 사진을 보고 환호했고, 국가는 이를 이용했다. 사진 속 주인공들은 한순간에 전쟁 영웅으로 대접받고, 전쟁 자금을 모으기 위한 채권 구매를 홍보하는 수단으로 쓰인다. 그러나 사진은 연출된 것에 가까웠고, 군사 한 명의 이름도 바뀌어있었다. 이런 실상에 국가의 ‘높으신 분들’은 관심이 없었다. 또한, 그들은 이오지마 섬에서 일어났던 참혹한 살육에도 관심이 없어 보인다. 이오지마 섬에서 죽어가는 청년들이 아닌 국가의 이익이 우선시 된다.

영화는 ‘전쟁 영웅’의 허상에 주목한다. 사람들은 전쟁을 선과 악, 영웅과 악당의 측면에서 바라본다. 하지만 영화에선 이렇게 말한다. “영웅은 우리가 필요에 의해 만들어내는 것이다.”라고, 그렇게 국가가 만들어낸 영웅은 한순간에 떠오르고, 잊혀진다. 전쟁 영웅이라는 화려한 이름의 이면에는 전쟁 속에서 죽어간 전우들의 시체와 살아남은 자들의 트라우마가 함께 묻혀있다.

영화 속 화자의 아버지이자 깃발을 꽂은 6인 중 한 명인 해군 위생병 존 닥 브래들리는 평생을 전쟁 트라우마에 갇혀서 지냈다. 그는 전장에서 함께 싸우다 죽은 전우들을 생각하며 죄책감에 시달리다 전쟁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원주민 출신인 아이라 헤이즈는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관광객들에게 1달러를 받고 사진을 찍어주는 마치 동물원의 원숭이와 같은 처지로 전락한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스틸컷
출처 : 네이버 영화 스틸컷

영화는 전쟁 영웅의 허상을 꼬집으며 이들의 트라우마에 주목한다. 주인공들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전쟁 속에 있었다. 전쟁으로 인한 신체적인 상처는 치유가 가능했을지 몰라도, 그들의 심리적인 상처와 고통은 치유되지 못했다. 항상 전쟁에 희생된 전우의 끔찍한 마지막 모습을 떠올렸고, 죄책감을 느꼈다. 국가가 만든 전쟁 영웅 뒤에는 수많은 청년들의 희생이 따랐다. 전쟁에는 영웅을 추대하는 것이 아닌 전쟁에 희생된 사람들에 대한 추모가 필요하다. 영화에서 말했듯 진정으로 그들을 기리고자 한다면, 그들의 참모습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같은 태평양전쟁을 주제로 한 일본 영화 <반딧불이의 묘>에 대해 이야기하고, <아버지의 깃발>과 <반딧불이의 묘> 두 영화를 함께 비교하고 비평하며 글을 마무리 짓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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