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네이버 책
출처: 네이버 책

 

 인간은 태어났을 때부터 악하다던가, 선하다던가, 철학자는 인간에 대해 생각하다가 존재에 대한 각자의 정의를 내리고는 한다. 굳이 철학자가 아니더라도 자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던 사람은 ‘나는 이렇구나’하고 느끼고 나름대로 정의를 내릴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방금 떠나온 세계』라는 책은 존재의 유약한 부분을 조명하며, 자신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한다.

 

 줄거리

 〈마리의 춤〉 시지각 이상증을 겪는 ‘모그’인 ‘마리’는 자신도 무용을 할 수 있다며 공연을 준비한다. ‘나’는 그런 마리에게 춤을 알려주는 과정에서 ‘플루이드’라는 것을 접하게 된다.

 〈로라〉 자신에게 세 번째 팔이 있다고 느끼는 ‘로라’는 감각과 몸을 일치 시키기 위해 세 번째 팔을 이식하고자 하지만, 연인인 ‘진’은 이를 완벽히 이해하기 어렵다.

 〈인지 공간〉 지식을 영구적으로 보관하기 위해 고안해낸 ‘인지 공간’을 두고 ‘나’와 ‘이브’의 생각이 갈린다.

 〈캐빈 방정식〉 국지적 시간 거품에 대해 연구하는 언니 ‘현희’는 어느 날 사고를 당해, 남들보다 느린 시간을 살아간다. 동생인 ’현지‘는 같아질 수 없는 자신과 언니와의 시간을 이해하고자 노력한다.

 『방금 떠나온 세계』는 7개의 소설이 담겨있는 김초엽 작가의 소설집이다. 줄거리에 단편 외에도 〈최후의 라이오니〉, 〈숨그림자〉, 〈오래된 협악〉이 수록되어 있다.

 

 어떤 존재를 사랑해서 함께 하고 싶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고 지켜보고 싶은 거랑 별개로 자신의 생각을 온전히 이해시킬 수 없다는 것, 이해받고 싶길 원했는데 나의 가치관과 다른 순간을 조우하는 것은 인간이라는 존재를 참 외롭게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읽는 내내 어쩐지 외롭고 슬퍼지는 기분이었다.

 

출처: 박혜림
출처: 박혜림

 

 하지만 읽으며 그런 외로움을 느끼면서도, 자신에게 사랑이 있다면 다른 존재를 이해하고자 하는 시도를 계속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로라〉에서 ‘로라’를 이해하기 위해 ‘진’은 여행을 떠난다. 비록 그 여행의 의미는 로라에 대한 이해보다 본인을 위한 여행이었지만, 그 시도에 의의는 있다고 생각한다. 진은 끝내 이해할 수 없었지만, 사랑해서 결국 로라에게 돌아갔으니 말이다.

 〈캐빈 방정식〉도 마찬가지다. 동생 ‘현지’는 울산의 백화점 관람차 20번 캐빈에 오른다. 그 관람차의 정상과 관련한 괴담에 대해 언니 ‘현희’가 메일 보내, 가봐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언니의 사고 이후, 동생은 서로 단절을 경험했음에도 관람차에서 ‘국지적 시간 거품‘를 경험함으로써 조금 이어진 기분을 느낀다. ’고마워, 사랑해, 더 견딜 수 없었어.‘라는 단절에도 사랑해서 언니는 메일을 보내고 동생은 언니의 부탁을 들어준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SF 소설로서도 매우 흥미로운 세계관에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궁금하다면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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