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빌리 엘리어트' 속에서 드러나는 수많은 편견들

이전에 이 영화를 봤었던 적이 있다. 몇 년 전에 좋아하는 연예인에게서 추천을 받아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당시 빌리 엘리어트를 처음 봤을 때는 정말 지루해서 보는 내내 꾸벅꾸벅 졸다가 반 이상을 놓쳐버렸었다. 내 머리에 지루하고 재미없는 영화로 남아 있었기에 영화를 볼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막상 영화를 틀어놓고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마지막 장면을 보고 있었다. 끝나고 들었던 생각은 예전에는 대체 왜 재미없는 영화라고 생각했을까,였다.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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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엘리어트안에는 많은 교훈이 담겨 있다. 성 역할에 대한 편견을 깨는 것부터 시작해서 빌리의 아버지가 빌리의 꿈이 뭔지 알았음에도 그저 막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까지. 나는 무언가에 쉽사리 명작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나서는 이런 것들을 명작이라고 표현하는 것이라고 느꼈다. 이 영화가 나온 시기가 2001년인데, 그때의 상황을 생각해 보면 영화의 줄거리부터가 나름 파격적이었을 것 같다. 남자가 발레를 한다니, 그것도 열한 살이. 사실 지금만 해도 성 역할에 편견이 많은데 20년 전에는 훨씬 심했을 거다.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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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때부터 남성적, 여성적이란 단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성격 탓인지는 몰라도 늘 여성스럽지 못하다는 말을 듣고 자랐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그 의미가 도대체 뭔지 이해가 가지 않지만 남들이 말하는 여성스러움에 맞춰서 살았다. 그래서인지 발레를 배우고 싶어 하다가도 여자 같다며 망설이는 빌리가 너무 안쓰럽게 느껴졌다. 이 영화 속에서 보이는 갈등 중에서는 발레를 배우고 싶어 하는 빌리와 남자다움을 강조하는 아버지 사이의 대립이 가장 크게 두드러지는데, 나는 이 부분에서 다시 한번 남자답고, 여자다운 것이 뭔지 생각하게 됐다.

현실이 아닌 영화이기에 그렇게 깊게 다뤄지지 않았지만 아버지 때문에 억지로 배워오던 권투장에서 발레 교실로 발을 들이기 전까지 빌리는 정말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망설임을 떨친 덕에 방황을 그만두고 새로운 꿈을 찾았고, 비록 그 속에서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버지와 재능을 알아봤지만 지나치게 채찍질하는 발레 선생님 윌킨슨과의 깊은 갈등이 있었지만 결국에는 아버지가 윌킨슨 선생님에게 빌리에게 발레를 가르쳐 달라며 부탁하는 상황까지 만들어냈다.

발레를 당장 잊어버리라는 아버지의 말에도 계속 발레를 연습하던 빌리는 아버지에게 또 한 번 발레를 연습하는 모습을 들키게 되는데, 이전에는 아버지와 눈을 마주치고 어쩔 줄 몰라 하던 모습과는 달리 처음으로 발레에 대한 자신의 열정을 아버지에게 선보인다. 나는 이 장면이 빌리 엘리어트의 명장면이라고 생각했다. 몰래 숨어서 자신의 꿈을 키워갔던 빌리는 어느새 당당하게 아버지에게 맞설 만큼 자신의 꿈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었다. 빌리의 열정도 대단하지만, 그 모습을 보고도 아버지가 계속해서 발레를 하지 말라며 보수적인 모습을 보였다면 이렇게까지 명작으로 불리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 영화의 감상 포인트는 빌리의 성장뿐만 아니라 그와 함께 보수적이었던 아버지가 빌리의 열정에 동화됨으로써 빌리가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돕게 되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 장면을 보면서 난 얼마나 내 꿈을 열심히 가꾸었나 생각하게 됐다. 물론 영화이기에 주인공의 노력이 더 돋보이는 것이겠지만 현실에서도 피와 땀을 흘리며 자신이 원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나도 나름 열심히 했지만, 그 생각을 하다 보니 조금 부끄러워졌고 빌리만큼은 아니더라도 내 페이스에 맞게 꿈에 대한 열정을 불태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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