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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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에 TV에서 방영해 주는 영화를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본 적이 있다. 타임캡슐을 묻고 비 속에서 달려가는 장면만 어렴풋이 기억이 났다. 커서 영화를 다시 보게 되니 처음 보는 것 같은 장면도 있고 기억나는 장면도 등장하게 됐던 영화 엽기적인 그녀. 영화는 견우의 시점으로 감정선을 따라가기도 그녀의 시선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두 명의 감정에 공감을 하게 된다. 그렇기에 더욱 여운이 남는 영화다.

 

어느 날 지하철에서 이상형을 만나게 되는 견우, 술에 취한 그녀는 한 노인에게 구토를 하고 연인이라 오해받게 된 견우는 힘든 상황에 처한다. 엽기적인 첫 만남 이후로도 그녀와 견우는 그녀의 살벌한 매력으로 친구는 아니지만 연인도 아닌 관계를 이어간다. 그 과정에서 둘은 사랑에 빠지지만 그녀의 부모 반대 속에 타임캡슐을 묻고 2년 뒤에 만나자는 약속과 함께 헤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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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도 아날로그적인 영화가 좋다. 두 사람의 모습은 인터넷이 처음 등장한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묘하게 혼합된 시기이다. 바로 답장을 받을 수 없고 조금은 기다림이 필요한 시절. 엽기적인 그녀는 처음에는 심심하게 느껴질지 몰라도 후반으로 갈수록 주인공들에게 이입하게 된다는 점까지 요즘의 자극적인 영화와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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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있어 엽기적인 그녀가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아닌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첫 번째는 남자 주인공의 이름은 견우’, 하지만 여자 주인공의 이름은 그녀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영화의 막이 내릴 때까지 진짜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처음에는 그녀의 이름이 없는 이유가 궁금해진다. 엽기적인 그녀는 원작이 pc 통신이 유행할 때 나우누리 사이트에서 견우 74라는 필명을 가진 작가가 연재하던 소설이다. 허구가 아닌 경험담이라 그녀의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당시 인터넷의 통신체가 그대로 나오기도 한다. 그 시절만의 이야기가 들어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시간 여행, 운명적인 사랑 이야기를 미래에서 온 미래인의 모습으로 표현한 점이다. 타임캡슐을 묻은 그 공간에서 관객들은 미래의 견우 모습인 줄 알고 쓸쓸한 혼자인 모습에 놀라게 된다. 하지만 그 이후에 등장하는 젊은 그녀의 모습을 보고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줄 알고 안심한다. 하지만 UFO가 등장하고 견우의 미래 모습이라는 것을 눈치채게 되는 형식으로 운명을 표현했다. 이 두 가지로 엽기적인 그녀는 한국의 대표 로맨틱 코미디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이야기. 영화 <엽기적인 그녀>는 겪어보지 못한 그 시절로 돌아가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견우의 대사로 이 글을 마무리한다.

 

운명이란 말이야.

노력하는 사람한테는 우연이라는 다리를 놓아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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