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도 예술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나는 평소에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해 틈만 나면 카메라를 켜 무엇이든 찍는 버릇이 있다. 그렇게 많은 사진을 찍으면서도 사진은 단순히 추억을 남기기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했었고, 사진은 기록하는 것이지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생각까지는 해본 적이 없었다. 엄청난 재능과 능력이 있는 사람이 만드는 작품이 예술이라고 생각하기에, 핸드폰만 켜도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카메라와 그 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우리 일상 속 너무나도 가까이 존재하기 때문에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아마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노순택사진갤러리

 

그러다 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난 후 사진이 어떤 시대를 거치면서 예술이라는 부분으로 도달하게 되었는지, 카메라로 찍은 단순한 사진 한 장이 아닌 그 속에 포함된 여러 가지 의미와 감정이 무엇인지, 우리도 카메라로 무엇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또한, 그동안 내가 찍은 수많은 사진도 어쩌면 예술작품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사진도 예술이라는 말에 끝내 동의할 수 있었다.

나는 마지막에 소개된 노순택 사진작가의 이야기가 가장 인상 깊게 남아있다. 노순택 작가는 사회문제와 분단 상황에 대해 촬영하고 현실을 알려주고자 하는 작가로 회화와 현실이 섞여 있는 사진을 통해서 실제 분단이 하수구와도 같다는 표현을 하기도 했다. 저널리스트가 미국 장병을 찍고 있는 작품을 보며 노순택 작가는 카메라는 총알 없는 총과 같다고 말하며 카메라의 작동 방식이 총과 비슷하기에 하나의 폭력으로도 작동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작가들은 자기반성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보이는 완성된 사진은 근사할지라도 사진을 만들어내는 과정까지 근사한 것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노순택사진갤러리
ⓒ노순택사진갤러리

 

노순택 작가는 사진을 통해 치열하고 처절한 광경을 담으면서도 풍자와 은유를 한다는 점이 놀라웠다. 작품 <국기 복용법> 속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은 모두 태극기가 있다는 점이다. 노순택 작가는 이 작품에서 태극기를 보며 다양한 삶의 현장과 사회의 현장에서 국기를 펄럭일 때, 어떤 용도로 사용하는가 우리가 국기 앞에 서거나 뒤에 섰을 때, 만병통치약을 먹은 것처럼 어떤한 일이 생겼을 때 정당화된다는 애국이라는 생각을 지니고 있으며 이것이 서로 비교될 때 생기는 아이러니를 표현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상상력이 정말 풍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순택사진갤러리
ⓒ노순택사진갤러리

 

해고노동자들이 자신들이 일하던 공장에서 청와대까지 투쟁을 시작하는 장면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속에서 숨은 채 사진을 찍던 노순택 작가는 경찰이 사진작가를 사칭한 사실이 들통나 기자 모두가 달려들 때조차도 자신의 카메라는 온몸을 내던지는 사람들을 향해 있었다. 노순택은 억울한 노동자들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 사진과 글을 주간지에 발표했다. 노순택의 신념처럼 나 역시 시대에 대해서 직접적인 발언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양항 형식으로 발언들이 가능하며 노순택 작가와 같은 예술가들이 많아지고 이러한 작가들이 상상력을 이용해 다른 형식에 물꼬를 틀 수 있는 역할을 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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