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돌아온 가족들과의 여름휴가 일지 2탄이다. 

무더웠던 여름, 눈치싸움에 성공한 우리 가족은 대구의 폭염주의보를 피해 비교적 시원한 영덕에서 가장 행복했던 여름휴가를 보냈다.

첫째 날 저녁, 역시 밤바다는 여름인데도 차가운 건지 선뜻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저 멀리서 빛나는 배 덕분에 한층 밤바다의 감성을 더 느낄 수 있었다. 

@장윤하
@장윤하

첫날에는 수영장에만 들어갔다 오고 바다는 그냥 구경만 했기 때문에 여러 해수욕장을 돌아다니면서 바다 구경을 실컷 했다. 숙소에 돌아와서는 가족들이 다 같이 맥주에 가벼운 안주를 먹으면서 이런저런 수다를 떨었다.

나는 막내인데, 내가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나를 포함한 가족들이 다 바쁘던 시기라 딱히 이렇게 모여서 이야기를 할 시간도 없었고, 그럴 만한 주제도 없었다. 하지만 내가 성인이 되고 이런저런 사회 경험을 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부모님과의 공통분모가 점점 많아지면서 이렇게 가끔은 다 같이 모여 얘기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개그를 치기도 하고,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으면서 어떻게 보면 친한 친구 사이처럼 웃고 떠들었던 것 같다. 사진을 남겨놓지 않아서 아쉬울 따름이다. 그렇게 한참을 웃고 떠들다 새벽이 되어서야 각자 잠에 들었고, 최근 들어 잠이 많아진 나는 늦잠을 자버렸다.

@장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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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되어 일어나니 가족들은 이미 다 아침을 먹은 후였고, 난 원래 아침을 먹는 편이 아니지만 여행을 온 만큼 활동을 많이 해야 했기에 혹시 몰라 느지막이 아침을 간단하게 먹었다. 수영장을 갈지 말지 고민하다가 둘째 날은 바다에 가기로 해서, 깔끔하게 포기하고 바다에 갈 짐을 챙겼다. 오랜만의 여행이라 몸이 긴장을 했는지 오기 전부터 내 몸 상태가 그렇게 좋진 않아서, 나는 그냥 바다 구경만 하기로 했다. 좀 아쉽기도 했지만 괜히 들어갔다가 골치 아픈 일을 만들고 싶진 않았다.

바다에 도착해서 자리를 잡고, 가족들이 바다에 가는 모습을 지켜보니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나는 항상 들어가는 입장이었고, 오히려 부모님이 날 지켜봐 주시곤 했는데 그 반대 입장이 되니 좀 신기하기도 했다. 처음으로 파도 소리를 들으면서 뽀송뽀송한 몸으로 앉아 있자니, 조금 심심한 기분이 들었다. 한 한 시간 정도 있으니 점심때가 되어서 컵라면으로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했다. 바다에서는 끓여 먹는 라면이 제맛인데.

@장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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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인 내가 들어가지 않으니 가족들도 흥이 나지 않는 모양인지, 조금 놀다가 지쳤다며 숙소로 그만 돌아가자고 했다. 그렇게 숙소로 돌아와서 씻고, 저녁으로는 숙소를 오며 가며 계속 눈에 걸렸던 칼국수를 먹기로 했다.
나는 칼국수를 아주 좋아해서 웬만한 건 다 잘 먹는데, 아쉽게도 이번 여행에서 갔던 식당에서는 조금 이상한 맛이 나서 어색했다. 가족들도 그렇게 마음에 드는 눈치는 아니었다. 많이 아쉬웠지만 늘 성공하리라는 보장도 없으니까, 그렇게 마음을 달랬다.
다음날 아침에는 체크아웃을 해야 했기 때문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고, 아침부터 부지런하게 숙소를 빠져나와 대구로 왔다.

오랜만의 여행이라 이런저런 걱정을 많이 했었지만, 이번 휴가의 테마가 휴식이었던 만큼 내 마음에는 아주 쏙 드는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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