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를 품고 산다는 것

나는 영화를 보며 우는 사람들이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며칠 전, '내 머릿속의 지우개'를 보고 처음으로 펑펑 울면서 그 사람들의 마음을 완벽 이해하게 되었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 손예진이 기억을 잃고 정우성이 아닌 다른 남자의 이름을 부르며 "사랑해"라고 말하자, 애써 담담하게 "응 그래, 일찍 올게" 하는 정우성의 모습에서 가슴이 미어지는 듯했다.

ⓒ네이버영화

 

스토리는 뻔할 수 있었지만, 바다와 카페의 서로 다른 두 공간에서 나타나는 유사한 동작을 연결하여 영상의 콘티뉴이티를 지키고 극적 긴장감도 높아져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이러한 영상미와 그에 알맞은 음악, 서툰 두 사람의 연기까지도 모든게 완벽했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기억을 잊어가는 슬픈 상황 속에서도 그것을 받아들이고 극복하려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감동이었다. 그만큼 자신의 곁을 묵묵히 지켜주는 소중한 사람들의 존재가 새삼 중요하다는 것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인생은 어차피 혼자다' 라는 말이 있듯이 나 역시 나를 위해, 나의 꿈을 위해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고 나를 위해 투자할 때가 가장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행복하고 즐거웠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모두 소소한 것들이었고 그 순간에 항상 나를 소중하게 생각해주는 친구, 가족, 연인이 곁에 있었다. 그동안 익숙하다는 이유로 당연하게 여기고 있던 것들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고, 난 나를 위해서가 아닌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순간을 기대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영화를 통해 알게 되었다. 오늘 하루가 너무 힘들다 할지라도 주말에 있을 친구와의 약속, 연인과의 데이트, 가족과 보낼 시간처럼 이런 소소한 기대 하나가 일주일을 버티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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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들은 모두 자신이 원하는 삶,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영화는 그들의 욕망을 잘 드러내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그들 곁에 소중한 사람들이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함께 도와주고 믿어주었다는 것이다. 혼자였다면 이룰 수 없었던 일들임이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영화를 업으로 삼아 꿈을 이루기 위해 달려 나가는 순간에도 혼자가 아닌 내 생각과 감정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공유하며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를 품고 살아갈 것이다. 실패해도 지치지 않는 힘은 기대에서 나오는 것처럼 영상 전문가로서 일을 하면서 지치는 일이 생기더라도 사소한 기대에서 오는 확실한 행복으로 하루하루를 살아 나갈 것이다. 

인간은 결코 혼자서는 세상을 제대로 살아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만을 위해 살 때보다 조금이라도 주변 사람, 이웃, 나아가 사회를 돌아보며 살아갈 때, 생각의 질도 높아질 것이다. 영화 제작사로서 돈을 벌게 될 때도, 돈 역시 생각의 질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처음엔 내가 노력한 만큼 돈이 들어오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는 이 돈을 어떻게 해야 더 불릴 수 있을지 생각한다. 이때, 내가 가진 생각의 질에 따라 찾아오는 인연이 달라질 수 있다. 자신의 안위를 위하고 자신의 이익만 충족하고자 한다면 뛰어난 재능과 기술을 가지고 있어도 사기를 당하거나 후회하는 일이 생길 것이다. 하지만 생각의 질을 높여 자신이 번 돈을 주변과 이롭게 쓰고자 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언제라도 자신을 도와줄 인연이 찾아올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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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컷 편집처럼 내 인생에 불필요한 부분은 버리고 필요한 부분만 쓰고 기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사느냐에 따라서 내 삶은 닫힌 결말이 될 수도 열린 결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프레임 속 모습을 보며 프레임 밖 모습을 궁금하게 만드는 그런 삶을 살도록 미래를 위해 끝없이 고민해야겠다. 기대하며 살자. 오랜만의 만나는 친구와의 시내 외출, 가족과 먹을 저녁 메뉴, 중간고사를 말아먹어도, 내일 연인과 보기로 한 영화는 재밌을 수 있다. 내 삶의 원동력은 백 번을 실망한대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할 소소한 행복을 '기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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