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능력을 가진 자가 모두 영웅은 아니다

초능력을 가졌다고 해서 모두가 영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 영화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고등학생 3명이 우연히 초능력을 얻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제목인 '크로니클'은 연대기라는 뜻이다. 영화의 제목처럼 사회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 불안정한 상태의 소년이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초능력을 가지게 됨으로써 악당이 되어가는 과정을 연대기로 보여주고자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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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다른 것들 사이에 벽을 쌓은 것 같지 않냐는 스티브의 말에 앤드류가 "내가 그 벽을 원하나 봐"라고 대답하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을 보면서 앤드류가 자신을 카메라로 찍는 것도 다른 사람과의 벽을 만들어 자신을 타인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보호막으로 사용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앤드류에게는 자신을 향한 관심조차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방법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친한 친구들의 사랑에도 벽을 두게 된 것이고, 혼자 내버려 두라는 말을 많이 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라고 생각한다.

앤드류는 처음에는 악당이 아니었다. 선과 악의 정의가 명확하게 생성되지 못한 청소년이기도 했고 특히 앤드류는 현재에도 여전히 발생하고 있는 가정폭력과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사회적 약자였다. 앞서 설명한 장면들을 토대로 보았을 때, 이 영화는 억압돼 있던 소년을 모른 채 한 사회에 대해 비판하면서 이들을 사회와 가정이 보듬어주지 않았을 때, 윤리보다 욕망이 앞서는 미성숙한 소년이 자기가 감당하지 못할 큰 힘을 얻게 되었을 때의 결과를 현실성 있게 나타내고자 한 것 같다. 또한 앤드류의 죽음을 통해 인간의 선과 악, 그리고 이것은 사회로부터 만들어지고 달라질 수 있는 것임을 알려주고자 한 것 같고 굉장한 능력에도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통해 힘의 양면성도 깨달을 수 있게 하는 것이 핵심 주제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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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특별한 촬영 기법도 마치 진짜인 듯한 현실감을 더해주는 데에 한몫했다. 주인공인 앤드류가 카메라를 직접 들고 촬영하는 핸드헬드 기법을 통해 앤드류와 친구들이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에서 긴장감을 극대화하고 생동감을 높였다. 영화 초반에 앤드류가 학교에서 촬영하는 도중에 앤드류를 괴롭히는 친구들이 앤드류의 카메라를 발로 차는 장면이 있다. 카메라가 날아가는 순간조차도 영상으로 기록되어 영화에서는 사람의 시점이 아닌 카메라의 시점으로 보이기 때문에 더 생동감 있게 느껴진다. 카메라는 앤드류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는데 카메라를 발로 차는 모습이 앤드류를 발로 차는 것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학교 학생들이 앤드류를 얼마나 무시하고 있는지도 느껴졌다.

앤드류가 초능력이 생기고 염력을 활용해 카메라를 공중에 띄워서 자신의 얼굴도 보이게 촬영하는 장면도 처음 접해보는 방식이어서 특이하고 신기했다. 앤드류의 카메라뿐만 아니라 핸드폰 카메라, 블랙박스, CCTV와 같은 여러 가지 독특한 촬영 장비들을 활용하여 영화의 모든 장면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사실감이 극대화되어 드러났다. 그래서 앤드류와 친구들의 시선을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고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단순히 초능력이 아닌 그들의 공포와 분노, 슬픔과 불안이라는 것을 더욱 와닿을 수 있도록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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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내가 만약 초능력을 가지게 된다면 과연 앤드류와 다르게 행동할 수 있었을까? 하는 고민에 빠지게 만든다. 승자독식의 구조인 현대사회 속에서 초능력을 나 아닌 세상을 위해 사용할 수 있을 것인지 확신하기는 힘들다. 앤드류가 초능력을 이용해 도시를 파괴한 행동은 잘못되었다고 할 수 있지만 우리는 앤드류의 잘못에 집중하기보다는 앤드류가 왜 이러한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 왜 이렇게밖에 될 수 없었는지에 대해 그 과정을 깊게 고민해 보고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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